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6차 정기포럼 ②] 목민관이 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오늘

민선6기 목민관클럽 6차 정기포럼이 ‘중간지원조직, 내일을 말하다’는 주제로 3월 27일~28일 1박2일 동안 강원도 속초시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을 모색해보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 15명의 단체장과 100여 명이 넘는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여 포럼의 열기를 돋웠다.


목민관클럽 6차 정기포럼 ①편에서 이어집니다.(기사 보러 가기)

중간지원조직이란 무엇인가?

윤석인 희망제작소 이사(좌장, 이하 윤석인) : 많은 지자체장 분들께서 각 지자체의 중간지원조직 현황과 고민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우선 나눠서 운영되고 있는 센터의 통합이 능사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요. ‘중간지원조직의 자립이 가능한가?’, ‘행정 일선에 계신 분들에겐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해소 등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 아닌가?’ 등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나, 그 중 인력 문제가 가장 많이 거론된 것 같습니다. 우선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정의부터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지원조직과 관련하여 말씀을 해 주실 네 분을 모셨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과 각 조직의 운영방법 등에 대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권상동 강릉마을만들기센터장,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이하 권상동) : 저는 중간지원조직이 판소리에서 추임새를 넣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끌지도, 뒤에서 밀지도 않지만, 주민과 전문가가 잘하고 있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필요하면 도움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성급하게 개입하기 보다는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릉마을만들기센터는 2008년 8월에 시작했습니다. 각 마을의 요청에 대해 동일한 해법을 제공하기 위해 시민단체, 대학, 업체, 공무원 등이 팀을 꾸려 마을만들기지원단이라는 자생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이근호 수원 마을르네상스센터장,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이하 이근호) : 저한테 중간지원조직은 없어지기 위해 활동하는 조직입니다. 행정과 민간의 요구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이를 전문가 몇 사람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중간지원조직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난실 광주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장(이하 윤난실) : 아직 미흡한 지방자치 현실을 고려하면, 중간지원조직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희는 사회적경제, 마을만들기, 주민자치 활동을 공동체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직접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지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상우 충남사회적경제네트워크 사무처장(이하 박상우) : 저희는 광역단위 중간지원조직입니다. 기초 지자체의 중간지원조직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관료제 정부에서 주민참여 정부로 바뀌면서 거버넌스로 주민참여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간지원조직은 민간의 자조적 역량을 강화하고, 민이 민을 도울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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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필요한가?

윤석인 : 중간지원조직, 왜 필요할까요? 각 조직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근호 : 일주일에 평균 1~2팀이 외부에서 저희 센터로 답사를 오는데요. 수원은 마을만들기, 거버넌스, 지속가능발전에 있어 정책지원을 꾸준히 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환경단체, 주민자치위원회나 마을리더들도 수년간 경험을 축적해 왔습니다. 마을르네상스 중간지원조직이 이들의 힘이 모이는 매개체 역할을 해 왔지요. 때문에 우리 현실에서는 중간지원조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인 : 관설관영(관에서 만들고 관에서 운영)에 대해 의견을 갖고 계신 분은 없으신지요?

윤난실 : 주민 입장에서 보면 운영형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평적 관점에서 주민 활동이 원활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민간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정과 관련해, 행정이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박성우 : 초기에 이런 시스템을 갖추었더니 도움이 되더라는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충남에서는 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획단이 아닌 민과 관이 9대1인 구조의 기획단을 만들었습니다. 기획단을 통해 정책을 수립했고, 예산수립과 집행에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저희 조직은 정확히 말씀드리면, 민설관협민영입니다. 관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조직이지요. 운영비가 13억 원 정도 드는데 국비 8억 원, 도비 3억 원, 나머지 2억 원은 자체 충당하는 구조입니다. 관과 민의 칸막이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야 정치적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간지원조직 운영 노하우

윤석인 : 운영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행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없는지요?

박상우 : 중간지원조직이 조직을 자기 스스로 비대하게 키우려 하면 안 됩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죠. 가장 어려운 것은 중간지원조직을 만든 이유, 흩어져 있는 자원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주민과 마을의 변화를 견인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들이 소진되지 않도록 건전한 재정구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윤난실 : 자원봉사센터나 복지관 같은 조직들도 마을에 기반한 공익활동을 합니다. 중간지원조직은 주민과 이들 조직 간의 허브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스스로 성과를 키우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가장 먼저 의회에서 반대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이근호 : 저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중간지원조직을 행정의 보조도구로 볼 것인가, 민간의 자발성과 창의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매개 역할로 볼 것인가에 따라 외형은 차이가 없어도 내용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특히 결과적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조직의 수는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권상동 : 시민사회 역량이 빈약한 농촌지역에서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활동가가 필요한데, 지역에서 경험을 축적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행정 부서 간 협력이었습니다. 담당자들이 2~3년마다 바뀌기 때문이죠.

행정이 유의할 점은 중간지원조직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것입니다. 사회적 지위는 지자체장님들께서 만들어 주셔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과 공동의 관계이고 함께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주셔야 원활히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활동가들이 주민과 더 긴밀하고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에 투자해 주십시오.

윤석인 : 네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핵심 메시지가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장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임금은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공영역의 민간영역에 대한 노동착취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행정이 갑질하는 문화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사회적 지위는 활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획득되는 것 같습니다. 광산구도 센터 설립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광주시 마을공동체 아이디어 콘퍼런스에서 33개의 마을을 선정했는데요. 그 중 21개가 광산구 소재의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것이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성과는 우리 사회를 실질적인 자치사회로 꾸릴 수 있느냐에서 찾아야 합니다. 중간지원조직의 존재 이유는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의 삶의 양식, 삶의 원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서부터 찾아야 합니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는 마을이나, 사회적경제는 그동안 공공영역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입니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것이지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선 한발 앞으로 나아가며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목민관클럽에서 중간지원조직의 구조적인 방향이나 지원형태, 광역?지역 단위의 역할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과제를 풀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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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제언

윤석인 : 중간지원조직이 지역공동체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마무리 발언으로 부탁드립니다.

윤난실 : 공익활동지원센터는 다른 곳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조직인데, 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행정이 관리감독의 입장에서 지원과 협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 드립니다.

박상우 :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신화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도가 없어서 안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시민역량이 낮습니다. 마을 안에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자기 역량을 키워 나가고, 생활정치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간지원조직입니다. 농촌사회는 폐촌의 문제까지 와 있습니다. 폐촌의 위기를 넘기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아울러 중간지원조직 간 연대가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이근호 : 마을은 갈등이 아니라 화합과 통합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원칙하에 중간지원조직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상동 :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이야기하는 마을은 대단히 중층적입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주민들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길게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윤석인 : 지역공동체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이나 예산이 아닌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지역공동체를 이루는 주민의 관점에서 중간지원조직을 바라본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_ 송정복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wolstar@makehope.org
    장우연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wy_chang@makehope.org
    이남표 정책그룹 위촉연구원 / smond@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