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멋지고 활기찬 제2의 인생을 꿈꾸는 행복설계 아카데미 해피시니어들이 함께 모여 포럼을 마련했습니다. 행복설계포럼 첫 강연자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평론가 유지나 교수입니다. 1월 22일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치러진 이번 행사에서는 젊음과 행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2009 행복설계 포럼은 월 1회 주제별 강연자를 모시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It is the evening of the day I sit and watch the children play Smiling faces I can see But not for me I sit and watch As tears go by My riches can’t buy everything ♪”

육ㆍ칠십 년대 악동 그룹, 롤링 스톤즈의 믹재거가 ‘As tears go by’를 부른다. 청중들은 그의 얼굴 가득 패인 주름살을 보면서 지나간 청년 시절을 더듬는다. 유지나 교수는 아련한 향수에 강한 어조로 일갈을 가한다. “저 아우라가 보이지요? 저건 영혼으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십대 가수라면 절대 지을 수 없는 저 표정, 저 삶의 깊이와 그윽함, 접신의 경지죠. 짜릿하지 않습니까?”

1월 22일은 행복설계아카데미포럼 첫 번째 날이다. 오후 두시가 가까워지자 희망모울 강연장은 어느새 청중들로 가득 찼다. 이윽고 포럼을 이끌 유지나 교수(영화평론가)가 영화배우만큼이나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강연장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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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의 계절

“저는 동지가 지나고 입춘이 올 무렵에 봄기운을 느끼고 희망을 느낍니다. 이 시기가 인생을 해방적으로, 예술적으로, 호모루덴스적으로 살아가기에 딱 알맞은 계절이기도 하니까요. 강의라기보다는 작은 영화콘서트입니다. ‘유지나’라는 재미있는 사람과 즐기는 기분으로 ‘자유로운 인생 살기’시간을 함께 열겠습니다.”

“미국영화의 지성을 대표하는 마틴 스콜세지입니다.” 뉴욕 비콘 극장에서의 공연실황을 담은 라이브 다큐 ‘Shine a Light’가 흐른다. 1943년생 믹재거의 20대 얼굴이 겹치면서 67세 믹재거의 열정으로 시작한다. “최고의 영화고수와 음악고수가 만나 즉흥연주를 합니다. 카메라 16대로 완벽한 영화를 만들려는 감독과 오프닝 곡조차 알려주지 않는 믹재거를 보세요. 낼 모레 70세인 남자의 저 불량스러움을 보십시오. 인생은 좀 불량스럽게 살아줘야합니다.”

록 음악으로 장내는 시끄러워지고 관객들은 환호한다. “너무 멋있지요? 육십 대 후반 오빠 중에 최고입니다. 홍대 앞 클럽에서 춤추는 애들은 이십대지만, 여기서 흔드는 사람들은 오ㆍ육십 대입니다.” 유 교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평생 춤추며 살거야’하는 저 열기! 아~ 사는 것 같아요. 근육이 좀 처지면 어떻습니까? 처진 근육, 자연스러운 주름살… 아름답지 않나요?”

영화의 끝 장면에서 멤버들은 땀범벅이 된 손을 꼭 잡고 인사한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한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40년 세월을 함께 보낸 끈끈한 동지애. 혈연과 가족을 뛰어넘어 같은 기질로 살아온 인생의 도반이랄까요.” 놀이와 일이 일치하는 ‘호모루덴스’적인 삶을 산 뮤지션의 다큐를 보며 청중들도 서서히 유 교수의 강연에 빠져 들어간다.

삶의 깊이를 담은 탱고

이번에는‘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다. 무대는 아르헨티나. 탱고 뮤지션 23명이 70대에 다시 모여 연주회를 여는 과정을 담은 탱고 다큐멘터리다. “반도네온 소리가 심금을 울리지 않나요? 탱고는 그들의 삶이자 종교고 일상이며 공기입니다. 세계문화의 다양성에 딱 맞는 음악이고요. 이분들은 나이 들어서 자신의 영혼인 탱고를 다시 연주하기 위해 모였어요. 반도네온에는 인디오들의 슬픔이 담겨있죠. 일상에서는 평범한 노인인 분들이 탱고로 모여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여주죠.”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음을 다듬는다. 반도네온을 전면에 내세우고 반도네온 최고의 스타가 ‘라 쿰바르시아타’를 연주한다. “지인 중 한 분이 인생이 지루하다고 탱고를 배웠어요. 그 후로는 탱고로 인생을 돌파하고 있어요. 나이든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춤으로 보이죠? 잃었던 삶의 향기를 일깨워 주는 음악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춤은 외롭거나 공허할 때 추는 것이 아니라, 공기 같은 일상입니다. 늙어가는 한 사람으로 묻혀 있다가 생의 마지막에 타오르는 거죠. 예술과 접속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오르가즘 아닐까요?”

화면에서는 사람들이 탱고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춤과 더불어 음악에도 영혼이 묻어난다. “우리 사회는 호주제, 간통죄를 유지하고 장유유서를 내세우면서도 모두들 젊어 보이려하지만, 저 화면을 보세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반도네온 연주자가 지닌 우수와 비장미는 노련함에서 나옵니다. 노련함은 나이가 들어서야 나옵니다. 남미 언니들 한번 보세요. 고수가 여기 있습니다. 70세가 넘었습니다. 달콤 쌉쌀한 저 맛. 50만 원짜리 와인보다 맛있는 영혼의 와인을 마셔야합니다.”

70세의 인생을 담은 탱고음악이 흐른다. 유 교수는 삶의 깊이를 노래한 가수, 메르세데즈 소사를 이야기한다. 독재정권에 항거한 죄목으로 추방되어 갖가지 인생여정을 걷다가 나이 들어 귀국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라시아스 아라비다(삶에 감사하며)’를 불러 관객을 울렸던, 남미를 대표하던 그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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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Young

놀이하듯 재밌게 사는 것은 예술 전문가만 가능할까? 일반인이 호모루덴스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로큰롤인생(Young at Heart)이 이어졌다. 예술은 인간마음이 변하게 한다. 80세 이상 노인들로 이뤄진 록 코러스밴드 ‘Young at Heart’ 이야기다. 유 교수가 도발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희망제작소에서 이런 거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점잖다’는 젊지 않다는 거죠. 점잖은 것을 버려야 인간은 해방되거든요. 클래식과 오페라를 즐겨들으며 평범하게, 어쩌면 좀 지루하게 사는 점잖은 사람들에게 합창단장은 록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그들 삶이 바뀝니다.”

James Brown의 ‘I feel good’을 한 소절씩 부르는 장면. 청중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리더인 밥 실먼은 할머니들을 ‘girls’라 부른다. 80세가 넘었어도 귀엽고 소녀다운 표정은 ‘girl’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 않는가.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다. 그들은 가사를 손바닥에 써서 연습한다. 밥 할아버지는 불편한 몸으로도 연습에 참여하지만, 공연 전 날 세상을 뜬다. 단원들은 오랜 친구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공연장소인 교도소로 향한다. 수감자들은 첫 곡을 들으면서 표정이 변한다. 단원들이 밥에게 바치는 노래는 ‘존 바에즈’와 ‘밥딜런’이 기타 치면서 부른 ‘Forever Young’.

♪May God bless and keep you always, May your wishes all come true, May you always do for others and let others do for you.~~ May you stay forever young Forever young forever young♬

“도덕이나 윤리로는 사람마음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예술로는 사람마음이 변합니다. 여기 죄수들의 표정을 보십시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노래로 삶의 의지를 추스릅니다.”

유 교수는 음악을 곁들인 시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에디뜨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난 아무 후회 없어)’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사무엘 울만의 ‘청춘’을 읊는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 나이가 든다고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렸을 때 늙는 것이다. 영감이 끊어지고 정신이 냉소의 눈에 파묻히고 비탄이란 얼음에 갇힌 사람은 비록 20세여도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그대는 80세여도 영원한 청춘이다.’ 그러고 보니, 강연장은 희망을 일구어 나갈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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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놀이가 되어야

“’호모루덴스’는 인간에게 가장 맞는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삶이 놀이가 되어야지 업보, 책임, 의무가 되면 문제지요. 놀이는 곧 자기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인간은 노동시간외에도 휴식과 놀이시간이 있습니다. 인권에 대응하는 문화향유권이지요. 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호모루덴스’는 자기해방을 도와주는 유형입니다. 사회에서의 출세, 가족부양의 의무감에서 이제는 해방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제2의 인생을 사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입니다. ‘나’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나’는 누구인가를 묻지 않아요. ‘나’는 사회적 신분, 아들, 아버지를 나타내는 게 아니죠. 남의 가치관, 세상의 가치관이 내 가치관은 아닙니다.

애국자, 착한 아들, 착한 딸, 점잖은 사람 등 한국사회가 씌우는 굴레를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더 행복하고 더 공익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행복은 각자가 타고난 재능을 펼치고 사는 데 있으니까요.”

나이가 들면서 나에게 맞는 유형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영화처럼 놀면서 즐거움을 찾은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몸도 움직여보고, 악기도 다뤄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그림도 그려보지만 아직도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일‘이라는 관점을 바꾸어보자. 일을 즐겁게…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해도 그 과정이 즐거우면 되지 않을까’하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오늘 강연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영화부터 보아야겠다. 또 다른 내일이 나를 기다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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