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두 명의 필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혁신·교육思考
(10) 나를 더 사랑하는 법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명인 요셉 보이스(Joseph Beuys)가 한 말로 인간은 창조적이며 누구나 창의성을 계발하고 발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주입식 교육과 입시 경쟁을 통해 획일적 모습의 성공을 꿈꾸며 산업 발전의 일꾼으로 성장한 우리들에게 나만의 독창적 시각으로 사물을 새롭게 보고 내 목소리나 몸짓으로 무언가를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내가 뭘 해야 할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면 어떨까? 뭔가 특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필요 없이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면 예술도 한 번 해볼만하지 않을까?

미란다 줄라이(Miranda July)와 해럴 플레처(Harrell Fletcher)는 예술가로서 날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종종 다른 사람들의 지시에 따르면서 가장 신나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바로 그 순간 진정 새로운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뜻밖의 깨달음을 얻은 후 두 사람은 <나를 더 사랑하게 되기(Learning To Love You More)>라는 웹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프로젝트 내용은 간단하다. 줄라이와 플레처가 웹사이트에 과제를 제시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여 그 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물을 웹사이트에 올리면 된다. 결과물은 과제에 따라 사진, 글,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단, 참여자들은 가능한 정확하게 제시된 과제 내용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결과물이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진부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줄라이와 플레처는 간단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참여자들이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각 과제가 의도한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70개의 과제에 8천 명 이상이 참여하며 2009년까지 계속되었다.

줄라이와 플레처가 제시한 과제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은 것들이다. 비교적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과제가 있는 반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과제도 있고, 혼자 할 수 있는 과제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필요한 과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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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9 : 누군가의 주근깨나 점을 연결해 별자리 그리기
상세 가이드라인 : 누군가의 몸에 있는 주근깨나 점 등을 볼펜을 이용해 연결합니다. 그렇게 연결된 별자리는 추상적인 형태일 수도 있고 뭔가를 닮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몸이 아니라 꼭 다른 사람의 몸에 그려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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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27 : 태양을 사진에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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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30 : 낯선 사람들에게 손을 잡게 한 뒤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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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32 : 나를 울렸던 영화의 한 장면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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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33 : 다른 사람 머리 땋아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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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63 : 응원의 게시물 만들기
좌-당신은 꼭 찾아낼 거예요, 가운데-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우-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이외에도 일상적이지만 미처 잘 생각하거나 실행하지 못하는 과제들이나 재미 있는 과제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과제 등 그 내용이 다채롭고 흥미롭다.

몇 가지 예

○ 나의 과거 및 현재 생활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과제

– 과제 10 : 자신의 하루를 전단지로 만들기
– 과제 14 :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기

○ 죽음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과제

– 과제 31 : 죽음을 앞둔 사람과 시간 보내기
– 과제 51 : 죽은 뒤 자신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은지 생각하기

○ 가족 및 이웃에 대한 과제

– 과제 2 : 이웃 사람들의 노래나 연주를 녹취하기
– 과제 20 : 두 가족의 합동 가족사진 찍기
– 과제 35 : 내가 뭘 하고 다니는 것 같은지 가족에게 물어보기
– 과제 39 : 부모님이 키스하는 모습 사진 찍기

○ 타인이 처한 상황 및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과제

– 과제 3 : 어린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만들기
– 과제 13: 범죄가 일어난 후의 순간 재연하기
– 과제 59 : 전쟁을 겪은 사람 인터뷰하기

○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해 보는 과제

– 과제 34 : 항의 팻말을 만들고 시위하기
– 과제 61 :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정부에 대해 이야기하기
– 과제 62 : 교육적인 내용의 공공 게시물 만들기

○ 큐레이팅 과제

– 과제 8 :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공공장소에 전시하기
– 과제 28 : 사진 앨범 편집하기
– 과제 43 : 부모님 댁에 있는 작품들로 전시회 열기

○ 공예, 미술, 행위 예술 관련 과제

– 과제 16 : 종이로 침대 모형 만들기
– 과제 46 : 레이몬드 카버의 <성당> 그리기
– 과제 47 : 누군가를 울렸던 영화의 한 장면 재연하기

이러한 지시적 과제를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의 욕구를 깊이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돌이켜보게 된다. 또한 나를 좀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며 타인과의 소통도 좀 더 원활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표현’과 ‘소통’의 실천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좀 더 예술과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글_ 정선영 (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 참고

이 글에 사용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되기(Learning To Love You More)> 공식 홈페이지이다.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한국판 제목은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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