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재난관리연구소 김겸훈 부소장의 내일신문 연재 칼럼입니다(편집자 주).

김겸훈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부소장 한남대 교수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압축적 근대화와 산업화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지역격차 및 지역간 불균형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공통과제로 인식되면서, 박정희정부 이후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부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구조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내세운 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국정지표에 거는 국민적 기대와 성원은 아주 특별하였다. 초기의 의욕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에 대해 비록 지역적인 편차는 있었으나 다수의 지방정부가 지지하였다. 그러나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였고, 특히 지역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균형발전정책의 특성에 대한 이해부족과 전략적 대응미숙으로 인하여 혼선과 변질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따라서 국민들은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대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의미 있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국가균형발전법 개정을 통해 각 지역 간의 상이한 발전정도와 특성을 고려하여 정부가 차등적으로 지원코자 하는 것이다. 전국의 시·군·구를 발전정도에 따라 4개의 범주로 분류하여 법인세와 건강보험료 감면 및 이전보조금 지원비율의 차등화 등을 통해 기업이주를 촉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을 개선한다. 이번 개정을 통해 지역간 동반발전과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수도권과 영남권 모두 반발

참여정부는 자신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균형발전정책을 차기 정부에서도 항구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개정법안의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수도권 경기북부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역차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최대 수혜자로 가장 반길 것 같은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들도 지방도시의 여건과 실정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지역분류 재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입법주체인 국회의원들은 차기대통령선거에 관심이 집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에서 반대하는 법안에 적극적일 턱이 없다. 따라서 이 법안이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고, 결과적으로 참여정부 임기 내에 균형발전의 제도화도 함께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지만 참으로 어렵게 풀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위가 제안하고 있는 인구 및 재정 등 5대 분야 14개 분류기준이 수도권 과밀화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수도권을 한 단계 상향조정해 갈등의 꼬투리를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서울과의 공간적 거리를 변수로 활용할 경우 더 큰 문제점이 발견되어 활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창의적 기준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영남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의 표면적 반발 논리는 자신들을 수도권과 동일하게 분류한 점의 부당성을 펴고 있으나, 본질적 문제는 자신들의 내부적 불균형문제와 균형발전에 있다는 것 같다. 즉 광역자치단체가 인근 기초자치단체로의 기업유출에 따른 기존의 편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민감하면서 자신의 내부적 불균형 문제는 외면하는 것이다.

지체될수록 기회비용 급증

어떤 공공정책이라도 제로섬게임은 없다. 얼마나 덜 잃고 얼마나 더 많이 얻어내는가의 상대적 문제이지, 누가 독식할 만큼 극단적으로 편향적인 정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불균형 문제 해소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대응시기이며, 지체될수록 향후 우리가 부담해야 할 기회비용은 급속히 증가한다. 따라서 참여정부에 대한 호불호에 매몰되어, 그동안 균현발전 문제에 쏟아 부은 사회적 비용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균형발전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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