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나를 키워준 사회에 대한 의무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들은 저마다 본인만의 기부 철학을 갖고 계십니다. 따뜻한 봄볕처럼 희망제작소에 애정을 갖고 지지해 주시는 조규영 후원회원님을 만났습니다.

“기부는 나를 키워준 사회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인이 헌금을 하듯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작은 매장을 운영해서 얻은 수입의 일부를 선뜻 기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에 후원을 중단할까 고민할 만큼 어려운 때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힘들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후원을 계속 했습니다.”

‘기부는 의무’라고 말하는 조규영 후원회원님은 2012년 2월부터 희망제작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에는 작은 매장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의료기기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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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평범한 시민은 생계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동시에 직접 사회적인 일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늘 마음만 가지고 있었어요. 희망제작소에 후원하기로 결심한 것은 당장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 해주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후원을 하면서 나도 간접적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어요. 이 땅에 희망을 만들고 또 그걸 정의롭게 나누는 희망제작소의 취지가 참 좋았습니다.”

조규영 후원회원님은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은 뒷전에 밀어놓고 있지만 나의 가족을 온전히 사랑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이야기하셨습니다. 더불어 기부는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모든 이웃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며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히셨습니다.

두 번째 인생에 나누고 싶은 희망

흔히 50대 중반이 되면 두 번째 인생을 설계하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노후 준비라고 하면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계획하고, 그 방법으로 자영업이나 건물 임대, 평생직장에서 급여를 받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규영 후원회원님은 꿈꾸고 있는 두 번째 인생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노후 준비요? 아직 아무것도 안 되어 있어요. 믿었던 국민연금도 우리가 수혜를 받을 때쯤 얼마나 보상이 될지 걱정이고, 남들은 따로 실버보험이나 노후연금 같은 것을 준비하던데, 저는 그동안 아이들 교육이다 또 퇴직금 등 전 재산을 작은 매장을 꾸리는 데 모두 투입해서 그럴 여유가 없었거든요. 이제부터는 그런 계획도 세워야겠지요. 몇 년 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면 아프리카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고 생각 중입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고난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시기를 어떻게 잘 극복하는가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조규영 후원회원님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는지 여쭤봤습니다.

“정년을 못 다 채우고 마치 조기강판 당하는 투수의 쓸쓸함과 자책 같은 마음으로 마운드를 내려오며 지난 26년 여 사회생활을 돌아봤지요. 그러나 ‘이것이 결코 인생의 은퇴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바로 다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평범한 시민의 깊은 희망

“저는 시민운동이나 정당 활동에 따로 참여하지 않는 그냥 평범한 시민입니다. 저 같은 사람들도 희망제작소와 함께 하면서 같이 꿈꿀 수 있어서 좋습니다. 처음 창립 때처럼 변하지 않은 숭고함을 스스로 지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입니다. 이 사회에서 희망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희망을 만들어 당당하게 나누고, 또 그런 좋은 일을 직접 할 수 없는 저 같은 사람들을 땅 속에서 건져 동참하도록 이끌어 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니어들의 자원을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청년과 함께 사업을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조규영 후원회원님과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봄바람을 타고 후원회원님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작은 희망의 불씨가 모이고 모여 큰 희망으로 자라고 퍼지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_ 석상열 시민사업그룹 선임연구원 / ssy@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