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폐교에 무작정 짐을 푼 별에별꼴 청년들

‘가만히 있으라’에 맞서, 지금 자기 자리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대안과 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힘이 되길 바라며 ‘뭐라도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뭐라도 하는 청년들(2)
폐교에 무작정 짐을 푼 별에별꼴 청년들

산 좋고 물 좋은 충청남도 금산에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젊은 신선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선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21세기에 걸맞게 청년자립협동조합 ‘별에별꼴’을 운영하면서 자급자족하는 귀촌청년공동체라는 것이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면서 폐교에 짐을 풀고 무작정 살아가기를 시작한 배짱 두둑한 젊은 신선 8명. 이들이 어떤 꼴로 살고 있는지 궁금하여 직접 찾아가 보았다.

희망제작소(이하 희망) : 각자 소개 부탁드린다.

보파 : 대학시절부터 청소년과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진로 고민을 하던 중 간디학교 인턴교사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대안학교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진로를 정할 때 대안적인 모델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 간디학교 학생이었던 효선이와 대안적 삶을 지향하는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지역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차츰 대안교육의 눈으로 보게 되었다. 지금은 전국에서 모인 8명의 청년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면서 발랄하게 지내고 있다.

별에별꼴 식구들이 꿈꾸는 삶의 가치는 지역 안에서 유기적이고 생태적으로 자급자족하는 삶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배우기 위해 주 1회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한다. 우리가 배우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지역에서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유진 : 월간 토마토라는 지역문화잡지에 실린 별에별꼴 기사를 보고 올해 3월 중순 학교를 휴학하고 별에별꼴에 합류했다. 농사는 어렵지만 별에별꼴에서 하는 다양한 일들이 재미있어 보였고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불어 ‘나 자신을 발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이곳에 왔다. 학교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벗어나 생활해 보고 싶었다. 별에별꼴에서 오토바이와 요리를 담당하고 ‘돌멩이 깔깔’(별에별꼴 소식지)의 편집장을 겸하고 있다.

권오주 : 깡 센 서민이라는 뜻을 가진 3인조 밴드 시수까스게리야라이녠에서 노래를 맡고 있다. 주말에는 인근 도시인 대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을 주제로 버스킹을 하고 있다. 별에별꼴에서 생활한 지는 10개월째다.

키다리 : 경기 지역에서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교육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청년 공동체로 관심이 옮겨졌다. 두세 차례 별에별꼴을 방문하다가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역동적인 성장 가능성과 청년스러움에 이끌려 오게 되었다.

김웅 : 2012년 12월,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간디학교가 주최한 계절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캠프에서 별에별꼴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이후 간디학교의 교사연구과정을 들으며 별에별꼴에 자주 방문했다. 대학 졸업 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돈을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점이 큰 매력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이러한 관심을 별에별꼴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펼쳐보고 싶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두발로 쿵쿵’(어린이캠프)처럼 지역사회 청소년들과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처음에는 공동체에 관심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귀농귀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별에별꼴에 있으면서 지역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밖에서는 주어진 일을 하지만 여기서는 힘들어도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래서 계속 이곳에 머무르게 되는 것 같다.


희망 : 농촌에서 살기 시작한 청년들을 보면 주로 농사를 중심 활동으로 하는 것 같은데 별에별꼴은 다른 것 같다.

보파 : 농사라는 것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농(農)을 경제구조로 가져오려면 10년을 봐야 한다. 지금 모인 사람들은 농사 프로젝트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이 없다.

김웅 : 농사에 대한 관심보다는 지역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귀농귀촌을 하면 꼭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틀을 깨고 싶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한 농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망 : 현실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벽한 자급자족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 최소한의 화폐는 어떻게 조달할 계획인가?

김웅 : 애초에 적게 사용하고 서로의 재능을 나누면서 문화생활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요즘 별에별꼴의 화두는 경제적 자립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효선이는 옆 동네 스님에게서 차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 야생초를 채집하고 가공한 수제 차를 판매하고 있다. 면 생리대, 자운고(연고) 등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권오주는 음악을 만들어 공연하고 앨범을 만들고 있다. 개인 용돈벌이로 강연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공공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 캠프 공간을 임대하고 건물 관리비도 내고 있다. 우리가 넉넉하게 벌지는 못하지만 벌이 안에서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희망 : 별에별꼴만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소개 부탁드린다.

보파 : 주 1회 ‘식구회의’를 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고 다음 일주일 살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이때 월마다 돌아가면서 왕 역할을 한다. 왕은 애매한 상황 또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왕은 추천을 통해 뽑는다. 더불어 왕이 되었을 때 각자 불리고 싶은 것(각하, 공주 등)으로 한 달간 불리게 된다. 6월의 왕 권오주 공주는 식구회의의 즐거운 분위기를 위해 성대모사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김웅 : 문화는 별에별꼴이 강점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는 부분이다. 공동체 생활에서 인간관계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식구회의에서도 이를 풀어보려 하는데, 식구회의는 단순히 일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기복과 컨디션을 솔직하게 나누는 자리다. 식구가 많아지면서 식구회의에서도 풀지 못한 것을 최근 ‘마음나누기’라는 것을 통해 우리의 갈등과 마음에 대해 대화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그 안에서 솔직하게 얘기하고 편견을 깨려고 한다.

보파 : 올해는 못했지만, 식구회의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공동체 비전 찾기 워크숍을 주 1회 했었다. 올해 상반기는 경제적 자립에 신경 쓰느라 일에만 치우쳐 식구회의의 원래 취지를 소홀히 했는데 최근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깨닫고 식구회의 취지를 되살리려고 하고 있다.

희망 :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보파 : 작년에 마을 소식지로 ‘돌멩이 깔깔이’를 제작했었다.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를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그러나 돌멩이 깔깔이가 일방적인 교류에 그쳤다는 자체평가가 있었고 지금은 별에별꼴 소식지로 제작되고 있다. 비록 마을 소식지를 통해 주민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일어날 것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소식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만난 인연들이 소중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돌멩이 깔깔이를 통해 마을 아이들(중학생 이하)이 별에별꼴로 놀러오기도 했고, 이장님과 인터뷰를 한 인연으로 올해 이장님과 함께 콩농사를 짓게 되었다. 현재 돌멩이 깔깔이는 계절별로 연 4회 제작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추수할 때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마을 주민들을 초대해 연 1회 ‘건천리 깔깔 축제’를 하고 있다.

희망 : 지역사회와 어떻게 교류하고 있나?

보파 : 현재 마을기업에서 지원받고 있다. 처음에는 ‘충청남도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2기’로 시작했다. 별에별꼴이 위치한 지역은 충청남도지만 천안보다는 대전이 가까워서 대전 풀뿌리센터에서 지원을 받았다. 충남이 농촌이기 때문에 대부분 영농조합 형태인데 별에별꼴은 독특한 형태의 협동조합이라 도에서 우리에게 관심이 많고 적극 도와주신다. 그리고 대안교육을 진행할 때 옆 마을에 있는 금산간디학교와 연계하여 우프, 워크숍 등 함께 하는 일이 다양하다.

희망 : 별에별꼴처럼 공동체적 지역살이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보파 :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해야 한다. 더불어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별에별꼴도 자신의 마음과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문화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초 워크숍을 할 때 공동체의 가치관과 비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비전과 가치관까지 함께 알아나갔다. 이를 통해 서로 응원하고 동시에 지지받을 수 있었다.

희망 : 별에별꼴의 비전은 무엇인가?

보파 : 크게는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자급자족하면서 살자는 것이다. 꼭 건천리가 아니더라도 같이 즐겁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별에별꼴을 다양한 지역에 만들어 어디든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는 생태적으로 사는 마을을 일구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공동체였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청년스러움을 유지해서 꼰대가 되지 않고 좀 더 실질적인 자급자족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김웅 : 별에별꼴은 생긴지 3년밖에 안된 곳이다. 폐교에서 생활한 것은 2년 됐다. 며칠 전 어떠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비전을 세우기 위해 별에별꼴 워크숍을 했다. 비전을 얘기하는데 있어 청년스러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를 했다. 청년이 도대체 무엇인가? 나이나 결혼여부에 따른 것일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청년스러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려는 정신이었다.

희망 : 본인에게 별에별꼴이란 무엇인가요?

김웅 : 묘한 매력이 있는 곳 같다. 같이 살고 있지만 자기를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학습된 삶과 주변환경에 의해 내가 ‘나’로 살기보다는 ‘남들에게 기대되는 사람’으로서 생활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로서 나를 바라보게 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보파 : 자유!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관과 신념이 자유로우며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자유로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공간과 환경으로서 별에별꼴은 온전히 나를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청년스러움이란 무엇일까? 별에별꼴의 젊은 신선들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남겨주었다. 청년스러움이란 호기심과 도전정신, 그리고 세상을 더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닐까.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청년스러움이란 무엇인가?

인터뷰 진행 및 정리_ 이은주 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artenju@makehope.org
                   이동호, 최지은 33기 인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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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인터뷰는 (구)뿌리센터 인턴 연구원들의 지역탐방 프로젝트로 2014년 6월 24일 진행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자립을 꿈꾸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연재 취지와 부합하여, 1년이 지났지만 인터뷰를 싣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