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직업’ 연사들 “부딪쳐라”

“20대에 접어들고, 하루하루 내가 보내는 하루가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엇을 하기에도, 어느 것을 도전하기도 겁이 많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강연을 통해서 적어도 두들겨봐야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보지 못한 세상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또한 힘을 내어 달려보겠습니다.“ – 3akk**

“아직 저는 젊지만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꿈을 잃었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이 공연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 강연을 통해서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바로 알았다기보다는 저의 미래, 미래의 직업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낙담하지 않고 다시 한번 일어나려는 의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열정을 다해 죽을 힘을 다해서 제가 가슴 뛰는 일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ho35**

‘수원 천개의직업’ 관람후기 중에서

사실, 입사하기 전 대학시절에 ‘희망제작소’라는 이름을 처음 듣고는 조금 울컥했습니다. 대부분의 주위 분들은 ‘참 재미있는 이름이다, 신선하다’ 라는 말씀들을 하셨지만, 전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죽 이 사회에 절망했으면 희망을 만들어 보겠다고, 함께 만들어 보자고 저렇게 외치면서 간판을 내걸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얼마 전 서점에 들러 베스트셀러 순위표를 보다가, 비슷한 이유로 또 한 번 울컥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정의란 무엇인가>가 나란히 1,2위에 올라와 있었는데, 마치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이 ‘너무 아프다’ 라고 신음하면서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고, 우리는 과연 바르게 가고 있는 것이냐고 묻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성세대에게, 그리고 2010년 한국사회에게 말이죠.

벌써 네 번째를 맞이한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직업>이 전석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과연 사람들이 올까’ 하는 걱정에 내내 마음을 졸이고, 때로는 행사당일 객석이 텅 비어버리는… 끔찍한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행사당일이 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청년들이 모여 자리를 가득 메워 주셨습니다.

꿈과 희망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면서 가슴뛰는 청춘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스펙, 취업, 학원, 연봉 등등 이른바 ‘현실적인 고민’들만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세계에 짓눌린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기와 갈증이 또 다시 한 데 모여 분출한 것입니다.

“황금같은 토요일 오후에, 무려 6시간 동안 연사들에게 집중하며 변함없이 애정과 경탄의 시선을 던진 그대들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이미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직업을 향해 성큼 한 발을 내딛은 것과 다름없어요.”

한비야 님의 말씀처럼, 늘 시작이 반이기 마련이죠. 분명 오늘을 계기로 또 많은 청춘들이 비상을 시작할 것입니다. 변화의 싹은 그렇게 우리 곁에 조금씩 조금씩 움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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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육체를 이동시켜야…

“이 세상은 가상인식장치를 통해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자기 육체에 부속된 ‘종합적인 감각장치’, 리얼한 현실을 인식하는 그 장치를 현장에 가져가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인식이라는 것이 있다. 리얼한 체험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리얼한 현실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 <사색기행>, 다치바나 다카시

그렇다면, 자료집과 강연을 통해 소개된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이 날 <천개의직업> 사례자로 나서 연단에 오른 선배들은 이구동성으로 ‘우선 현장에 직접가서 부딪쳐 볼 것’을 주문했습니다.

“무릎팍도사에서 못다했던 이야기입니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일을 제의받고 처음 아프리카에 갔을 때 한 의사를 만났습니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멋진 사람이었어요. 어느날 저녁, 그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다가 물어보았어요. 왜 이 일을 하느냐구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등불을 내 앞에 옮겨놓고는 확신에 찬 얼굴로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입니다.’ 라구요. 그 순간 가슴에 불화살을 팍 맞고 말았죠.”

한비야 님이 가슴을 뛰게 하는 원동력을 갖게 되고, 다른 이들의 가슴까지 뛰게 하는 열정전도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프리카에 직접 날아가서 케냐의사를 만나 나누었던 짧은 대화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수하게 들었던 말이었지만, 온전히 그 말과 일체되어 살아가고 있는 이를 대면해서 직접 들었기 때문에, 비로소 지도 밖으로 행군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현장을 직접 발로 뛰다 보면,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합니다. 또한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에, 일을 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큰 소득을 얻을 수 도 있구요. 청년 사회적기업 <친구야놀자> 진은아 님의 말입니다.

“지적장애인을 동생으로 둔 친구와 함께 이네들을 위해 ‘행복한 카페’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어요. 오랫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희망별동대에 합격한 이후, ‘희망견문록’ 을 수행하면서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제가 모르고 있었던 정보들, 다양한 이들의 새로운 시도들이 많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이 때 만나 공감을 나눈 분들과 소중한 인연이 계속 이어져, 이분들의 십시일반 후원과 도움으로 지난달 드디어 ‘카페 겸 사무실’ 공간을 계약할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어떤 일도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 무엇을 시작하든 으레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이고, 지난한 수련과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박경림씨는 연예계에 입문한 이후, 일이 없을 때에도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방송사로 출퇴근을 했다고 하네요. 일단 출근을 하면 방송국 내 모든 작가와 PD분들께 밝게 인사를 하고 10층 독서실에서 온갖 자료와 책들을 섭렵하며 내공을 길러나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 달인가를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급하게 펑크낸 연예인들의 ‘대타’ 출연기회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동안 쌓은 내공을 발산했더니 점차 고정출연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어린시절부터 꿈에 그리던 ‘별밤지기’ 를 할 수 있었다네요. 부지런히 두드리고 부딪쳤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

박경림씨에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사회자, MBC 한준호 아나운서께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생스토리를 전해주셨습니다.

“아나운서 시험에 나이제한이 폐지되었는데, 박경림 씨가 잘 믿지를 않으시더라구요. 허울좋게 내걸어 놓은 규정이고 그래도 결국은 젊은 사람들 뽑는 것 아니냐면서요. 그런데 제가 바로 그 예거든요. 전 대학 졸업 후 약 10개의 직업 – 아이스크림장사, 가정교사, 애널리스트 – 를 거치고, 결혼해 아이를 둔 늦은 나이에 아나운서에 지원했어요. 간절하게 원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처럼 대학 때부터 미리부터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결국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지 않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남보다 더 빨리 앞서가지 못하고 있음에 괴로워하고, 더 먼저 시작하지 않았음을 늘 후회하며 살곤 했었는데, 다시 한 번 가슴에 불화살을 맞았습니다. 역시 몸으로 부딪치며 직접 겪어내신 끝에 내린 결론이셔서 그런지 다른 누구의 이야기보다 울림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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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에 직접 부딪쳐 볼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리고 나만의 확실한 방향을 설정했다면, 본격적으로 1천개의 직업 속으로 들어가 볼 차례입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전하는 거창고 직업선택 십계명을 들어볼까요?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6.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을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9번 ‘부모나 애인이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가 소개되니, 예외없이 객석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직업선택 철학이 담겨져 있습니다. 바로 늘 미래를 바라보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금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직업,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는 직업은 청년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하게 될 10년 ~ 20년 후에는 이미 핏빛 경쟁이 도사리고 있고 레드오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새로운 대안과 틈새사장, 그리고 미래를 찾아 용기있게 도전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직업> 행사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이기도 하구요. 조금만 고개를 들면 우물 밖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가슴 떨리는 도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블루오션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직업> 은 올해도 변함없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비상을 꿈꾸는 표류청춘이 있다면 꼭 손들어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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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소기업발전소 이재흥 연구원
사진_ 소기업발전소 자원활동가 한승재

Comments

“‘천개의직업’ 연사들 “부딪쳐라””에 대한 2개의 응답

  1. 리봄 아바타
    리봄

    제 가슴에도 불화살이 꽂히는 글입니다.
    재흥 님의 글이 점점 깊어지는걸요.

  2. 가슴 벅차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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