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강산애’는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들의 산행 커뮤니티입니다.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소셜디자이너들이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산에 오르며 희망을 노래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모임, 강산애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번 7월 강산애 산행 후기가 내 몫이 된 것은 순전히 ‘마애불’ 덕분이다. 도명산 정상 근처, 강산애 회원님들의 점심 도량을 제공해 준 그 편편하게 잘 마련된 바닥 뒤편으로 치솟은 암벽에 새겨진 부처의 훤칠한 자태를 보며,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름 소소한 ‘격정’에 슬쩍 마음이 살랑였으니…

유부남 유부녀의 결코 뻔하지 않은 사랑을 그린 영화 <화양연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제목이 뜻하는 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다. 이번 산행의 목적지가 화양계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그 영화 생각이 나면서 어쩐지 화양계곡에 가면 내 인생의 ‘포인트’를 꾸며 줄 그 무언가를 맞닥뜨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무엇이 ‘마애불’이었던 것. 아무튼 화양연화를 꿈꾸며 떠난 속리산 북쪽 화양계곡으로의 7월 강산애 산행, 오롯이 내 마음의 풍경으로 비춰보면 이랬다.

시작은 공림사다. 괴산의 공림사라, 조금은 기이한 어감과 달리 조화로운 배치가 사뭇 살뜰한 절이다. 평균연령이 쪼매 높은 강산애 회원님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절 자체보다는 절 입구를 버텨주는 천년 수령의 느티나무이다. 천년 풍모의 위엄은 지대한지라 그 생명력을 경탄하며 모두가 한 방의 사진을 남기시고 본격적으로 도명산 산행을 시작한다. 산길이라지만 오솔길 느낌의 앙증맞은 길을 따라 걷는 걸음이 가뿐하다.

”사용자

장마라는데, 조명진 회원님이 강산애를 대표해 천지신명과 조응한 결과, 오늘 하루 비도 비껴 있단다. 그런데 비는 비꼈는데 장마때의 습기는 어쩔 수 없으니 모두들 땀으로 샤워를 했다. 그렇게 얼마나 올랐을까? 살짝 지칠 무렵 한 고비를 넘으며 맞은 첫 번째 갈림길. 낙영산으로 오르는 길이 등장한다. 앞뒤 간극이 그 어느 산행팀보다 길고도 무궁한 것을 자랑으로 삼는 강산애 팀은 여기서 새삼 갈등한다. 오를 것인가 말 것인가. 당연히도 결론은 각개약진. 갈 사람만 가는 그 길에 전명국 회원님과 짝을 지어 올랐다.

정상까지가 500미터라 해서 그쯤이야 하고 떠난 길이었는데 그놈의 습기 때문에 질척이는 옷차림이 매우 성가셨다. 그렇지만 역시나 정상으로의 행군은 남다르다. 그윽하게 잘생긴 100년 묵은 사슴 같은 나무들을 전명국 회원님과 연신 쓰다듬으며 부지런히 산을 올랐다. 정상만이 허락하는 그 뿌듯한 안락에 마음이 홀홀 흐뭇하다. 이것이 괴산의 산 맛이여!

그렇게 낙영산 정상의 산 맛을 본 회원은 일곱 분이다.
나머지 회원님들은 총총히 도명산을 직진해 오르시고, 이윽고 도명산 정상 부근에서 침 꼴깍이며 점심을 냠냠 쩝쩝했다. 강산애의 성찬식 뒤로 예의 그 마애불이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점심 후 하산을 하기로 했다. 사실 이번 산행은 화양계곡에서의 풍류가 주된 목적인지라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정상에 대한 열망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도 정상 타령을 하지 않고 순순히 계곡을 향해 아래로 아래로 발길을 옮겼다. 막강한 습기로 최고의 발화력을 보여주는 진초록의 자연을 경배하며 무리무리 내려오는 길, 드디어 계곡이 보였다.

소심하게는 탁족부터 대범하게는 알탕까지 버라이어티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몸의 근심’이 너무 심한 탓에 그 풍경에 동참하지 않고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 정창기 센터장님과 서둘러 하산했다.

그 희희낙락 풍경의 사연은 나의 벗 장채순에게 들은 바를 전하자면, 팔순의 이영구 선생님께서 수영복을 준비해 오는 알탕에의 열정을 보이셨다 한다. 그렇게 몸소 투신의 모범을 보이시니 다른 남성 회원님들 차례로 푸하푸하 몸을 날렸고, 새로운 즐거움에 모두들 크하크하 행복한 한때가 펼쳐졌다는데… 아, 여성 회원님 중에서는 강주혜 회원님께서 그 푸하푸하의 길에 동참하시는 용맹무쌍을 보이셨다고 한다.

그 좋은 풍경을 놓치고 때 이른 하산을 한 정창기 센터장님과 나는 오붓하게 화양구곡의 절경을 두런두런 둘러 새기며 내려왔다. 열 길이나 된다는 너른 바위가 꿈틀거리는 용을 닮았다는 와룡암, 낙락장송 모여 있는 언덕 아래로 백학이 모여들었다는 학소대 등. 군데군데 크고 작은 폭포와 너른 계곡이 이루는 광폭의 절경은 언뜻 동남아적인 이국의 정취마저 풍긴다. 우리는 외로이 맥주 한 캔씩 부여잡고 가게 앞에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온갖 말을 다했건만, 강산애 회원님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하산길이 더디기만 했다. 그래도 다들 무사히 하산하시고 올갱이국을 먹으러 올갱이 전문식당으로 움직였다. 쌀알 크기의 올갱이를 부지런히 건져 먹고 난 후, 그곳에서 맞은 또 다른 잔치는 건배 잔치. 연속 3회의 쓰리쿠션 건배사가 화양계곡에서의 화양연화, 정점을 찍는다.

먼저 처음 건배사는 이영구 선생님과 함께 오신 새로운 회원 오세범 님이다.
42세에 사법고시 도전의 길에 들어서 57세에 당당히 합격한 분이란다. 그분의 건배사인즉 이렇다.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을 사랑하며 오늘을 최선 최고의 날로 꾸미라는 말씀이다. 얼핏 흔한 자기개발서의 식상한 수사인 듯하지만 ‘화양연화’ 속에서의 울림은 다르다. 화양연화는 어느 한 시절에 그치는 한때의 추억이 아니라 매일매일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그 사람, 그리고 그와 함께한 시간이라는 것. 그러니까 하루하루가 언제나 화양연화이어야만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상 불교에서의 깨달음 또한 이것일 것이라. 오늘 내가 마주친 마애불의 뜻 역시 이것이었음을 알겠다.

두 번째 건배사는 누구보다 우리들의 생존조건인 몸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시는 조명진 회원님의 ‘우하하’. 그리고 세 번째 건배사는 이영구 선생님의 늘 너무 오래도록 따뜻한 마무리. 그렇게 산행은 저물었다.

그런데 오늘의 역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갱이 성찬을 하고 난 후 서울행 버스 탑승까지의 시간, 그 잠깐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강산애 팔씨름 대회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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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나 이상실이다. 올갱이 음식점 앞에서 잠시 서성이며 강산애 회원님들을 이분 저분 눈여겨보는데 유난히 거센(?) 팔뚝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 아니겠는가. 우선 연약한 노주환 회원님의 팔뚝과 초등 시절 반대항 팔씨름대회에서 3등을 한 내 팔뚝이 붙었으나, 결과는 노주환 회원님 승!

이어서 석락희 대장님과 노주환 회원님의 대결, 결과는 석 대장님 승리! 다시 석락희 대장님과 가히 휘광을 두른 듯 우람한 팔뚝의 문인근 선생님 맞짱. 그러나 석 대장님 연이은 승!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영구 선생님과 장채순 회원의 너무도 치열했던 막상막하 팔뚝 겨루기. 이 겨루기의 결과는? 아름다운 무승부. 모든 선수가 끼약끼약 환호에 감싸인 한떼의 화양백로들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번 산행은 정상에 꼭 올라야 된다는 의지가 없었기에 정상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없는 유일한 산행이다. 그럴지라도 푸른 물, 푸른 산, 푸른 마음이 어우러져 강산애 세 문자에 제대로 방점을 모두 찍은 덕분에 아마도 모두들 마음으로 찍은 사진이 가장 많았던 산행이었으리라.

진정 함께여서 행복한 기쁨의 무리 강산애 여러분~
매일매일 절정의 삶으로 빛나시기를! 그러니 우리 모두 오늘도 ‘화양연화’ 속으로 거침없이 하이킥.^^

글_ 이상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사진_ 강산애 회원 여러분

  • 3make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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