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청년이 청년을 이끈다

‘가만히 있으라’에 맞서, 지금 자기 자리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대안과 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힘이 되길 바라며 ‘뭐라도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뭐라도 하는 청년들(3)
청년이 청년을 이끈다, 청년나루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가 있고, 색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나타낼 수 있는 색과 그 색을 나타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행복한 삶은 모두 같은 색인 것처럼 돌아가고 있다.

강릉에서 만난 ‘청년나루’의 청년들은 유년기에 겪었던 획일화된 가르침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청년고독시대’를 살아가던 청년들이 ‘뭐라도 해보자’고 모인 것이다. 활동한 지 이제 막 2년 차에 접어든 이들은 각자도생하지 않고 재미있는 일을 함께하기 위해 오늘도 ‘판’을 짜고 있다.

희망제작소(이하‘희망’) : 청년나루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요?

청년나루(이하‘나루’) : ‘시민행동’이라는 시민단체에 모인 청년들이 ‘뭉치자!’고 의기투합해서 7명이 추진위원회를 꾸렸어요. 강릉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며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죠. 우리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하지는 않았지만, 세대 간의 소통, 문화, 사회참여, 지역참여, 정책참여 등을 하고 있어요. 크게는 청년들이 강릉에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어요.

희망 : 2015년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나루 : 올해 처음 시작한 활동으로 세월호 벽화 그리기를 했고요. 청년나루의 모든 활동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을 할지 정하고 있어요. 현재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요. 워크숍에서 우리가 직접 참여해서 지역사회를 바꿔보자는 의견과 청년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사실 지역에서는 청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요. 만나는 것부터 힘들죠. 대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 이 지역을 떠나고, 지역에 남은 청년들은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거든요. 우리가 지역에 남아 있는 청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면 강릉을 떠난 청년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어요. 저도 서울에서 3년간 직장을 다니다가 돌아왔는데, 저처럼 돌아오는 청년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같이 살자고 의지가 되어 주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희망 : SNS 활동을 보니까 정치적 이슈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여요.

나루 : 청년 역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거죠. 정치는 머나먼 남쪽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정치도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만나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나누고 필요하다면 공식적인 발언이나 행동도 할 수 있고요.


희망 : 청년나루 회원은 몇 명 정도인가요?

나루 : 주기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30명 정도이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40명 정도가 참여해요.

희망 : 모집은 어떻게 하나요?

나루 : 포스터도 붙이러 다니고 SNS도 활용하죠. 주최를 하는 사람, 프로그램 참여만 하는 사람 등 누구나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형태로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희망 : 청년나루의 구성원으로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괴리가 있나요?

나루 :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이 절충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제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아쉬운 점도 많이 있어요. 정책이나 지원이 우리의 활동과 연결이 되면 좋겠어요.

희망 : 청년나루 활동을 하고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나루 : 활동을 하기 전에는 저희끼리 청년 고독이라는 말을 많이 했었어요. 3년 전만 해도 강릉에서 또래의 청년들을 보기도 힘들었거든요. 이곳엔 내가 할 수 있는 활동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도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앞으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싶어도 청년들끼리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어요. 그런데 청년나루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고독이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어요. 청년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 청년나루의 성과라고 생각해요. 청년나루 때문에 청년들이 강릉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희망 : 각자 직업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퇴근 후나 일부러 시간을 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거죠? 어떤 관점으로 이 활동을 하고 있나요?

나루 : 두 가지 관점이 있어요. 우리가 주최로 이 활동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것과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사라져야 한다는 관점이 있죠. 청년나루 내부에서도 활동 관점이 각자 다를 거예요.


희망 : 강릉 청년들의 자발적 모임은 청년나루가 유일한가요?

나루 : 작년 12월에 강릉 청년들의 모임인 ‘사랑의 몰래 산타’와 ‘세 손가락’이 모여서 청년 네트워크 모임을 가졌어요. 세 손가락, 청년나루, 강릉에 살고 있는 청년 개개인 8천 여 명이 모여 있는 ‘강릉의 모든 것’이라는 페북이 있어요. 각자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있기 때문에 당장 무엇인가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고민을 나누며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희망 : 도시에 살고 있는 청년들을 강릉으로 오게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나루 :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서 서울 청년들을 강릉에서 살게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강릉에 머물면서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잠시 잊을 수 있고, 강릉에서의 좋았던 기억을 갖고 다시 강릉을 찾지 않을까요?

희망 : 전국 곳곳에 그런 움직임이 많아요. 홍성 풀무학교는 협업농장을 만들어 살고 있는데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한 번씩 농사체험을 하러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렇게 왔다가 계속 머무르는 친구도 있고 다시 살던 곳으로 가는 친구도 있고요. 거점을 만들어서 그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죠.

나루 : 외국에 교환학생을 보내듯이 지역에 교환학생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역에서 잘하는 것을 내세워서 학생들을 유치하는 거죠. 그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요.

희망 : 청년들이 지역으로 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루 : 취업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두려움이 걸림돌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낯선 곳에서 집도 구해야 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으면 그 두려움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요? 청년나루는 무엇보다 일단 한 번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요.

희망 : 청년나루는 지역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려는 것 같아요.

나루 : 그렇죠. 강릉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직업도 만들어서 청년들을 데리고 와야죠. 직업에 대한 인식개선도 필요한 것 같아요. 미국은 희망 직업 1순위가 농부라고 해요. 외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직업으로 하려고 하지, 돈 많이 버는 직업이 1순위가 아니잖아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모두가 도시에서 살려고 애쓰지 않을 것 같아요. 다양한 삶의 방식만큼 사는 곳도 다양해지겠죠.

희망 :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을 보면서 ‘지역에 희망제작소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루 : 사실 지역에도 희망제작소와 같은 곳이 필요해요. 활동하면서 마음 아픈 부분이 “여기는 이래서 안 돼, 서울로 갈 거야.” 라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요. 서울에서는 통하고 여기서는 안 통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거죠. 서울에선 붐이 일어날 일들이 강릉에선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것들은 조금 답답해요.

희망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루 :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은 지역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 하겠구나 막연히 생각만 하지 정작 본인이 나서서 하려고 하질 않아요. 대부분 직업이 먼저이기 때문이죠. 이 부분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강릉은 청년나루가 있기 때문에 ‘판’은 이미 깔렸다고 생각해요. 이제 이 판에서 함께 할 청년들을 더 많이 모아서 강릉에서 재미나게 살아야죠.

인터뷰 진행 및 정리_ 정효정 정책그룹 연구원 / july@makehope.org
                   우성희 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sunny02@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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