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책]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네 번째 책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
두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지방선거 도전기

hope book 04

지난 3월 5일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의 일환인 ‘상상테이블’이 서울대의 한 강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10명 남짓 되는 엄마 대학원생들로 이날의 주제는 ‘가족친화적 캠퍼스’였다. 서울대 대학원 석사학위 과정 학생 중 12%, 박사학위 과정 학생 중 48%가 기혼자인데, 이들은 학위를 마칠 때까지 임신, 출산을 미루고 있다. 상상테이블은 엄마 대학원생들이 모여 학습과 육아가 동시에 가능한 미래 사회를 상상해보는 자리였다. 이 모임을 제안한 서정원 씨는 서울대 부모학생조합 맘인스누(Mom in SNU)의 대표이자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 작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으로 출마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원래 정치인은 국민을 대표하여 정책을 제안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도화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평소 부정부패를 일삼다가 선거철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아닌가? 저자 역시 한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남편 대신 엉겁결에 6.4 지방선거 구의원 후보가 된다.

저자는 어쩌다 후보가 되었지만 표를 얻고자 유세하는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들의 필요를 절감했고, 각자의 관심사와 추구하는 지향점을 통해 마을과 지역의 필요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 무경험자에게 정치의 벽은 너무 높았다.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기탁금 제도도 문제이거니와 평범한 젊은 여성을 자신들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인식, 부작용 많은 선거비용 처리 방식, 후보자를 검증하기 어려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등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저자는 낙선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삶과 맞닿아 있는 생활정치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과 우리 사회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자고 말한다. 우리의 관심만이 우리 마을,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은 권리와 책임이 있는 주체다.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떳떳하게 누리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가꿀 책임이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고 하는 패배감을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하기 바란다고. 지금의 현실이 답답하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의 관심이 우리 마을,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선거에 나온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회가 되면 시민단체 활동도 해보자.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선거에 출마도 해보기 바란다. 비록 나는 낙선했지만 변화를 꿈꾸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고자 도전하는 시민들의 당선 소식을 기다리겠다.

–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 중


글_ 임은영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ley@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