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용자
필자의 아버지는 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관련 업종의 협동조합에 5년간 이사장으로 계셨다.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는 소리가 불거질 때마다 상대적으로 영세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한 사장님은 그 고통을 피할 수 없어 늘 마음 한구석이 저렸을 것이다. 당신 자신 몫도 꾸려 나가기 버거운 것이 기실이거늘 굳이 협동조합 총회 연설문을 작성하는 등 열정을 쏟고,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는 “협동조합 이사장 한다고 돈 주는 것도 아닌데, 그만해요. 봉사하는 거지, 실속 없게…” 라며 볼멘소리로 쏘아 대신다.

그렇게 내게 낯설고도 익숙한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로 온 매스컴이 떠들썩하다. UN은 올해를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였으며 서울시는 ‘협동조합 도시 서울 실현’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한국조직위원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다. 올해 12월 1일부터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 예정에 있다고 한다. 때마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최혁진 본부장이 마을 살리기를 고민하는 ‘2기 마을이 학교다‘ 수강생 그리고 협동조합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는 나에게 말을 전하듯 마이크를 잡았다. 

협동조합, 흙탕물에 뿌려진 욕망이라는 씨앗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은 무슨 마력이 있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일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 속담만으로는 신자본주의 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최혁진 본부장은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이해하기에 앞서 인간의 ‘욕망’을 화두로 던진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두 욕망을 갖습니다. 자본주의의 삶 속에서 얼마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는지가 그 욕망의 실현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수고하고 땀 흘리는 삶 속에서 살아갑니다. 속물적인 삶 속에서 고개를 내미는 욕망을 모으고 모아서 그 욕망을 함께 이루고자 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시작입니다. 큰 비가 와서 흙탕물이 된 물을 맑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에 세 집단의 유형이 있습니다. 물은 언젠가는 맑아지니 팔짱 끼고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집단, 댐을 만들어서 더러운 물을 막아보겠다는 집단, 더러워진 흙탕물을 맑아지게 하는 일에 힘을 쓰는 집단입니다. 마지막 집단을 바로 협동조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리조트에 가고 싶어 하는 가장의 마음 정도는 당연한 욕망, 괜찮은 욕망 아니겠는가?”라고 하는 최혁진 본부장의 솔직한 심정과 ‘마을을 살리자’는 욕망으로 모인 수강생들은 이미 어딘가 모르게 서로 닮아 보였다.
 
마을에서의 협동조합

그렇다면 협동조합이 어떻게 마을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일까?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해 최혁진 본부장이 제안하는 세 가지는 주민 스스로, 그들의 삶 속에서, 리더를 육성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마을을 만든다는 것 역시 함께 살고 있는 사람 간의 절박함에서 비롯됩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의 축적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간단한 차이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학습을 통한 방식이 아니라 경제적 관계의 장에서 협동을 통해 내 삶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경험이 축척되어야 합니다. 폼 나는 모델,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삶 속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가 육성되어야 합니다. 리더가 욕심을 버리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공동의 힘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할 때 남 보기에 좋은 것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 절박한 이들이 누구인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이제 막 테이프를 끊은 협동조합에 대한 반응은 희망 반 우려 반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협동조합 활용방법에 관한 질의에 협동조합의 성공적 사례인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의 사례에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되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총량은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되곤 하는 이탈리아와 일본의 협동조합이 우리와 다른 것이 바로 단체 간의 다채로운 협약을 가능케 하는 제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시민 모임까지 모두 모여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는, 자정작용까지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협동조합의 연합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모든 협동조합 개별법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 할 수 있습니다.”


“소자본 개인 창업자들이 모여 비슷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끼리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앞으로 우리가 거대 자본에서 자본적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인적자원의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주고, 이들 간에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어야 합니다.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각자 소중한 자본을 일깨워주고 힘을 모아 시민운동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는 덧붙여 재정적으로 힘들 수 있는 협동조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지역에서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원칙대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다시, 마을 만들기

“흙탕물에 뛰어들어서 같이 맑아지려고 노력하는 것, 시대와 호흡하면서 공감하고 상시적인 문제를 발견해야 합니다.”

‘마을 만들기’라는 용어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이다. 오늘날 지역 개발의 큰 명제 아래 예속되어 있는 사업 중에 ‘마을 만들기’라 불리는 사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성공과 실패의 사례가 논의되는 단계에 와있다. 이 용어는 일본에서 사회적 현상으로 등장하여 개념화된 ‘마치즈쿠리’를 번역한 것이며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생활의 장으로 인식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와 실천전략을 짜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을 짜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행동대장이다. 전략을 짜는 사람과 실천하는 사람 간의 공통분모 없이 성공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다시 말해 ‘누가 주체’가 되어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최혁진 본부장의 협동조합 이야기가 강조하는 바는 바로 그들의 삶 속에서 흙탕물 속에 뿌려진 씨앗을 발굴하고 그렇게 발굴된 씨앗이 자연스럽게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흙탕물을 함께 맑게 하는 것이야말로 마을을 살아가는 사람이며, 또한 이 때문에 최혁진 본부장이 ‘리더 육성’을 강조하는 이유일 것이다. 마을이 학교다 수강생들은 마을 만들기를 이끌어나갈 미래의 큰 일꾼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덧붙여 그의 강의는 비단 마을 만들기뿐만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보편타당한 욕구를 갖고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협동조합으로 하나의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통화 중 아버지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이사장을 물려주게 되었다며 힘이 빠진 목소리다. 아버지가 흙탕물이 깨끗해지게 하려고 노력하신 5년이 마치 훈장과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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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_ more.. | less.. |* 김찬호 (1998)  / 후기 산업 사회의 도시 재생과 주민 참여에 관한 연구 : 일본 토요나카시의 ‘마을 만들기’ 사례를 중심으로 /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논문_M#]


글_ 이양희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사진_류경수, 이양희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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