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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Dirty is beautiful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일단 사과를 드립니다.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만나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위스키는 다양한 곡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으로 거의 일정 정도의 맥아가 들어있습니다. 또한 곡물 고유의 맛과 향을 지니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증류되며 오크통에서 숙성기간을 거쳐 더욱 더 복합적이고(complexity) 새로운 맛, 향, 색으로 태어납니다.

오로지 스코틀랜드에서만 만들어지며, 최소 3년 이상 숙성과 증류된 위스키에만 스콧(Scots), 스카치(Scotch), 스코티쉬(Scottish) 위스키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습니다. 몰트위스키(malt whisky)는 오로지 스코틀랜드산 보리와 증류기(pot still)로만 만들어집니다. 싱글몰트라 함은 단지 한 증류소(One Distillery)로부터 만들어진 위스키를 말합니다.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7가지 요소


이제부터 쓰고자 하는 싱글몰트위스키에 대한 품평은 순전히 저의 주관에 불과합니다. 혹자는 이러한 품평을 함에 있어 적재적소의 용어를 구사하는 것이야말로 위스키에 대한 애정(?)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반적으로 분류를 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이른바 마이클잭슨 분류법입니다.

이 분류법은 맛(taste)과 향(nose)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요소에 따라 크게 7가지로 나누는 것입니다. ①보리, ②지질 혹은 물, ③피트(나중에 별도로 설명하겠습니다), ④히스(보라 또는 분홍빛깔의 꽃임), ⑤발효 ⑥오크, 마지막으로 ⑦바람, 그중에서도 바닷바람입니다.

이러한 7가지 요소에 따라 약 30가지의 향이 분류가 됩니다. 물론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한테는 30가지 향을 모두 구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초보자들은 그저 색(colour), 향(nose), 미각(palate), 목넘김(finish)을 통해 그 느낌만을 가질 뿐입니다.

오늘은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는 싱글몰트위스키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라거불린(Lagavulin) 16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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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블린 16년산

세계3대 주류품평회가 있습니다. IWSC(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Competition), SWSC(San Francisco World Spirit Competition) 그리고 ISC(Internation Spirit Challenge). 이 3대 주류품평회에서 라거불린 16년산은 몇 차례에 걸쳐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싱글몰트위스키에 대한 취향을 가진 사람치고 이 위스키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혹자는 위스키의 최고봉, 지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스모키한 향의 원료는 피트(peat)


제가 처음 접한 싱글몰트는 멕칼란(macallan) 10년산이었습니다. 그때는 위스키를 그저 그런 정도로만 여겼지요. 그 뒤로 이것저것 접해보다가 친구의 권유로 처음 라거불린 16년산을 접하고 난 후 그 향과 감응(inspration)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저의 뇌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뭐랄까요, 기품이 있는 향과 묵직하게 제 가슴을 짓누르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코로 살며시 뿜어 나오는 그 향과 뭔가 군불 때는 냄새가 나면서 혀에 감기는 맛이 약간 짠맛도 났습니다. 제가 이런 품평을 했더니 제 친구 왈,

“자네는 나하고 취향이 비슷하군!!”

라거불린은 스코틀랜드 서남부에 위치한 아일라이(lsly)섬 포트엘렌(port ellen) 라거불린이란 동네가 고향입니다. 동네 이름과 위스키 이름이 같습니다. 18세기 초에 몇몇 공장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시작되었으나 1816년에 공식적으로 스코틀랜드 정부로부터 인가, 설립되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주류회사 디아지오(Diageo)의 소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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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자리 잡은 Lagavulin distillery의 모습




가장 일반적인 라거불린은 16년산으로 알콜 도수는 약 43% 정도입니다. 색깔은 어두운 호박색 내지 황동색이며 향은 그야말로 풍부하고 화약 냄새가 섞인 아로마향, 타는 냄새와 더불어 담배향과 소나무향을 띤 홍차의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미감은 복합적이며 말린 미역 맛과 일부 담배맛 그리고 독특하게도 짠맛(salty)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목넘김은 긴 여운이 남으며 진한 차를 마신후의 느낌이 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스모키한 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저의 느낌을 덧붙이면 근육질의 남성적인 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담배에 절어 살았던 칼 마르크스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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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부가 peat를 삽으로 뜨는 모습



여기서 스모키(smoky)한 향은 그럼 왜 나는가? 그것은 바로 앞서 얘기했던 피트(peat) 때문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인부들이 직접 삽을 이용해서 피트를 떠내고 있는 것입니다. 피트는 스코틀랜드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말린 진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토탄(土炭)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말려서 연료로도 사용을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젖은 석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피트는 젖은 맥아를 건조시킬 때 사용합니다. 이 때 피트를 태운 연기가 맥아에 스며들어 나중에 위스키로 탄생했을 때 그 냄새가 술에 배어있는 것입니다.

짠맛이 나는 것은 라거불린 공장이 바닷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증류된 위스키를 오크(oak) 통에 넣어 숙성을 시킬 때 이때 바닷바람이 오크통에 스며들어 약간의 짠맛을 내게 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아일라이 섬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으 싱글뫁트들은 약간의 짠맛을 띄고 있습니다.

라거불린은 그 독특한 제조과정과 맛, 향, 색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싱글몰트의 ‘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쉬운 것은 생산량이 드물거니와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으로 수입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_ 이용규 (희망제작소 기획1팀장)

사북 석탄유물보존위 활동중이며 여우와 토끼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에 순결을 빼앗겨 헤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더불어 살고 있다.
돈 한 푼 없이 농촌에서 일주일 이상 살며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가끔 공무원과 싸워서 물의를 일으키고, 또 가끔은 희망제작소에 금전적 손해를 입혀 Stone Eye라고 한다. 석탄박물관 근처에서 위스키에 대한 글도 쓰고 실제 장사도 하면서 유유자적 신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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