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난 20년 동안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매년 여름에 초등학생들을 교육합니다. 아이들은 개구리가 얼굴에 달라붙으면 ‘이곳 생태계가 살아있구나’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생태마을’ 표지판을 보고 ‘생태찌개 잘 하는 집이 어디인지’ 묻습니다. 아이들은 생태하면 생태계, 어른들은 아직도 생태찌개를 연상하는 거죠.”

제13차 행복설계 포럼이 열린 날, 갑작스럽게 추워진 봄 날씨에도 한 분, 한 분 자리를 채워 순식간에 포럼장이 꽉 채워졌다.

”사용자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봄이건만, 도통 따뜻하지 않은 요즘 날씨 이야기부터 꺼낸다.

“지금 5월이 다가오는데도 아직 춥습니다. 미쳤다고들 하던데…… 이런 현상이 온다고 20년 전부터 예상했어요. 60년대 초속 30m 태풍 사라호, 2003년 초속 45m 태풍 매미……. 앞으로 재난은 지금껏 보다 더 크게 올 것입니다.

지구가 더워지면 태풍이 자주 생기고 규모도 더 커집니다. 어떤 기상학자는 앞으로 한반도에 초속 60m이 넘는 슈퍼 태풍이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기상 이변을 그렇게 자주 예측해도 사람들이 듣지 않아 문제입니다. 월마트 리 스코트 회장이 경고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슬로 모션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라고.”

“지구 생명 95%가 멸종”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이다. 굉장히 빠르게 산업화가 이루어지니 내 몫을 챙기지 않으면 삶 자체가 흔들리니까.

그러나 앞으로 10년 간 우리나라를 위협할 요소를 여론 조사하였더니 기후변화, 에너지, 대기오염, 물 부족, 수질 오염 등 상위 열 개중 일곱 개가 기후와 환경문제다. 돈과 관련 있는 실업과 빈곤은 그 아래 항목이다.

최 대표가 ‘기후와 일기는 어떻게 다른가. 기후변화에 따라 가장 영향을 받는 산업은? 금년 평균 온도는 예년에 비해 몇 도 낮을까? 남극의 높이는?’ 등을 묻자 청중들이 정답을 척척 맞힌다. 답례로 책이 돌아가고……. 시종일관 웃으며 강연을 이어가지만, 강사도 청중도 점점 심각해진다.

”사용자우리에게 기후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후변화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게 농업입니다. 농업은 우리 생명을 받는 일이고 모든 것과 연결이 되어있으니까요.

예년에 비해 올해 평균 온도가 0.7도 낮아졌을 뿐인데, 이렇게 춥게 느껴집니다. 사람은 온도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지구 온도가 지난 20세기 백 년 동안 0.7도 올랐습니다. 한국은 1.4도 올랐고요. 서울은 3도 올랐습니다.

코펜하겐 기후협약에서 결정된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지구의 기온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까지만 올리자’입니다. 마지노선이죠.

1도가 올라가면 식량이 10% 줄어들고, 가격은 10%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비옥한 토양이 상당부분 척박한 땅으로 변합니다.

대기 중 Co2가 상당부분 바다로 흘러가서 바다가 산성화됩니다. 당연히 바다 생물에 영향을 주고 껍질을 가진 생물은 생존이 어렵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올라가면 남극의 빙상이 녹기 시작합니다. 3도가 올라가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부식합니다. 벌레가 많아져서 사람이 살 수가 없어지고요. 한 번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6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렇게 되면 바다 밑 메탄덩어리가 다 올라옵니다. 지구상 생물 95%가 멸종합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이내에서만 오르도록 묶어야한다…….

탄소 통조림을 막 뽑아 쓰면?

그러면 지구 온난화는 도대체 왜 일어나는가.

최 대표는 지층을 탄소 통조림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46억년 동안 변화를 거듭해 지금 생명체에 적합한 환경이 되었다. 만 년 전, 인간이 불을 사용하면서 나무를 사용하였고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탄소 통조림을 막 뽑아 썼다. 석유, 가스…….

수 억 년 동안 서서히 만들어져온 환경을 200년 동안 인간이 확 바꿔 놨다. Co2가 계속 올라간다. 그러면 지층은 어떻게 될까. 지층이 불안전해진다.

댐 건설은 어떤가. 예를 들면 중국의 산사 댐은 300억 톤의 물을 가둔다. 물을 가둬 생태계에 영향을 주어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지진과 화산, 태풍…….

지구가 더워지면 물의 양극화 현상이 온다. 해안 지방은 비가 점점 더 많이 내리는데, 내륙 지역은 비가 더 오지 않는 현상이다. 즉, 홍수가 더 심해지고, 가뭄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실례로, 중국과 인도에서는 물 부족으로 1,000m까지 지하수를 파기도 한다.

”사용자

에너지를 살펴보자. 땅속 자원을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가. 석유는 쓰면 쓸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하지만 자연에너지, 태양전지, 조력, 풍력 등은 쓰면 쓸수록 가격이 낮아진다. 앞으로 기술화, 대량생산하면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바람이 언제 끊어집니까? 풍력 하나로 2천 가구의 전기를 해결합니다. 이것을 이용해야합니다. 우라늄도 60년이면 고갈됩니다.”

최 대표는 원자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한 것과 핵무기 사용을 예로 들면서.

“자연에너지가 지금은 비싸지만, 계속 개발하면 값이 싸집니다. 풍력, 태양열시대가 올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원자력 발전소나 댐을 많이 건설했는데 에너지 교차점이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기후변화는 국가안보, 전쟁, 공황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 대표는 과학은 윤리이며 미래를 예측하는 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페루의 예를 들어가며 자식들이 살아갈 환경에 지금 바로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힘을 준다.

“청년들에게 직업을 선택할 때 네 가지를 생각하자고 합니다. 지금도 중요하고 시간이 가도 중요한 것, 지금은 중요한데 시간이 가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지금은 중요치 않은 데 시간이 흐르면 중요한 것, 지금도 중요치 않고 시간이 가도 중요치 않은 것…….

IT, 의료기술 등은 무지 빠르게 변합니다. 십년 동안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제로가 되지요.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그린잡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환갑을 맞은 최 열 대표는 지금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일에 열정을 쏟는 것이 재미있다고 귀띔한다. 시니어들이 돈을 남기려 하지 말고, 어떤 일이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어려운 나라에 도움 되는 일을 하면서 살자고 격려한다.

우리에게 직면한 환경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동해안 수면이 26cm 올라갔고 명태, 도루묵이 잘 잡히지 않는 바다, 4대강 사업, 탄소 배출 산업, 인구문제 등 질의응답이 오가며 예정된 시간을 넘겼다.

어둑해진 거리에 나서자 새삼 땅과 하늘이 다시 보인다. 이 땅과 하늘, 바다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 속에 넣으면 바로 튀어나오지만 미지근한 물이 담긴 냄비 속에 넣고 불을 때면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도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인간도 냄비 속의 개구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최열 홈페이지: www.choiyul.com

글ㆍ사진 _ 정인숙 (해피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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