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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성의 法 사랑 이야기

노 전 대통령 화장 결단의 교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언에서 ‘화장하라’고 당부했고 유족들이 받아들여 화장을 했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화장을 선택한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큰 충격을 준 사건임에 틀림없다. 수원시 연화장에서 치룬 화장은 언론매체를 타고 전 국민 아니 전 세계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화장에 대한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10여년 전 SK 그룹 최회장이 화장을 한 것과 유명 인사들이 화장을 유언으로 남기는 등 화장 장려운동의 영향으로 최근의 화장률은 60%대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화장장이 설치되지 못해 주민의 불편이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원인은 화장장이 혐오시설이라는 님비의식 때문이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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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하남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광역 화장장 유치반대 시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주민 50여명이 '만장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현재 230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화장장을 설치한 자치단체는 48개에 불과하다. 사람이 출생하면 출생신고를 기초자치단체인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한다. 사망하면 사망신고와 화장신고도 역시 시장?군수?구청장에 한다. 그런데 230개 중 화장장이 없는 180여개 자치단체는 화장신고를 받고도 지역안에 화장장이 없어 나몰라라 상태다. 그 결과 다른 자치단체 화장장을 찾아가 5만원 요금의 20배인 100만원을 지불하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그나마도 기일 안에 마치면 다행이고 때로는 4일장을 치루거나 멀리 다른 지역의 화장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충청남도는 16개 자치단체 중 홍성군 1곳에 설치됐고 경기도는 31개 자치단체중 수원시와 성남시 2곳밖에 없다. 물론 서울시 시설인 벽제화장장을 이용할 수는 있다. 이런데도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주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머슴처럼 봉사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화장장을 설치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화장장과 납골당 장례식장 등 장사시설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극단의 님비인식과 이들 주민의 눈치를 보는 자치단체장의 기회주의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장과 화장장이 그렇게 혐오스러운 것인가. ‘장사법’에 ‘화장이란 시체를 불에 태워 화장하는 것’이라고 다소 혐오스런 표현을 쓰고 있으나 사실은 시신에 800도 이상의 고열을 가하여 분골상태로 만들고 1500도의 고열로 유해가스를 완벽하게 연소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어 유해성과는 무관하며 무취(無臭) 무성(無聲) 무연(無煙) 무진동(無振動)으로 진행되어 장사법에서 걱정하는 ‘보건위생상의 문제’도 없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스님들이 돌아가시면 사찰안에서 다비(茶毘)의식을 치른다. 다비의식은 장사법 시행령(제6조)에서 ‘사찰안에서 다비의식으로 화장을 하는 경우’로 법적으로 인정된 의식이다. 법 규정만 따르면 보건위생상의 문제가 없다고 인정되면 모든 사찰에서도 다비장을 거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혐오, 님비의식의 책임은 국민과 국회, 정부 모두의 책임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런 혐오의식을 갖게 된 데는 국민만의 책임보다는 법률과 정책이 혐오성을 앞장서 부추기는 책임이 더 크다고 보며 이점에서 국회와 정부의 반성과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정책미흡이다. 조상을 모시는 추모시설은 산사람을 위한 주택정책과 같이 죽은 분들의 유택을 모시는 정책임에도 단지 시신을 처리하는 절차와 시설로 보고 거기에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물질적인 이기주의 정책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국회와 정부, 자치단체 등 국가기관이 주민의 눈치만 보는 안이한 생각과 연구부족이 정책부재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강조한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둘째 ‘장사법’의 미비다. ‘장사법’은 명칭, 목적, 용어, 설치제한구역 등 대부분 규정이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규정으로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는 설치제한지역을 ‘장사법’ 스스로 규정하지 않고 국토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규정한 국토계획법 규정에 따르게 한 것과 수도법, 문화재보호법, 도로법 등 16개의 각기 다른 목적에 따라 규정한 법률에 따르도록 한 것은 ‘장사법’ 제정의 취지를 무력화 시킨 치명적 규정이다. 또 다른 예는 법은 문화재인 사찰안에 봉안당 설치와 다비의식을 허용하면서 같은 법의 다른 규정에서 ‘문화재보호구역에는 장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장사법 제17조 3)’고 서로 상충되는 규정을 두는 것과, 주민생활과 관련된 자연장 설치가 어렵다고 해서 산림을 소유한 산림청(국가기관)이 직접 자연장을 설치운영하도록 한 것은 지방자치를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법과 정책이다. 거기에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책임을 모호하게 규정하여 서로 눈치만 보도록 한 점이다. 자치단체가 주민의 반대를 핑계삼아 지역내에 화장시설을 두지 않는 것은 눈치행정의 극치며 중대한 행정의 하자다.


추모시설의 인식 전환계기로 받아들이자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택한 화장과 화장한 유골을 봉하마을 정토원에 안치하는 것, 그리고 정토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유골함을 혐오시설로 볼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유언과 화장은 무기력한 정책과 법개정 등 을 위한 개혁의 계시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와 정부도 자치단체가 추모시설 설치가 용이하도록 법을 개정하여 화답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이 화장을 실천한 유지를 받드는 길이며 진정한 선진 추모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라고 본다. 국회와 정부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글_ 전기성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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