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난 2월 15일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 로니 애버겔 초청 강연 및 컨퍼런스가 국회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로니 애버겔의 강연을 공유합니다. 이 강연은 휴먼라이브러리의 시작, 취지, 접근방법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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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여러분. 오늘 여기서 이렇게 많은 분들을 만나다니 놀랍고 기쁠 따름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여기 오신 이유가 저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걸음을 해 주신 것은 제가 아니라 휴먼라이브러리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아시다시피 저는 휴먼라이브러리 설립자 중 한 명입니다. 또한, ‘휴먼라이브러리 오가니제이션(The Human Library Organization)’이라는 단체의 CEO이자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휴먼라이브러리 오가니제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휴먼라이브러리를 홍보하고 행사가 취지에 맞게 열리도록 지원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저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유럽평의회(The Council of Europe)와 노르딕 미니스터 카운슬(The Nordic Minister Councils)에서 발행한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자를 위한 가이드(Guide to Organizers of the Human Library)>를 집필했습니다. 또한 서던 덴마크 대학(The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에서 저널리즘으로 학위를 받았습니다.

세계 곳곳의 놀라운 지역을 방문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때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지냅니다. 제가 자라난 곳이고 현재,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곳입니다. 불행하게도 작년에 갑작스럽게 제 오랜 파트너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오늘 여기 모이게 된 주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휴먼라이브러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차이를 좁힐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실, 우리들은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공통점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죠.

여러분이 오늘 여기 모인 이유는, 저와 제 친구들이 2000년 2월에 함께 모여 앉았던 이유와 같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스탑 더 바이얼런스(Stop The Violence, 폭력을 멈추자)’라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죠. 그때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아이디어와 방법론이 처음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그저 단순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 서로 대화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휴먼라이브러리를 시작했습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이웃, 직장 동료, 친구와 함께 대화를 나누기에 껄끄러운 주제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걱정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답을 알고 싶은 그런 주제들 말입니다.

결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함께 마주 앉아 일상적인 주제가 아닌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오해, 편견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 아니, 상대방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공간. 이런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는 도서관이라는 형식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은 전 세계적으로 중립적인 정보 센터라고 여겨지는 곳입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배우고, 궁금한 정보나 자료를 찾는 공간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중립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이라는 형식이 가장 알맞을 것 같았습니다.

서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정 집단의 사람들에게 뭔가 불만이나 이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서로 차이가 해소되거나 새로운 시각 혹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닦는 셈이죠.

이렇게 해서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새로운 도서관이 탄생했습니다. 기존 도서관과는 달리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신개념 도서관이 시작된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이러한 새로운 정보들이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학교, 대학, 컨퍼런스, 직장, 도서관 등 진행 장소는 다양합니다.

이러한 대화 공간에 대한 요구는 지역을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가 변화하고 전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서로가 얼마나 다른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다양성 이슈가 점점 중요해져 가고,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의 증가는 해당 지역 사회에 강점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지식이나 능력 그리고 시각이 확장될수록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단, 개인의 다양성이 모여서 지역 전체의 공동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사람들이 각각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오직 대화와 열린 마음을 통해서만, 오래된 관습적 편견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꼬리표를 떼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성이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인권 옹호를 목적으로 하는 휴먼라이브러리가 좀 더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마치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친구 중 하나가 배를 6번이나 칼로 찔리는 일이 없었더라면, 저와 제 친구들은 ‘스탑 더 바이얼런스’를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활동을 통해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어떻게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가 겪은 폭력 사건이 없었더라면, 저는 휴먼라이브러리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테고, 전쟁을 딛고 이렇게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 낸 한국이라는 나라를 방문할 기회도 없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입니다. 언젠가는 휴먼라이브러리가 남북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제가 실수로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가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더 나쁜 무언가가 될 수도 있었죠.
저는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콘셉트가 가지고 있는 힘과 전 세계에 적용 가능성을 빨리 깨달았습니다. 지구상에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 또는 우리와 다른 사람,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 우리가 믿는 것과는 다른 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소위 꼬리표를 붙입니다.

이러한 꼬리표를 달고 있는 사람들, 즉 우리가 그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함께 대화를 나눌 일은 없을 것 같은 사람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휴먼라이브러리입니다. 이들은 휴먼라이브러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서 사람들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인해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공유합니다. 자신의 종교, 사회적 지위나 배경, 직업, 교육, 성 정체성, 인종이나 민족 때문에 차별을 받았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 또한 많은 편견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사람들을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에 근거해 판단하곤 했습니다. 저의 이러한 편견들에 도전해 보고 싶었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과연 진실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매우 제한된 정보만으로 사람들을 유형화하는 것이 죄악은 아닙니다.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합니다. 아마도 여러분들 중 많은 분들은 이미 저를 판단하셨을 겁니다. 제가 여기 선 지 몇 분 만에 말입니다.

제 모습을 보고,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여러분은 제가 어떠한 사람인지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여러분은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각이나 통찰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뭔가 잃을 것이 있을까요? 상대방에 대한 나의 섣부른 판단 정도가 아닐까요?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내가 그동안 한국인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살아오면서 겪었던 한국인에 대한 몇 가지 인상이나, 한국인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들을 통해서 가지게 된 생각들이죠.

제가 한국인에 대해 가지게 된 첫 번째 부정적 인상은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의 1989년 영화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를 통해서였습니다. 뉴욕 브루클린의 한 동네인 베드스투이(Bed-Stuy) 지역의 길모퉁이에 3명이 술에 취해 앉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건너편 과일가게를 바라봅니다. 과일가게 앞에서 한국인이 사과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은 그 지역 흑인들의 상황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길거리 상점 모두를 흑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며 한국인에 대한 욕설을 퍼붓습니다.

미국에 온 지 고작 2주밖에 안된 한국인들이 이곳 흑인 지역에서 가게를 열고 있다며 경멸스러운 어투로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요즘 서유럽 국가의 정부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 중 하나는 이민자들이 수동적이며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한국인들의 적극적인 추진력이나 일에 대한 성실한 자세와 헌신, 이민 사회에 대한 기여는 분명 높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는 제게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갖게 했습니다. 한국인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 인상입니다.

이제 한국인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재미로 한번 해보는 겁니다.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여러분과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그냥 웃어 넘길 내용도 있을 테고, 인정할만한 내용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작해볼까요? 단,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단지 편견이나 고정관념이란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드리기 위한 예시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휴먼라이브러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예시일 뿐입니다.

“한국인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야기한다.”
“한국인은 폐쇄적인 공동체의 일원이다. 외부인이 그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인은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과 융합되기를 원치 않는다. 몇몇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인이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들로 보일 수 있다. 심하게는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편협한 사람들로 보이기도 한다.”

“한국인은 자신이나 자녀들이 항상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거나 그러한 목표를 추구하도록 채찍질한다. 과도할 정도로 야심이 넘치며 진지하고, 긴장한 채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 내용은 한국에서 12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던 한 교육자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기사에서 읽은 것입니다. 그는 기사에서 한국 어린이들의 학교생활을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이른 아침, 수업 전에 학교를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늦은 밤에 그저 잠을 자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말이죠. 그리고 다음날엔 똑같은 일과가 반복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한국 아이들에게는 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아이처럼 굴거나 그 시기를 즐길 수 있는 어떠한 공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30년 후 덴마크에서 우리는 어떤 직장도 구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뒤쳐지고, 똑똑함에 있어서도 뒤쳐질 뿐 아니라 일주일에 아주 편하게 37시간을 일하는 현재와는 달리 그 때가 되면 50~60시간을 일하도록 요구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에 대한 저의 마지막 고정관념은 직장과 교육이 이 사회에서 지니고 있는 위상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인은 직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때 직장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제가 할 일을 잘 해냈지만 조직의 요구가 변했거나 조직이 제가 한 일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저도 많이 실망했고 저 자신이 실패자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저는 제가 실패자가 아니라, 부실한 조직 경영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한국인에게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인생 또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어떤 한국인은 직장을 잃고 난 후 집에 돌아가 자살을 할 수도 있다.”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저는 “그건 그냥 직장일 뿐이다, 일은 또 나가서 구하면 된다, 나는 그저 인간일 뿐이다, 어떻게 내가 모든 일자리에 꼭 맞는 사람이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라고 한국인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한 저의 선입견은 “이 역동적인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이다. 교육 수준이 높아야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 학벌이 떨어진다면 그 사람의 가치도 떨어진다.”라는 것입니다.

교육과 관련한 이러한 특징은 특별히 한국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 세계 선진국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어떤 위계질서를 만들어 왔습니다. 한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지위가 학벌이나 직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학벌이나 직업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걸 말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훨씬 더 많은 것들로 한 사람이 표현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예로 들었던 한국인에 대한 저의 편견이나 고정관념 중 과연 몇 가지나 사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확인해 볼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접근방법이 휴먼라이브러리의 핵심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직접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 말입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대면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인 동시에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줍니다.

휴먼라이브러리 개최와 관련한 기술적인 방법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한 가지 더 생각해봐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왜 누군가가 교육수준, 인종이나 민족, 종교, 생활방식 등으로 인해 비난 받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소외되는 문제에 대해 신경 써야 하는가?”

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일 수 있는 권리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으로 체결된 약속을 지키고 살아가는 한, 우리는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겉모습이나 타이틀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판단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참여의 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점점 분열되고 갈등은 더 고조되고 너와 나 사이의 차이는 점차 확대될 것입니다. 화합은 지역사회를 통합하고 평화와 안전과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우리가 화합할 수 없다면 사회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우리 모두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점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저의 모국인 덴마크 사례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덴마크는 매우 작지만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안데르센 동화에서부터, 레고(LEGO) 블록, 아마도 세계 최고의 맥주라 할 수 있는 칼스버그까지 덴마크인은 그들의 발명품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전 세계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발전을 이루어왔습니다. 무역, 판매, 운송(머스크라는 회사도 잊어서는 안 되죠.) 등이 유명하죠.

매년 진행되는 국가 행복도 조사에서 덴마크는 오랫동안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마치 덴마크인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덴마크 사람들 중에 이 결과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이 조사에서는 그렇다고 말합니다.

금융위기와 불황이 유럽을 강타하면서 절망과 체념이 표면 아래 도사리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나 실업자들을 쥐어짜면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사회적 불균형만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하면 과연 이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들은 자포자기하여 극단적이 됩니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요? 그들은 더욱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요즘 덴마크 젊은이들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주머니 속에 값비싼 삼성 스마트폰이나 애플 아이폰을 넣고 다니기 때문이죠. 이들은 길거리에서 극단적인 사람들, 종종 소외지역이나 불우한 환경을 가진 사람들의 강도 행위에 표적이 됩니다. 이러한 유형의 범죄가 현재 덴마크에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사회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분열되고 있습니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일정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단지 이슬람 국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정신 질환을 겪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어떠한 지위를 갖는 것이 허락되지 않거나 또는 제도적으로 배제된 사람들 사이에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평화롭게 화합하며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제 딸의 아이폰이나 값나갈만한 물건을 훔치기 위해 그 아이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가 밖에 나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을 매일 걱정해야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강도 행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제가 지금 내고 있는 세금을 생각할 때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덴마크가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덴마크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사회 화합을 이루어내어 그 누구도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죽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제공하는 ‘기회’를 사랑합니다. 저는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코네티컷 주의 밀퍼드라는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최근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미들타운이라는 곳에서 10마일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이러한 총기난사 사건은 제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사회적 배제’의 징후를 보이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LA 타임즈에서 있었던 사건도 이와 유사한 사례입니다.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자신이 신고 있던 150달러짜리 새 나이키 운동화를 뺏으려는 강도에게 저항하다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우리가 정말, 고작 스마트폰이나 운동화 때문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지금 여기 이렇게 서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기 서있는 것입니다.

휴먼라이브러리를 개최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입니다. 기본 원칙과 기준만 이해한다면 간단합니다.

먼저 행사가 열릴 해당 지역 사회에 어떠한 편견들이 존재하는지 확인합니다. 그 다음에는 각 편견을 대표해 독자와 만나게 될 사람, 즉 ‘사람책(Human Book)’을 선정합니다. 그러고 나서 행사장소와 운영 시간, 대출 시간 등을 결정하고 홍보 자료를 준비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공간에서 사람책 대출이 이루어지고, 독자와 사람책은 진지한 대화를 통해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됩니다. 저희와 협력하면서 행사를 원활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원칙은 간단합니다. 바로 행사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행사의 내용이 올바르지 않거나 목적이 불분명하다면 이 행사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도전하기 위한 행사여야만 합니다. 그럴만한 용기가 없다면 다른 일을 찾아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혹시나 한 순간이라도 독자들이 자신의 편견에 도전할만한 용기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정말 독자들을, 그들의 의지를 그리고 휴먼라이브러리를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몇몇 단체들은 휴먼라이브러리가 해당 단체의 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종종 괴물과 같은 행사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단체들 때문에 저와 제 동료들은 괴물 소탕의 역할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시간을 이러한 일에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정말 단순한 개념입니다. 그 목적을 혼동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한 단체가 휴먼라이브러리 콘셉트를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단체는 정신 질환 이외에 다른 편견을 행사에 포함시키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숙인과 관련된 사람책만으로 휴먼라이브러리를 개최했습니다.

이 행사는 휴먼라이브러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독자들에게 거의 어떠한 선택권도 부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휴먼라이브러리의 의미를 특정 이익 집단의 선전이나 마케팅을 위한 도구로 축소시킨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어떤 편견에도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를 우리는 괴물 같은 행사라고 합니다.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이름 하에서 이러한 행사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괴물 행사를 여러 번 봤습니다. 단지 자신들이 소속된 작은 집단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단체나 사람들의 행사들이었죠. 괴물 행사 중에는 특히나 문제가 되는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의 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NGO는 LGBT에 대한 불관용 이슈를 다루기 위해 휴먼라이브러리를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LGBT에 대한 편견은 충분히 도전받아야 할 이슈이지만, 사람책을 LGBT로만 채운다는 것은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커다란 자극이나 도발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행사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극우주의자들의 방해를 받았습니다. 극우주의자들은 사람책에게 집으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폴란드에서 LGBT 문제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차라리 게이 한 명과 레즈비언 한 명을 다른 편견을 대표하는 사람책 15명 정도와 섞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접근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특별히 자극하는 일도 없었겠지요.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괴물이 아닌 진짜 휴먼라이브러리를 개최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극우주의자와 같은 사람들과 얽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이 반드시 괴물 같은 행사를 개최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러시아 보로네시라는 지역에 있는 우리의 파트너 단체는 타인에 대한 관용과 이해 증진을 위해 지역 북 카페 겸 도서관에서 휴먼라이브러리를 개최했습니다.

이 행사는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자와 사람책에게 후추가루를 뿌려대는 한 젊은 극단주의자의 방해를 받았습니다. 하도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경찰이 와서 곧바로 그를 체포해 갔기 때문에 그에게 관용이나 이해를 베풀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시아는 특히나 LGBT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곳이라서 휴먼라이브러리 같은 행사를 진행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게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했다면, 거리를 걷다가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거나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그런 곳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회가 과연 이런 모습일까요?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숨겨야만 하는 그런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기를 원하십니까? 그런 사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휴먼라이브러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비난이나 편견,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여기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서 명확하게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회복하고 화합과 이해를 증진시켜서 갈등이나 폭력을 예방하는 것이 휴먼라이브러리의 미션입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 미션에 동참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존재하도록 조종당하고 억압받는 세상이 아니라, 개인들의 소중하고 놀라운 개성과 다양성이 풍성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관용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쉬운 미션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대학으로, 조그만 동네에서 큰 도시로, 단일 국가에서 대륙으로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휴먼라이브러리도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덴마크에서 시작한 휴먼라이브러리는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 가능함을 증명하며 헝가리, 노르웨이, 포르투갈로 확대되었습니다. 우리는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한 요구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거기서 더 나아가 현재 60개국 이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올해 아프리카가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7대륙 전체에서 휴먼라이브러리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우리는 한국에 왔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느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휴먼라이브러리라는 형식을 원하긴 하지만 다양성 추구라는 휴먼라이브러리 원칙이나 내용에 대해서 이해나 존중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책은 스토리텔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역할은 해당 편견에 대해 독자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휴먼라이브러리를 시작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왔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의 원래 취지 그대로 행사가 개최되어, 한국 사회에 휴먼라이브러리의 진정한 잠재력과 영향력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를 제대로 구현할 용기도 없는 단체가 단지 홍보나 마케팅에 급급해 행사를 진행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여기에 참석하신 여러분은 지역의 리더로서, 이러한 미션을 수행해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실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한국 휴먼라이브러리가 아름다운 정원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한국 사회를 발전시키고 풍요롭게 하며, 사회에서 배제되었던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 나라마다 고유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사람책, 즉 전 세계 공통적인 편견도 분명 존재하지만, 많은 편견들이 그 내용에 있어 각 지역 마다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행사를 개최할 때 각 지역의 문화나 정서적 차이를 고려해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진행되는 휴먼라이브러리의 운영자들 대부분은 모든 사람책에게 스톱워치를 제공해 제 시간에 반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국가에서는 사람사전, 즉 통역관을 준비해 언어가 다른 사람책과 독자의 대화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행사에 공통점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모든 휴먼라이브러리에는 훌륭한 사람책과 훌륭한 운영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중립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휴먼라이브러리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공인된 파트너 단체에 의해 열리는 휴먼라이브러리는 해당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인간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정체성대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관용과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희의 파트너이자 이번 행사를 개최한 국회도서관, 희망제작소 그리고 수원시평생학습관에 고마움을 전하며 강연을 마칠까 합니다. 이분들의 노고와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가 오늘 여기서 이렇게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희와 희망제작소는, 희망제작소가 휴먼라이브러리 한국 본부로서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데 서로 합의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한국에서 열리는 휴먼라이브러리가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괴물 같은 행사가 출현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입니다.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강력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있어 다시없을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기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희망제작소를 통해 공식 파트너로서 휴먼라이브러리를 개최하길 바라며, 여러분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리_ 이민영 (교육센터 연구원 migno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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