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974년 26만 톤급 유조선 진수를 시작으로 세계적 조선산업단지로 발전한 울산 동구. 일자리를 찾아 전국 8도에서 모여든 노동자들의 도시이자 이제는 해외 이주노동자들이 모여드는 곳, 제조업 공장들이 즐비한 회색도시일 것 같은 울산 동구는 산과 절경의 해안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안도시이다. 여기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인권도시와 아름다운 정주공간 건설을 꿈꾸는 노동자 출신 단체장 김종훈 동구청장을 만났다.

”사용자

윤석인 소장(이하 윤): 목민관클럽 회원들에게 인사말씀과 동구 자랑 좀 해주시지요.

김종훈 구청장(이하 김): 회원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조선산업과 해양관광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 울산 동구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제가 그동안 정기포럼에 3번 정도 참여하였나요? 목민관클럽은 전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이고, 타 지자체의 모범사례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여서 저한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울러 이렇게 자치단체장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지자체간 협력체계를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실 지자체들 사이에 경쟁도 하겠지만, 서로 공유하고 나누는 협력체계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공적으로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는데, 민간단체인 희망제작소가 그 중간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가지는 장점이 많고 지자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동구는 대체로 조선해양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요. 세계 조선업 1위인 현대중공업과 3위 미포조선이 모두 동구에 있습니다. 실제 동구의 산업경제의 60~70%가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에 연관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흔히 사람들은 조선업, 제조업, 공장 중심의 도시라고 생각하면서 회색도시, 공해로 찌든 오염된 도시를 먼저 떠올릴 텐데요, 제조업이라 일부 공해유발 요소가 있긴 하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서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와보고 놀라면서 ‘생각과는 많이 다르구나’ 합니다. 특히 해안 경관을 둘러보고는 많이 놀라는데요, 어풍대라는 곳은 신라시대부터 임금이 와서 풍류를 즐겼던 휴양지로서 경관이 우수합니다. 사실 지금의 현대중공업 자리도 절경이었던 곳인데,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그나마 대왕암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도심 안에 더 넓은 해수욕장도 있고, 태백산맥의 끝자락이라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고 풍수가들이 말합니다.
특성으로 보면 산업도시인 만큼 주민들 구성이 외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90%를 넘습니다. 72년 현대조선소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일자리를 찾아서 전국 8도에서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는데요, 수십 년이 지나면서 정주의식이 높아졌습니다. 또 하나는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문제인데, 다들 돈 벌어서 고향 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왔는데, 이제는 돌아갈 고향도 없지만 막상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세대들로서 우리 동구만 해도 연간 1천 명이나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노후를 어떻게 안을지,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가 과제입니다.

“주민이 구청장이다.”
윤: 민선5기(울산 동구로는 민선4기) 임기가 절반을 넘어 후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1년 늦게 출발을 해서 아직 계획한 일들을 제대로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요. 지난 1년간 역점을 두었던 사업과 성과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지요.

김: 지난해 4월27일 보궐선거로 취임하여 1년2개월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주민이 구청장이고 주인이다’라는 철학으로 ‘주민 중심의 행정’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를 평가해보면 행정자치, 즉 단체자치는 잘 되는데 주민자치, 주민참여나 거버넌스는 아직 미흡합니다. 지역발전이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결국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함께 참여할 때 에너지가 생기는데요. 그동안의 자치는 위에서 결정해 내려보내는 하향식 방식이었다면 이것을 다시 전환하여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통해 끌어내야 합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모든 사업에 주민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어린이 공원을 만들 때 기획 전 단계에서 지역주민들과 이해 당사자인 어린이와 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방향을 정합니다. 그리고 기본설계 이후에 다시 주민의견을 수렴하는데 사실 설계만 가지고는 일반 주민들은 감이 잘 안 오지요. 그래서 60-70% 정도 공정이 진행되어 어느 정도 모습이 드러나면 다시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공사 완료 후 최종 마무리 전에 한 번 더 의견을 듣습니다.
이렇게 일을 진행하면, 주민들은 자신들이 참여하여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주인의식이 생기고, 실제 진행과정에서 실수나 오류도 미리 줄일 수 있어 사후 변경에 따른 예산낭비도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하기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 공무원들을 모아놓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는 많은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공무원 입장에서는 이렇게 매 단계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귀찮은 일이잖아요. 또 주민들 의견을 모으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텐데, 그것을 어떻게 수렴하여 반영할 것인지도 어려워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한 번 하고 나니깐, 좀 더디 가지만 근본적인 문제도 없고 제대로 가더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기본적인 주민자치의 원리, 주민참여를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각 사업별로 주민과의 대화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걸어서 톡’을 통해 1주일에 한 번 현장에서 직접 주민들과 만나고 있고, 매달 20일은 ‘주민과 대화의 날’로 정하여 미리 신청하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구청 문턱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일반 주민들은 구청장실로 오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대화를 통해 주민들의 어려움을 많이 듣고 가능한 것은 도움을 드리려고 하는데, 사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주민들이 많은 의제들을 들고 오시는데 제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는 어려움을 함께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기도 합니다.

윤: 사실 어려움을 함께 들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지요. 때로는 고민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정리도 하고 해법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하거든요. 그렇게 들어주는 곳이 없어서 주민들이 참 답답해하는데, 제대로 들어주는 것이 사실 스스로 해법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 맞습니다. 죄송하지만 민원인이 저에게 한참을 하소연하고 가시면서 시원하게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그래요. 그러면 이후에 또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하죠. 행정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합법성과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제가 들어와 보니, 기본적인 합법성 자체를 터부시하거나 규칙을 깨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일부는 융통성이라고 하지만 기본 룰을 깨다보면 누구는 가능한데 왜 나는 안 되느냐고 따지기 시작하고, 그러면 원칙이 흔들리게 되지요. 그래도 합리성이라는 기본 틀 속에서 해법을 찾아보면 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에서 고민이 많고요.
한편으로는 한정된 예산을 보면서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고민이 많습니다. 다음 선거에 나갈지 안 나갈지는 모르지만, 다들 관심이 많아서 항상 유혹을 받는 것이 전시성, 대형 사업입니다. 나중에 결과적으로 무엇을 했냐 했을 때 큰 건물을 뭐 지었느냐? 도로는 어디에 얼마만큼 닦았는가? 이런 것들 중심으로만 관심을 가지잖아요. 상대적으로 사회복지분야 인프라를 어떻게 갖추고 갈 것이냐 하는 것은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은 조금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구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집중적으로 은퇴를 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주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퇴직하면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골병’이라고 골격근계 환자들이 많은데 현직에 종사할 때는 잘 모르지만 은퇴하고 나면 집중적으로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방법이 없어요. 산재 인정도 안 되고…. 이런 것들을 빨리 해결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적으로 치료비용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본인들도 힘든 여생을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과 관련하여 건강과 의료복지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윤: 그렇게 퇴직한 직후에 재직 당시의 원인으로 인해서 많이 아프고 병원을 다녀야 하는 경우 어떤 대책이 있나요?

김: 재직 당시 원인으로 인한 병으로 밝혀지면 산재 처리가 가능하지만, 재직 시점에서도 산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마당에 퇴직 후 산재를 인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민인데 정부도 말로만 산업의 역군이라 하지 말고, 이분들의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공업분야 제조업 종사자들이 퇴직금 하나도 안 쓰고 평생 모으면 2억 원 정도 되는데, 다들 집 장만한다, 자식들 결혼식이다 해서 중간정산을 하기 때문에 막상 은퇴할 때는 남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남은 것은 병원에 다 가져다주는 실정입니다.

윤: 특히 육체노동하시는 분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겠네요. 퇴직 직후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김: 그렇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책임져야 할 공동의 과제라고 봅니다. 말로만 산업역군이라고 치켜세우지 말고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업에게는 사회환원 차원에서라도 기부를 하고,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우선적으로 최소한의 의료지원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요. 그런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비정규직 불평등, “나는 동구청으로 간다.”

윤: 다음으로 비정규직 문제인데요. 노동자 출신 단체장으로서 비정규직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셨을 듯합니다. 비정규직지원센터 설치와 체불임금 없는 관급공사 운영을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셨는데, 그동안 노력과 성과들을 설명해 주시지요.

김: 동구의 현재 상황이 이렇습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아닙니다만, 대략적으로 노동조합 조합원수가 현대중공업은 정규직 1만6천 명에 비정규직 2만2천 명입니다. 미포조선도 정규직 조합원이 3천 명, 비정규직 6천 명 정도입니다. 정규직이 매년 1천 명가량 은퇴를 하는데, 다시 정규직으로 충원하는 비율은 10~20% 수준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대체 충원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은 고용불안과 임금격차, 성과급에 대한 차별지원 등 끊임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잘 아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정이 이러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행정에서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공론화하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여론화 과정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 처우 문제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조심하도록 하는 것 정도이지요. 지난 총선에서 동구에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는데,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도 비정규칙 철폐가 주요 공약이에요. 모든 후보가 다 똑 같은 슬로건을 내거니, 그나마 이런 분위기가 사회적 여론으로 형성되고 있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제도적으로 행정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보자 했고요. 우선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산재 처리가 잘 안 되거나, 회사 내 불평등 문제들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비정규직상담소’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현장에서 재밌는 일화가 노동자들이 “동구청 간다.”고 회사에 말하면, 먼저 이야기 좀 해보자고 한답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곳과 의지할 곳이 생긴 것이지요.
그 다음 비정규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 고용불안인데, 갑자기 실직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입니다. 요즘 젊은층들도 다 비정규직이잖아요. 그래서 비정규직 쉼터와 일시적으로 실직자에 대한 지원, 생계지원 대책과 일자리 찾기를 통해 여러 가지 새로운 일자리를 빠르게 확보하는 방안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기업 일자리도 평소에 관리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윤: 비정규직은 임금도 적지만 수시로 실업자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대책이 절실할 것으로 보이네요. 요즘 국회의원 선거도 그렇고, 각종 선출직 선거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이렇게 이슈로 떠올라도 기업들은 안 움직이는지요?

김: 이곳은 실질적으로 기업이 정치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기업의 대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나와서 여야 당을 떠나 똑같이 비정규직 철폐나 임금격차 해소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윤: 기업의 경영진이 아니라 실질적인 고용주(오너)들을 만나서 설득하면, 약간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김: 대체적으로 사업주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은 하는 편입니다. 기업 관계자들, 소위 임원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퇴직노동자들의 문제라든가 하청이 늘어나고 정규직이 줄어드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대체로 인지는 합니다. 결국은 돈 문제인데요, 이 문제를 이야기하자고 하면 누가 그 이야기를 오너에게 하겠느냐는 겁니다. 잘못 이야기했다가는 하루아침에 자기 자리가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는 알고 있어도 어느 누구 하나 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결국 이 문제는 실제 고용주가 풀어야 합니다.

윤: 비정규직 문제가 쟁점화하면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동구에선 어떤지요?

김: 정규직 전환이라기보다는 기간제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여 2년마다 되풀이되는 실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인데요. 우리 구도 정부부처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에 따라 기간제근로자의 직무분석을 통해 상시 업무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가닥을 잡아서 9월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함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과제인데요.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 얼마나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까 싶지만, 지역기반의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과와 성과는 어떤지요?

마을기업, 마을만들기는 공동체가 우선

김: 안 그래도 마을만들기와 마을기업이 대세여서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마을만들기나 마을기업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흔히 행정의 지원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마을만들기 사업을 왜 하는지, 마을기업이 어떤 특성이 있는지, 마을공동체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갈 것인지 기본 개념과 준비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이러한 기본 개념과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먼저라고 봅니다.우리 동구에서는 사회적기업 ‘희망을 키우는 일터’가 도시락사업으로 현대중공업 하청기업들과 연계하여 연 매출 12억 원 정도로 잘 나가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곳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을기업 관련하여 전반적 실태를 보면, 정부사업 따로 있고 광역 지자체가 하는 사업 따로 있어서 정작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우리가 직접 사업을 추진해보려고 합니다. 우선은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단위에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금을 지원하려고 해요. 필요하다면 행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교육이나 선진지 답사, 컨설팅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중앙정부나 광역단체 등 지원 분야에 상관없이 지역에서 가능한 것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이 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고민스러운 것은 퇴직자들의 일자리 창출인데요. 예를 들면 중소기업 퇴직자들은 기술자들이어서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 ‘자전거 고쳐주는 사업’을 하는데 잘 해요. 이것을 장려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한 분이 찾아왔는데, 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적립해 놓은 퇴직금도 없고 앞으로 먹고살 길이 막막하여 찾아왔다는 거예요. 본인은 1년 정도 식당을 다니면서 굉장히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했고 국수집이라도 하려 한다고 해서, 혼자하면 잘 안 되니 퇴직하신 분들 몇 사람 모아서 출자도 하고 필요하면 우리도 도와주겠다고 조언을 했어요. 일본을 보니, 어르신들이 모여 공동출자도 하고 사업도 하대요. 사실 퇴직자들이 자칫 잘못하면 보증을 섰다가, 또는 자영업을 하다가 망하는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략할 가능성마저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윤: 기술을 가지신 분들이라 귀향귀촌을 하면 좋은 자원이 될 수 있겠네요. 사실 요즘 공업고등학교 나와서 기계 만질 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다들 귀향귀촌하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농촌에 기술이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에 꼭 농사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 안 그래도 제가 얼마 전 전남 장성군을 다녀왔는데, 장성군 인구가 10만 명이 넘었다가 지금은 다 광주광역시 등지로 빠져서 3만8천 명이래요. 인구는 줄었는데 너무 아름답고 살기 좋아 보여요. 그래서 저는 지자체가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말고, 귀농프로그램을 잘 세워서 동구에서 퇴직한 분들이 여기 와서 살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사실 장성군은 일본사람들한테도 땅 주겠다고 하는 판이거든요.

윤: 완료한 공약 중에 하나가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금리 소액대출지원사업인데요, ‘미소금융중앙재단’과 협약을 맺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김: 이것은 그동안 영세상인들이 사채를 빌려 쓰거나 고금리를 이용해야만 하는 경우 미소금융을 이용하여 해소할 수 있도록 단순 지원해준 것이고, 금액도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고민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들이 창업을 할 수도 있고, 자체 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도록 행정에서 기금을 만들거나 교육을 하는 등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인데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번 일본을 방문했을 때 재미난 것이 있던데, 시장 안에서 유통할 수 있는 자체 화폐를 만들기도 하고 기금을 모아서 잘 안 되는 가게를 지원도 하는 겁니다. 사실 시장 안에서 어느 한 품목이 장사가 잘 안 되어서 그 품목이 줄어들면 그것이 원인이 되어 자꾸 시장이 축소되는데, 기금을 모아서 서로 지원하면 어려움도 극복하고 시장의 다양성도 살려낸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방안은 우선 상인 스스로 자각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행정도 이를 적극 뒷받침하여 공동으로 방향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전통시장이라는 것이 유통자본에 밀려 잘 안 되는데, 최소한 협동조합 방식 등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관광동구로 미래를 준비한다

윤: 7대 사업 중 하나가 찾아오는 관광동구를 조성하는 일인데요. 어떤 구상이신지요?

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동구를 조선도시라 하는데 현대중공업에서 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이고, 발전이나 로봇, 태양광 등으로 산업전환을 하고 있어요. 어쨌든 조선을 비롯하여 중공업이 여전히 동구의 중요한 산업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제2의 성장동력을 고려한다면 외부에서 찾아오도록 하는 것,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 핵심으로 대왕암의 절경과 역사적인 방어진항인데요. 방어진항은 신라시대 3대 항이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이 가장 먼저 어업 전진기지를 구축했을 정도로 어업이 성행했던 곳입니다. 내년부터 방어진항 고도화사업이 진행되면 어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기능과 관광산업요소가 더해져서 훨씬 발전할 것으로 보이고요. 대왕암과 방어진항을 묶으면 충분히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관광단지가 될 것입니다. 대왕암에는 연간 150만 명이 다녀가는데, 문제는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2~3시간 정도 머물다 지나가는 관광형태여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소상공인들을 위한 부가가치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윤: 제가 포스코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이었습니다. 제대로 보려면 하루 종일 봐야 전체를 둘러볼 수 있던데요. 여기는 규모가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조선소라는 상징성도 있고 세계 1위 규모이기 때문에 좋은 관광거리가 될 것 같은데요, 이것과 연계해도 좋은 관광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맞습니다. 이번에 조선해양관광축제를 열었는데, 관광객들에게 조선산업 현장을 공개했더니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문제는 머물 수 있는 곳이 모텔밖에 없어서 걱정인데,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유스호스텔이나 펜션을 조성해 보려고 합니다. 특히 여기가 배를 건조하는 곳이어서 감독관이나 바이어 등 오가는 외국인들이 많은데요. 출입국관리사무소 통계자료를 받아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약 1,700명 정도 되고 전체는 약 3,850명 정도 거주하고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잘만 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잖아요. 지금은 술만 먹고 가는데, 방어진항을 중심으로 글로벌 건축문화를 조성해서 외국인이 관광도 하고 쇼핑도 하는 공간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노동자의 초심으로

윤: 재밌는 이력이 있으시네요. 택시기사 자격증이 있던데, 택시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서 몇 가지 조치를 취하셨다고요

김: 우선 제가 (생업으로) 택시라도 몰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지만, 지금은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노동을 통해서 노동자의 초심, 그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리고 요즘 택시 기사 분들이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초보자여서 그렇겠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다니는데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회사에 납부할 일비가 8시간 기준으로 7만4천 원인데, 열심히 다녀도 LPG 가스 넣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요. 사실 사납금 제외하고 얼마는 남아야 되는데, 이게 안 돼요. 저녁에는 수입이 조금 낫다고 해서 저녁에 운행해봤더니 겨우 일비 맞추는 수준이더라고요. 문제는 버스와 마찬가지로 택시도 대중교통으로 분류해 놓고 관리는 하지만 버스처럼 적자 보전은 안 해줘요. 사실 교통은 광역자치 단위에서 관리하는 것이라 기초단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택시 노동자들과 궁리 끝에 택시주차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택시들이 마땅히 손님도 없는데 쉴 만한 곳이 없어서 빈차를 끌고 다녀야 했거든요. 제가 취임하고 3곳을 만들었는데, 택시 기사들이 그것도 고맙다고 현수막을 걸고 그랬어요.
또 하나 문제는 회사 택시가 일차제를 많이 해요. 일차제는 하루 24시간을 운행하는 것인데, 12시간 기준 일비가 8만 원이라면 24시간은 16만 원이어야 하는데 추가 12시간은 절반으로 잘라서 총 12만 원으로 하는 제도이지요. 택시업체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차량을 놀리는 것보다는 낫고, 기사는 사납금이 줄어드니 일차제를 선택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게 시민들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거든요. 그래도 이것이 현실이니 최소한 기사들이 다니다가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해요.

윤: 택시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공공기관 업무용 택시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다면서요. 사실 일본만 하더라도 웬만하면 공용차 개념이 없고 대부분 콜택시를 불러 업무용으로 이용하는데요, 업무용 택시 도입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요?

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관내 출장의 경우 식비 포함 출장비가 2만 원인데, 택시를 이용하면 이 비용을 초과하여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상의를 많이 했지만 잘 안 됐습니다. 택시는 공급과잉이 문제인데, 업체들이 차량이 많을수록 돈이라 생각하고 운영하니 잘 조절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급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안전과 인권 도시를 향해

윤: 살고 싶은 동구의 시책으로 ‘원전 안전대책 수립’과 ‘인권도시 선언’이 눈에 띄는데요. 우선 ‘원전 안전대책’ 어떻게 수립하였는지요?

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는데, 알고 보니 우리 동구도 원전사고 안전지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충분한 대책이 아니겠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반경 30㎞ 이내 지역은 주민들이 전부 이주하도록 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현재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르면 비상계획구역이 10㎞에 불과해요. 이것을 30㎞로 확대할 것과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상 발전소 주변지역을 30㎞로 확대하여 방사능 누출에 따른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보급해 달라는 것이지요.
우선 중앙정부에 이런 조치를 건의하고 기다리는 중인데, 사고 발생 시 자체 조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 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동구청 마당에 ‘무인 환경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하였습니다. 원전이 국가적 규모의 사업이라 구청 차원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꾸준히 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안전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윤: ‘인권도시’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지요.

김: 인권도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노동의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는 도시입니다. 이에 동구를 다양한 계층이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보장받는 상징적인 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인권증진조례를 제정했고 올해 7월에는 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내년에는 담당팀을 신설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노동과 인권이 어우러진 인권도시 동구’를 슬로건으로 교육 및 개별시책 추진으로 구민 모두가 실질적인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도시로 바꿔나갈 계획입니다.

윤: 앞서 잠깐 말씀하셨습니다만 취임 초부터 ‘현장행정’을 강조하셨는데요. 현장대화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김: 민원이 많았던 곳이었는데, 화정동 재개발지역이 민간재개발지역으로 추진되다가 업체가 부도나는 바람에 방치된 곳이었습니다. 재개발을 하려다 그만두니 폐가가 많았는데, 그런 곳은 청소년들이 다닐 수 없도록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쳤습니다. 어두우면 범죄발생 우려가 높아서 가로등을 밝히고 민간방범대 및 경찰과 연계하여 순찰도 강화했고요. 학교는 우리가 지원하여 담장벽화도 새롭게 하고 환경을 밝게 개선하였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재개발사업이 자체적으로는 해결이 안 되어 구청에서 시공사 등 관련 업체들을 만나 설득을 했는데, 최근 타협이 되어 내년부터는 사업이 정상 추진될 것입니다.

윤: 마지막으로 목민관클럽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지요.

김: 저는 이제 1년 남짓 된 새내기 구청장으로서 배워나가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일을 하면서 어디부터 출발할 것인가 고민해보니 기본적으로는 공직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건 간에 함께 공동의 과제로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구청장 혼자서는 구정을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자기 단위인 공직사회와 마인드를 맞추고 공동의 과제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주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다음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고 하는데, 표가 되느냐 안 되느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면 기초자치단체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 장애인 인구 3%에 대해 97%의 예산을 투여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것을 못한다면 공동체를 이끌어갈 수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런 자기 원칙을 잘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민관클럽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단체장들을 뵈면서 공짜는 없구나, 그냥 되는 것은 없구나 싶습니다. 다들 자기 영역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고 상당한 내공도 있구나 싶어서, 많이 가서 배우고 소통해야겠다 싶습니다. 요즘은 개별적으로 방문할 계획도 잡고 있는데요, 필요하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자체가 있다면 함께 묶어서 용역을 하는 등 지자체간 협력체계가 잘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진행: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 송정복 (기획홍보실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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