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리울음 소리를 내면 오리가 ‘꽉꽉꽉’ 답합니다”

[##_1C|1109849623.jpg|width=”569″ height=”426″ alt=”?”|강연중인 주형로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 사진/곽보영_##]

2월 14일(목) 서울 수송동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는 오리농법으로 유명한 홍성환경농업마을 영농조합법인 주형로 대표의 강연이 있었다. 이 날 강연은 희망제작소 부설 농촌희망본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촌공사가 후원하는 기획강좌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고수로부터 듣는다’ 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오리농법으로 친환경농업의 백년대계를 연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날 강연에서 주 대표는 학창시절 농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부터 어려움을 딛고 문당리를 국내 최고의 유기농업 단지로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들을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풀어냈다.

“고등학교 때 오리농법을 시작하고 처음 15년 동안은 정말 피눈물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부도 이웃도 다들 외면하더군요.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은 빨갱이 소리를 듣던 시절이었고 주위 사람들도 얼마나 잘되나 보자는 식으로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오리농법을 이어나가던 주 대표는 농업이 안 되는 이유가 농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배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에 그는 1995년부터‘도농일심 함께 짓는 오리농사’라는 제목으로 오리입식 행사를 진행하였다. 중앙일보에 광고를 내고 도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내면서 1천9백80만원이라는 당시로서는 거금이 모였다.

이후 오리농법을 시행하는 농가도 30농가로 늘어나게 되었고 유기재배 단체인증도 받았지만, 주 대표는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색연합의 소개를 받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교수님과 연결이 되었지요. 마을의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한 연구용역을 부탁했습니다.”

‘21세기 문당리 백년발전계획’ 연구는 주민들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되며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마을 공청회에서 졸면서 앉아 있던 마을 사람들이 현장상황과 맞지 않는 연구진행에 대해서 지적하는 등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백년계획을 세우면서 세 가지가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로 넉넉한 문당리, 둘째로 오손도손 나눔이 있는 문당리, 셋째로 자연이 건강한 문당리를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원래 넉넉함의 진짜 의미는 위아래, 좌우를 둘러보면서 함께 잘 살아가는 것입니다.”

문당리를 중심으로 한 유기농업 운동이 점점 퍼져나가 현재 홍성에는 2백30만평의 유기농업단지가 이루어지는 기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유기농을 점점 나라에서도 인정하게 되면서 농업기반 친환경대상, 능률협회의 대한민국 녹색경영대상, 농촌마을가꾸기 대상 등을 수상하였고 2003년에는 정보화 시범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주형로 대표는 한국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먼저 농업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학교에 텃밭과 동물농장이 다시 생겨나야 합니다. 생명과 교감하면서 자라나면 아이들 인성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전업농 위주의 규모화 보다는 순환농업을 통해 사람, 동물, 식물 사이에 생명의 순환이 있게 해야 합니다.”

주 대표는 공동체적 가치와 희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무엇보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든 농사꾼은 작은 일을 하고 젊은 농사꾼은 힘이 많이 들어가는 큰일을 하면 됩니다.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눈 먼 사람과 눈 뜬 사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서로 돌아볼 줄 알고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입니다.”

“희망적인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 가운데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지혜는 저절로 생기게 됩니다. 안 된다는 말보다는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냅니다.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나눠주는데 인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채운 것을 버리고 나면 다시금 새로운 것이 주어지니까요.”

김완배 농촌희망본부 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2부 순서에서는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오리농법의 원리에 대해 묻는 한 청중의 질문에 주 대표는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하였다. “쌀 농사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 논두렁입니다. 논두렁이 높아야 하고 벼는 큰 것을 심어야 합니다. 오리가 물장구를 치며 흙탕물을 일으키는데 잡초 씨앗이 떠오르면 먹습니다. 또한 오리는 다섯 발자국에 한 번씩은 똥을 누게 되는데 골고루 거름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오리가 벼를 옆에서 찧으면 역반응이 생기면서 벼가 튼튼해집니다. 그러나 오리는 조건이 좋은 논으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 망을 쳐야 합니다. 오리농법은 귀찮기는 하지만, 사람과 오리가 상생하고 소통하는 것입니다. 제가 ‘꽉꽉꽉’ 하고 오리 울음소리를 내면 오리들이 일제히 ‘꽉꽉꽉’ 하며 대답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주 대표는 오리농법을 하는 논이 농약을 치는 논보다 오히려 해충이 적다고 하였다. 농약은 그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에만 해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 익충이 살아있는 오리농법을 하는 논이 있는 경우 농약을 쳤던 논은 오히려 해충들의 집중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기농쌀의 가공과 유통에 대한 질문에 대해 주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계약재배를 통해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기농만 최고라는 생각은 피해야 합니다. 사람이 유년기, 청년기, 노년기를 거치듯 농산물도 무농약 시기를 거쳐야 유기농 생산이 가능합니다. 아이들과 노인들, 몸이 아픈 사람들은 유기농을 먹이더라도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은 무농약 정도만 먹어도 괜찮습니다.”

주 대표는 공동체적 삶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2부 순서를 마무리하였다. “이스라엘의 키부츠가 성공한 것은 탈무드라는 정신적인 중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무조건 한국에 적용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분 공동체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 문당리의 경우는 우선 밥상 공동체를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다들 좋다고 합니다. 따지지 않고 차근차근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일본의 무인 판매대가 참 부러워서 저희 마을 찜질방에 도입한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시기상조라고 말렸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양심을 가르치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찜질방 무료 식혜 판매 코너를 마련하고 처음에는 어려워 보였지만, 두달이 지나니까 결국 잘 정착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어려운 때를 넘기면 결국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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