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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탐사 1>

풍요 속의 빈곤, 빈곤 속의 풍요

아주 낯설다.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희망탐사>의 첫 지역으로 오랜만에 찾아보는 경남의 여러 지역들이 낯설기만 하다. 왜일까? 귀에 익은 사투리, 눈에 익은 농촌풍경들이 여전히 친밀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시는 아파트로 뒤덮여가고 농촌은 폐가로 가득 찼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들이 폐교로 변한 지 오래고 동네에는 띄엄띄엄 할머니들만 보인다. 시골에 남은 친구들도 거의 없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는 이미 있는 길옆으로 또 다른 고가도로들이 건설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도로들인가.

농촌마을의 사람들은 중소도시로, 중소도시들의 사람들은 대도시로, 대도시 사람들은 서울로 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골에는 아이들이 없다. 한 면에 한 초등학교라도 유지하자고 결의한 어느 시골 군에는 한 명이 다니는 학교가 남았다고 한다. 그렇게 떠나간 농촌마을에는 돈 많은 도시사람들이 와서 양계장을 짓고, 골프장을 짓는다.

시골 군청이나 공공기관의 직원들도 그 지역에 살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에서 농촌으로 출퇴근한다. 미국이나 유럽과는 정반대다. 교외에 살면서 도시로 출퇴근 하는 것과는 반대인 셈이다. 우리의 농촌은 그렇게 버려졌고 도시는 언제나 만원이다.

그렇다고 농촌 지역에 돈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너무 돈이 남아돌아 문제라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여전히 공공토목건설공사를 하느라고 아우성이다. 공공건물들이 끝없이 지어진다. 그것은 대체로 수요자나 소비자, 시민 중심으로 지어지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쓸모없이 방치되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은 낭비되고 알뜰하게 사용되지 못한다. 늘 부실공사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대한민국과 지방도시는 하드웨어 중심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엄청난 돈을 들여 문화예술회관을 지어놓고 그 곳을 채울 전시와 공연은 아예 기획도 되지 않거나 예산이 배치되지 않는다. 지방의 문화예술은 가뭄에 논이 말라가듯이 타들어가고 있다.

하기는 우리 존재가 그렇다. 과거 10년 전, 20년 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잘 살게 되었다. 누구나 자동차를 굴리고 냉장고.TV를 가지고 있다.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누구나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새로운 옷과 구두와 가방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그러나 정작 그 안의 정신과 마음은 척박하고 빈곤하기만 하다. 가슴 아프게도 풍요 속의 빈곤이다. 다만 빈곤 속에도 풍요는 있는 법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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