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평생학습 초점의 세 번째 주제는 다문화인권교육입니다. 이주민 140만 시대. 전국민의 약 3%에 달하지만 소수자라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 다문화인권교육의 현주소과 미래를 인권교육을 직접 진행하고 있는 현장의 소리를 통해 알아봅니다. 다름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하는지, 생생한 교육 사례를 통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평생학습 초점] 다름을 이해하다 (3)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주민 강사가 얼마 전에 겪었던 속상한 기억을 다문화인권교육 시간에 털어놓았다.

“며칠 전,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갔어요. 맘에 드는 옷이 있어서 입어 보고 싶었데, 옷 파는 분이 그건 비싼 옷이라고 하면서 다른 옷을 골라주는 거예요.”

“왜요?”

“내가 외국 사람이라서 돈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하지만 돈이 있든 없든 맘에 드는 옷은 입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럼요. 그 점원이 잘못한 거 같아요.”

“어우, 기분 나빴겠다.”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근데, 이런 일이 참 많아요. 물건 사러 갔을 때, 내 얼굴을 보고는 무조건 싼 것만 보여주고 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럴 땐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요.”

이주민 강사의 경험담에 아이들은 마치 자기 일인냥 기분 나빠하고, 몇몇 아이들은 이주민 강사를 위로하기도 한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다 가난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고, 돈이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건 차별이다. 이주민 강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가치 규범을 배운다.

전 인구의 3%에 가까운 이주민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직접 이주민과 만나 대화하고, 스킨십을 나누기는 쉽지 않다. 대다수 선주민들에게 이주민은 그저 숫자와 도표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선 만나야 한다. 만나서 세상살이의 희로애락을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고 평범한 이웃임을 그냥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문화인권교육은 이주민과 선주민이 만나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솔직히 서양 사람들한테는 좋은 대우를 해주면서 동남아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만 안 좋게 대우하는 우리나라가 창피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다문화가정을 도와야 한다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봤을 때, 우리나라 사람이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부모에게 알림장을 읽어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이주민에게 마냥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 또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미얀마에서 오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에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고, 다문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타국에 와서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구체적 상황도 잘 알 수 있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차이가 힘이 되는 별별세상’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고생들의 소감문 중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차이가 힘이 되는 별별세상’은 4회에 걸쳐서 내 안의 차별 찾아보기, 이주민이 사는 지역 탐방, 이주노동자 이야기, 차별 반대 캠페인과 음식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에는 학교 교과 과정에도 다문화 관련 내용이 있고, 매스컴을 통해서도 많이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편견과 차별적인 시각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가진 차이를 평등하게 바라보고 조화를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우리 문화에 동화시키려 한다든가, 자선과 시혜의 대상으로 이주민을 묘사하는 것과 같은 일들이다.

우리는 다문화인권교육을 통해서 이주민도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주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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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인권에서 소수자의 인권까지

대한민국은 이미 다문화사회이다. 우리는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종교적,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140여 만 명의 이주민이 함께 살고 있다. 비단 이주민뿐만 아니라 선주민 내에서도 성별, 이념, 종교, 출신 지역, 성적 지향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사회이다. 사실 사람과 물자, 정보의 이동이 자유로워진 현대의 거의 모든 사회는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함께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데 무척 인색했던 것 같다. ‘결혼하면 시집의 풍습을 따라야지.’ ‘나이가 어리면 잠자코 있어.’ ‘결혼을 하지 않으면 평생 어른이 못 돼.’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 문화가 갈등을 일으킬 때, 다양성을 존중하고 합의하기보다는 힘이 센 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쪽을 흡수하는 권위주의적 방식의 문제해결이 압도적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법과 제도로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십수 년에 지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 다양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은 국가의 안녕, 전체의 발전을 위해 희생되어도 좋다고 여겨졌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소수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어쩌면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인 태도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러한 정치적 권위주의, 경제적 성과주의로부터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문화인권교육이 이주민의 인권, 혹은 피부색이나 인종, 민족에 대한 차별만을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평등한 권리를 인정한다면, 그래서 우리의 인권 수준이 OECD 국가 중 상위권 어디쯤에 오르고, 사회적 합의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허용하지 않는 법과 제도가 마련된다면 굳이 이주민의 인권을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이주민의 인권은 ‘인권친화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해결 과제 중의 하나이다.

다문화인권교육에서 상호문화교육으로

요즘 아시아인권문화연대는 다문화인권교육을 ‘상호문화교육’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교육의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을 사용하고자 한다.

상호문화교육은 ‘다문화’의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오남용 되면서 이 말의 본래 의미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이주민을 차별하고 구분하는 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 다문화 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를 하나의 스테레오타입으로 받아들인다. 어찌 보면 단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결국 단어의 사회적 의미를 그리 만든 우리 사회가 문제이다.

그간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벌어진 다문화의 의미와 현실을 반성해 보면, 다수가 소수를 다수의 영역 내에서 살게 해준 것만으로, 또는 소수의 존재를 인정해준 것만으로 의미 있는 ‘다문화’ 사회가 이루어진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항상 우리 모두를 다수와 소수로 구분하고, 다수가 소수의 존재와 생활방식을 그저 ‘관용’하는 수준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도달할 수 없다. 그보다는 사회 구성원을 각각 개별적 특성을 갖춘 존재로 보고, 구성원 간의 활발한 상호 교류를 도모하고, 조금 더 평등한 위치에서 상호 소통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바로 상호문화교육이다.

다문화인권교육을 조금 더 발전시켜 단순히 다른 문화의 외연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만나보고, 문화와의 만남을 넘어 그것을 담고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상호문화교육’이 지향하는 바이다. 즉 상호문화교육은 다양성을 즐기고, 평등과 인권의식을 장려하며, 차별에 맞서는 시민으로 키우는 교육이다.

서로가 가진 특성 때문에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평화롭게 함께 살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의 상호문화교육은 계속된다.

글_ 최종윤(아시아인권문화연대 지역활동팀장, 다문화인권교육 강사)

* [평생학습 초점] 다름을 이해하다
 (1) 우리는 왜 다문화인권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나
 (2) 다른 것과 틀린 것
 (3)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 [평생학습 초점] 스스로 말하게 하라 연재목록
 (1) 주민의 가능성을 보는 눈 ‘주민운동 교육훈련’
 (2) 공부방에서 꿈꾸는 주민공동체
 (3) 동자동 쪽방촌에서 벌어진 일 
 (4) 필리핀의 주민운동 엿보기
 (5) 주민운동과 평생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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