후기

희망제작소는 한국지방신문협회와 공동으로 중앙 정치권 및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지역과 현장의 시각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연속토론회를 개최합니다. 그 일곱번째 순서로 지난 4월 2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행정체제 개편의 선결과제 지방재정확충-구체적 대안은’을 주제로, 지구촌시대의 경쟁주체, 지방정부 경쟁의 조건과 과제에 대해 짚어 봤습니다.

* 이 기사는 공동캠페인 기사입니다. 저작권 협의하였습니다.

[부산일보]”지방 재정 확충 · 지역간 세원 격차 동시에 보완해야”

2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방행정체제개편 기획토론회(한국지방신문협회·희망제작소 주최, 부산일보 주관)는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지역에서 처음 마련된 ‘공론의 장(場)’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행사에는 제종모 의장을 비롯해 백종헌 보사환경위원장, 허동찬 윤리특별위원장 등 부산시의회 의원 10여명과 조홍제 부산구·군의회협의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주제발표 및 토론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사회를 맡은 박승주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정통 관료 출신답게 토론 말미에 현재 진행중인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간명하면서도 짜임새있게 요약 정리해 청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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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도입 세원 불균형, 보조금 정비로 해소 가능”

“지금의 지방재정은 재산과세 위주의 지방세 구조를 갖고 있어 지역경제발전이 지방세수 증대로 연계되지 못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과 지방세제의 개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계식 부산발전연구원장은 현행 지방세제의 문제점을 이렇게 압축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특정산업 육성을 위해 공제나 감면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한편 지역의 소비가 해당 지자체 재정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먼저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강력비판했다. 재정부는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이 △지역간 재원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현행 교부세와 사실상 같으며 △징세비용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 원장은 “지방소비세 도입시 세원불균형 발생 우려는 교육비 전출조정, 국고보조금 정비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방소비세는 지역주민의 세 부담이 지역내 세수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교부세와는 완전히 다른 제도”라며 “일본, 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공동세 방식의 지방소비세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제도 도입 방안과 관련, 이 원장은 △지방소득세는 현행 주민세와 같이 특별·광역시 및 시·군에 귀속되도록 하고 △현행 ‘소득할 주민세’의 징수체계를 유지하며 △과세표준은 소득·법인세를 준용하되 세율은 별도세율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지방소비세의 경우 세원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 만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제도 도입시 권역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세원이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더라도 지자체간 세수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진홍 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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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자치구 인구 45만명, 실제는 32만명에 불과”

부산대 최병호 교수(경제학과)는 “지방재정 개혁을 위해선 이전재원의 비중은 줄이고, 지방세의 비중은 늘려가는 것이 관건이며, 그래야 재정지출의 효율성과 책임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지방재정의 과제와 행정구역 개편’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지방이 재정적 자율권을 보유해 지방세를 지역발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며, 그 성과는 다시 지방재정수입 확충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방재정에서 중앙정부가 국비지원금 등의 형태로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이전재원의 비중은 1990년대 20~30%에서 2000년 이후 40% 내외로 상승했다. 최 교수는 “지방소비·소득세 도입을 계기로 이전재원 주도형 구조를 지방세 중심 구조로 전환해나가야 한다”며 “그런 다음, 지방세의 가격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 교수는 또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기초자치단체 인구를 적정규모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1995~2007년간 기초지자체의 인구와 1인당 세출변화 추이를 살펴 최소효율 인구규모(MEPS)를 따져 보니 시·군 지역은 평균 55만8천800명 수준인 반면 실제 인구는 15만7천800명선에 불과했다.또 같은 기간 자치구의 평균 MEPS는 45만4천명(실제 인구는 32만7천300명)이었다. 기초지자체 인구를 적정 규모로 늘릴 경우 재정 효율성이 증대할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부산의 15개 자치구의 총 세출 기준 MEPS는 34만7천명인데 이를 넘는 곳은 부산진·해운대·사하구 등 3곳 뿐”이라며 “모든 자치구가 지방세 수입으론 자체 인건비도 해결 못하는 것이 혹 구당 인구 수가 적어서는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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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생존권 우선 고려 한 목소리 “통폐합 비용 검토 있어야” 지적도

지정 및 종합토론에 나선 4명의 패널들은 각각의 강조점은 달랐지만 행정체제 개편과 지방재정 확충이 지방의 생존권과 눈높이에 맞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선 ‘한목소리’를 냈다. 부산시의회 권영대 의원(기획재경위 간사)은 “행정체제 개편은 행정 및 재정 등 지방분권과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중앙집권만 가중시킬 수 있는 ‘권한없는 지방분할’이 되어선 절대 안된다”며 “특히 개편에 따른 재원배분 과정에는 지방간의 재정력 격차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또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에 대해 “당장엔 세입·세출자치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재정확충의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중앙 정치권만의 과제로만 인식해선 안된다”며 “우리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국가 전체를 고려하는 방안에 대해 치밀한 논리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철도 부산시 예산담당관은 “부산시의 재정자립도가 2005년 70.6%에서 2009년 55.5%로 급격히 하락한 반면 의존재원 비율은 같은 기간 21.8%에서 37.5%로 상승했다”는 우울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말문을 열었다. 김 담당관은 “세입 측면에서 국세에 대한 지방세 비율이 8:2로 구성돼 지자체의 재정 자율권 제약과 만성적인 재원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은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한 지방재충 확충의 1단계 과정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소득·소비세는 신설된다 하더라도 처음엔 세율을 높게 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가가치세를 단계별로 지방에 넘기고, 장기적으론 지방이 자율적으로 재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OECD 주요국처럼 지방소득세의 비중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몽 부산시민재단 사무처장은 “지자체간 이해 타산이 행정체제 개편 내용과 지방재정 문제에서도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으로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처장은 또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주민들의 실생활과 ‘삶의 질’ 향상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지금까지 행정체제 개편 논의 과정에 통·폐합에 따른 비용(거래 비용)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은 “통합대상 지자체간 지역 명칭과 시청 또는 군청 소재지 등에 대한 논란이 거셀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통·폐합 논의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며 “그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같은 사회적 비용은 누가 어떻게 산정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위원은 이어 “현행 행정체제에 비효율적인 면이 없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고 있는 현행 체제를 몇가지 기준으로 칼로 자르듯이 개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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