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처럼 세월호를 기억합니다


▲사진제공:416 기억저장소
▲사진제공:416 기억저장소


다시 처음처럼 세월호를 기억합니다
– 박찬응(군포문화재단 문화교육본부장)

매우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4월 16일 새벽입니다. 막 여명이 터오고 있는 그런 시간입니다. 1년 전 세월호가 제주도를 향해 진도 앞바다로 진입하던 그 시간입니다. 전날 밤 벌어진 불꽃놀이를 끝내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잠든 아이들이 보이고, 잠들지 못한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잠에서 깨 밖으로 나와 서성이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2015년 4월 16일 아침이 1년 전 4월 16일과 겹쳐지면서 데자뷰 현상을 겪습니다.

봄비가 추적거리던 4월 초 어느 날, 내가 사는 곳과 얼마 멀지 않은 곳에 416 기억전시관이 개관했습니다. ‘아이들의 방’이란 제목의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의 방이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는 걸 보았습니다. 전시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단원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목련이 활짝 핀 교정을 지나 2학년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난해 4월 달력이 여전히 벽에 걸려 있는 아이들의 교실에는 빈 책상마다 친구들이 가져온 꽃과 과자와 메시지들이 가득했습니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과거이고 꿈인지 가늠 할 수 없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날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이 비를 맞으며 광화문을 향해 걷고 있다는 소식과 삭발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통곡소리가 들리고 여전히 바다 속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분명 해가 가고 달이 가고 시간이 흘러 계절이 네 번이나 바뀌었는데 왜 ‘4월 16일’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걸까요? 거리로 내몰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여전히 어쩌지 못하는 이 상황은 무엇인가요? 그 긴 시간 동안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무엇을 했나요? 진상을 규명했나요? 대책을 마련했나요? 원래 이런 것들은 어련히 나라에게 미리 알아서 해주어야 할 것 들이라고 생각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기에 더 이상 따져 묻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세월호 1주기 현안 점검회의’에서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 그것도 원만하게 해결이 되도록 신경을 많이 쓰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 발언은 1년을 기다려온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게 위로나 치유의 말이 아닌 갈증과 목마름을 더한 말입니다.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지시해야 합니다. 서둘러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참사와 추악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들을 조속히 강구하라고 호통을 쳤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인훈 작가의 <<바다의 편지>>중에서 “말은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행동을 상기하기 위해 있다”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기울어지고 상처투성이인 나라지만 다시 일으켜 세워 순항하게 할 수 있는 단초는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정부가 어련히 알아서 해주어야 할 그런 것들 때문에 유가족이 나서고 국민이 나서서 아우성치게 하면 안됩니다.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고 미래를 짊어지고 살아갈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유가족들의 깊은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되고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우리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4월 16일 아침, 다시 처음처럼 간절히 두 손 모아 봅니다.

박찬응 님(군포문화재단 문화교육본부장)은 안양천 프로젝트, 석수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일상의 삶 속에 예술을 끌어들이는 시도를 하셨습니다. 지금은 군포문화재단에서 ‘파출소가 돌아왔다’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의 예술가와 주민, 청소년 등이 협업해 시민들의 삶과 생각이 담긴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