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3월19일, 희망제작소 주최로 새 정부의 인사정책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온 국민의 우려를 자아냈던 이번 인사에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정말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인사정책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와 모색을 위한 자리였다. 정부산하기관의 임원에 대한 인사 논란은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이 때문인지 토론회는 예상보다 훨씬 알차고 진지했다.

”?”우선 김광웅 희망제작소 상임고문은 인사말을 통해 “역대 정부가 조직과 인적자원의 함수관계를 무시하고 사람만 보아 평가함으로써 인사상의 실패를 거듭했다”며 “조직의 다이내믹한 특성과 후보자의 조직적응능력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인적자원에 대한 평가와 관련, “실증주의를 맹신해 숫자로 된 평가 틀에 맞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직에 있는 리더들의 ‘센스’를 강조하면서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퇴를 거듭 요구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발언은 그 진의를 떠나서 발언의 방식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박찬오 교수(명지대학교 행정학과)는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행위가 밀실인사, 낙하산인사로 호도되는 것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제정을 통해 고위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권한과 범위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적인 검증실무전담기구의 신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고위 공직후보자 인사검증시스템 개선방안으로 △검증과정에 공직후보자 본인의 참여 △검증기간 확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검증기준 설정 △검증기준의 엄격한 준수 △국회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등을 제안했다. 특히, 박 교수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산하기관장과 임원의 법적 재임기간 보장문제와 관련해서 기관장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곳과 정치적 성향이 필요한 곳을 분리해서, 전자는 재임기간의 법적보장을 보다 명확히 하고, 후자는 정무직과 같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산하기관 인사제도의 현황과 과제”라는 발제를 한 서원석 수석연구위원(한국행정연구원)은 “중앙정부의 인사개혁이 지난 10년간 많은 혁신과 발전을 이뤄 왔던 것에 비해 정부산하기관의 인사개혁은 중앙정부보다 뒤처져”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또 기관의 전문성 제고, 내부자들의 사기 앙양, 낙하산인사의 폐단 방지 등을 위해 기관 내부 승진비율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산하기관 인사개혁의 핵심과제로 △개방형 인사제도의 활성화 △고위직 관리층의 전문성 강화 △산하기관 인력채용방법의 다양화 등을 제시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이창원 교수(한성대학교 행정학과)는 “치밀한 법제도적 근거 없이 진행되는 인사검증은 정략적이면서도 고무줄 잣대의 검증이 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문제가 많은 후보자라도 대통령이 부담 없이 임명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며,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행 국회 인사청문회법도 청문위원 각각의 찬반 의사를 분명하게 명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합리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정권의 핵심인사나 보은 대상자만 거치면 검증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를 단행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함을 지적했다. 또한 정부산하기관 임원 인사와 관련해 정치적 임용과 전문적 임용을 구분하고 정치적 임용이 필요한 자리는 앞으로 상당 부분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용구 원장(미래경영개발연구원)은 현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정책 자체가 부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선진일류 국가로 가기위해서는 신뢰, 제도 등과 같은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며, 특히 인사정책은 보다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임원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서 김 원장은, “제도를 통한 성취의 진정한 의미를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성취도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공기업 CEO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CEO가 자신의 경영전략을 펼칠 수 있는 안정적인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영 사무처장(참여연대)은 현 정부의 이번 인사를 ‘실패’로 규정하고 이러한 실패는 “인사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과 이념성 편향성으로부터 비롯된 바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수언론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의 코드인사를 질타하고 장관 후보자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코드인사를 장려하고 심지어 장관 후보자에게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까지 해주고 있다”며 언론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끝으로 최승노 실장(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은 정부산하기관장의 재임기간 법적 보장 문제와 관련, “정부가 새로 구성됐다고 해서 모든 기관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우선적인 평가를 통해 교체문제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 취임 후에는 특정 정파나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기용하는 열린 태도가 바람직하다”면서도, “현 정부가 교체하기를 원하는 기관장이 계속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리 : 강동호, 강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