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희망제작소는 지난 10년간 시민과 함께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싱크앤두탱크’(Think & Do TANK)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희망제작소가 그간 진행해온 혁신활동을 가감 없이 진단하기 위해 ‘#혁신이 뭐길래’를 신설합니다. 연구원들이 직접 과거 사업 담당자, 참여자, 전문가 등을 만나 혁신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매월 정기적으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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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뭐길래 ③ “인생 후반기, ‘무엇’을 해보고 싶습니까”
[인터뷰] 시민주도형 평생학습모델 기반을 다져온 정성원 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희망제작소는 지난 1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혁신 활동을 벌여왔다. 올 초 ‘혁신이 뭐길래’를 신설해 그간 일궈온 혁신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있다. 지난 1편(내용 보기)에서 권기태 부소장과 연구원들이 좌담회를 열어 ‘혁신’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눈 데 이어 2편(내용 보기)에서 ‘지역’과 ‘혁신’이란 키워드로 이영미 숟가락공동육아협동조합 대표를 만났다. 이번 3편에서는 시민과의 접점을 만드는 정성원 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과 ‘평생학습’과 ‘시니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 관장은 희망제작소의 창립멤버이자 사무국장, 부소장을 거쳐 현재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평생교육 모델 개발과 정착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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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명 <수다스런 산책>.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해당 강좌의 준비물은 오직 ‘물’이다. 몸만 가면 되는 <조원1동 누구나 학습마을>이 여는 강좌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요즘, 함께 모일 수 있다니. 이 강좌를 거슬러 올라가면 <누구나학교>, 그리고 ‘수원시평생학습관’을 만나게 된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은 수원시 평생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개관한 뒤, 2013년과 2016년 ‘대한민국 평생학습 박람회’에서 두 차례 수상했다. 이어 오는 9월에는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에 가입된 전 세계 도시 중 ‘학습도시’ 운영에 성과를 보여준 도시로 선정돼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을 받을 예정이다.

평생학습,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경계를 허물다

정 관장은 지난 2012년 수원시평생학습관에 이름 그대로 누구나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누구나학교>(웹사이트 가기)를 열었다. <누구나학교>는 남녀노소 누구나 강의를 개설할 수 있고,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 학교, 직장 등 어디서나 강좌를 열 수 있는 평생학습 모델이다. 현재 누적된 강좌만 해도 800개(2017년 4월 기준)를 웃돈다. 이어 지난 2015년에는 40대에서 70대 중반에 이르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뭐라도학교>를 열었다. 자신의 재능과 경험, 지식과 삶의 자산을 발견하고 나누며 ‘제2의 인생’, ‘후반기 인생’을 지원하는 학교다.

“<누구나학교>는 학습 현장의 답답함을 느낀 데서 시작되었어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현장에서 정말로 배움이 이뤄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기존처럼 시민이 전문가나 유명인사 중심 강의를 듣는 수동적인 소비자로만 머무르는 방식은 평생학습 생태계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시민이 학습의 수동적 객체가 아닌 적극적인 생산주체가 될 때 학습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특정 누군가가 아닌 서로와 서로가 섞이면서 학습 내용 또한 재규정할 수 있을 거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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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학습 욕구’보다 ‘관계 욕구’

국내에서 2010년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면서 시니어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여전히 ‘시니어=은퇴자’라는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뉴식스티’(New Sixty)라는 신조어가 급부상할 정도로 시니어 스스로 노후를 인생의 마지막 단계가 아닌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는 단계로 여길 정도로 관심이 높다. UN이 발표한 새로운 연령구분에 의하면 18세부터 65세까지는 청년에 속한다. 이 맥락에서 <뭐라도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뭐라도학교> 사전단계인 ‘인생수업’의 경우 평균 연령이 58세이다. 6기 참여를 앞둔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는 한 칼럼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100세 시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학습을 하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관련 칼럼 보기)

정 관장은 <뭐라도학교>의 주요 키워드로 ‘시니어의 욕구’를 꼽는다. 시니어를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무언가 스스로 해보는 주체로서 대한다는 의미이다. 시니어는 <뭐라도학교>라는 플랫폼에서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를 맛본다. 그리고 관계망에 있는 이들과 경험담을 공유한다. 물론, <뭐라도학교>가 365일 잘 굴러가진 않는다. 그렇더라도 사업 담당자가 직접 개입하거나 촉진하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삐걱거리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시니어 스스로 관계 안에서 갈등, 조율, 화해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끔 내버려둔다. 이 또한 ‘변화’라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인생수업’의 참가자 지원서를 하나씩 살펴보니 ‘학습 욕구’보다 ‘관계 욕구’가 강하게 보이더라고요. 어쩌면 시니어가 교류하고, 이를 단초로 새로운 활동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뭐라도학교>는 시니어의 자발성을 근거로 운영하되 영속성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죠. 시니어가 본인의 문제로 느끼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욕구가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봐요. 그러나 시니어의 도전욕구가 높더라도, 무엇이든 성공하긴 어렵지요. 이 때 학습관이 시니어들이 함께 고민하고, 격려해주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여기길 바랐어요.”

수원시평생학습관이 시니어의 욕구를 바탕으로 하되 시니어의 독립성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는 얘길 들으니 얼마 전 시니어에게 직접 들은 말이 떠올랐다. 현재 아이디어 모집 중인 2017 세대공감 프로젝트 <시니어드림페스티벌> 티저 영상 작업에 참여한 시니어는 촬영 내내 한껏 들뜬 표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는 “할 수 있을 때 무엇이든 뜨겁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시니어를 직계가족 외에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낯선’ 시니어의 입에서 들은 사회관계망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의 언어’는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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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빌 언덕’ 노릇하면서도 ‘놓아주는’ 역할도

정 관장이 평생학습을 일군 과정을 듣다보면 희망제작소가 그간 이어온 ‘시니어 사업’을 돌아보게 된다. 전문직 은퇴자의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2007~2014),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을 공통된 관심사로 묶어 지원하는 <시니어NPO학교>(2013~2014)를 열었다. 은퇴 후 삶의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해 비영리(공익) 영역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는 시니어를 격려하는 해피시니어어워즈>(2008~2013)를 개최했으며, 올해 4회째를 맞은 시니어와 청년 간 세대교감 프로젝트 <시니어드림페스티벌>(자세한 내용 보기)을 이어가고 있다. 시니어와의 접점을 만드는 역할이 필요하지만 막상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안착시키는 데 현실적 제약이 뒤따른다.

“‘시니어’와 ‘평생학습’이 키워드인 <뭐라도학교>는 일종의 ‘시민교육’인데요. 시민교육은 시민이 자신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는 주체성과 역량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뭐라도학교>는 한 순간이 아닌 긴 호흡의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봅니다. 모든 사업이 순조로울 순 없는데요. 어떤 사업이 특정한 누구의 것이 아니고,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경우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사업은 정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책임의 분산’이라는 새로운 방식 자체가 당장은 부족해보여도 긴 호흡으로 조정하고, 중재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변화’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누구나학교>, <뭐라도학교>를 통해 평생학습의 초석을 닦아가는 동시에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다. 현재 <누구나학교>를 마을로 확장하며 실험 중이다. 주민자치센터, 아파트, 지역단체 등 마을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학습을 통해 마을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시니어 중심의 <뭐라도학교>에서 배출된 시니어들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시민을 만나는 희망제작소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습기관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인데요. <뭐라도학교> 시니어 대부분은 시간과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분들입니다. 시니어 평생학습 모델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인데, 사업을 좀 더 확산시킨다면 다양한 지점에서 좀 더 다양한 시니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라도학교>가 나름의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내 타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산시켜 나갈까에 대한 고민을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생학습 관계자들과 타 지역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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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원이 직접 만나보니…

“없어요.”, “안 해요.”, “그냥 둬요.”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던진 질문에 돌아온 정 관장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과연 어떤 답변을 기대했을까. 짧은 기간에 평생학습을 안착시킨 성공사례로 꼽히는 만큼 어떤 ‘비법’이 있을 것 같았다. 희망제작소의 친숙한 키워드인 ‘지속가능성’. 그 ‘지속가능성’을 다지는 실행 항목과 내용, 그리고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원했다. 정량, 정성평가를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해석할 수 있는 제3의 기준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시니어 평생학습의 초기단계에서 지표 평가보다 사업의 장기적인 비전과 방향성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뿌리를 내려야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방연주|미디어홍보팀 선임연구원 ·  yj@makehope.org
– 인터뷰 속기 및 사진 촬영 : 백희원|시민사업팀 연구원 · baekheewon@makehope.org
– 인터뷰 속기 및 사진 촬영 : 박반석|시민사업팀 연구원 · homme92@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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