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그는 사진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오래된 수동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누볐다. 셔터를 누르는 일이 그저 좋았다. 교과서 대신 렌즈를 손에 꼭 쥔 채 사진학과에 진학했고, 스무 살 무렵부터 10년째 사진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사진 일은 항상 힘들어요. 그래도 좋습니다.”
잡지사 사진기자에서 결혼사진 촬영, 아기 사진 전문 스튜디오 운영까지 안 해본 일이 없고 안 찍어본 사진이 없다. 늘 괴로움이 따르는 생업 전선이지만 행복했단다. 자신을 소개하는 사진가 김성애씨의 목소리에는 삶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나왔다.

그가 희망제작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중순에는 사무국을 찾아 여덟 시간에 걸친 촬영을 소화해냈다. 소기업발전소에서 지원하는 회사들의 인터넷 판매를 돕기 위해 웹상에 올릴 제품 사진을 찍는 작업이었다. 정성껏 만든 제품을 더욱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김씨는 찍고, 찍고 또 찍었다. “평소보다 배 이상 신경을 쓰다 보니 예상보다 촬영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도 사진을 파는 사람입니다. 그 분들 고충을 이해하죠.”
소기업발전소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있던 동생의 부탁으로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셔터를 누르면서 자신의 지난날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젊은 나이에 홀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영업에서 홍보까지 많은 부분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다 보니 자금문제로 홍역을 치러야 했던 기억이 스쳐간 것이다.
”?”“소기업 직원 분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번이라도 더 찍게 되더라고요.”

그는 올해 2월 인터넷에 ‘카메라 에피소드’ 라는 사진 동호인 카페 (cafe.naver.com/episode2008)를 열었다. 이 또한 사진을 통한 나눔 활동의 연장이다. 김씨는 “처음 사진을 배울 때 가르쳐주는 사람도, 필요한 정보도 구하기 힘들어 애를 먹었다” 며 “사진을 좋아하지만 잘 모르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직접 초보자들을 상대로 사진 강의를 열기도 했고, 곧 지인으로부터 전시 공간을 빌려 회원 작품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생활 사진가들이 계속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 역시 동호회의 목적이다. 모임을 만들기 전부터 함께 사진을 찍어 온 100여 명의 회원이 그를 통해 사진의 맛을 알았고, 또 함께 즐기고 있다. 김씨는 지난번 사무국 방문 이후로 희망제작소에서의 ‘사진 나눔’ 활동 역시 회원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한다. 그의 말 너머로 넉넉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

김씨는 “동물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피사체와 눈을 맞출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다. 심지어는 메뚜기와 같은 곤충과도 사진을 통해 교감할 수 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웃을 수 있고 기분이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사진 속에 녹아있는 까닭이 아닐까. 김씨와 함께 사무국을 찾은 남자친구 성우진씨도 그의 사진이 “편안해서 좋다” 며 거든다. 찍는 이도, 보는 이도 행복한 사진. 그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목표를 향해 김씨는 셔터를 누르고 있다.

“거리에서도 쉽게 희망제작소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도움을 주는 이들이 많아 희망제작소가 쑥쑥 커 나갈 것 같다며 그가 덕담을 건넨다. 인터뷰를 마친 그가 조용히 창밖을 응시한다. 나온 김에 삼청동 골목 한 바퀴를 돌까 생각중이란다. ‘사진기를 챙겨왔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안 들고 나왔어요. 오늘은 제가 쉬는 날이거든요.”

사진 인심 넉넉한 주인 덕에 바빴을 그의 사진기도 이날 하루만큼은 편히 쉬었을 듯하다.(글 / 이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