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희망제작소는 10회에 걸쳐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글은 일본의 NGO 활동가 16명이 쓴 책《굿머니,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의 일부를 희망제작소 김해창 부소장이 번역한 글입니다. 몇몇 글에는 원문의 주제에 관한 김해창 부소장의 글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일본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눈에 비친 전 세계적인 돈의 흐름을 엿보고,  바람직한 경제구조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용자
투기 대상이 된 통화

‘닉슨 쇼크(1971년 8월 15일 미국 대통령 닉슨이 발표한 달러 방위정책으로, 달러와 금의 교환을 정지하고 모든 수입상품에 대해 10%의 수입 과징금을 부과해 충격을 주었다. ─ 옮긴이)’ 뒤 일본 엔화는 그때까지 1달러 360엔의 고정환율제에서 조금씩 시세가 바뀌는 변동환율제로 바뀌었다. 이것을 계기로 국제환이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통화가 투기 대상으로서 이익을 낳게 되는 구조는 다음과 같다. 외국에 갈 때 용돈으로 5만 엔을 가지고 가서 1달러 100엔의 환율로 교환하면 500달러가 된다. 100달러가 남아서 가지고 돌아왔는데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1달러 120엔(달러 강세, 엔 약세)이 되었다면 2,000엔을 번 셈이 된다. 짧은 여행 기간에 이 정도로 환시세가 크게 바뀌는 경우는 드물지만, 변동 폭이 적어도 금액이 많으면 이익이 아주 많이 생긴다.

지금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 대부분의 기업이 국제 환시세를 이용한 ‘투기’를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어 각국의 통화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 환시세를 이용한 투기성 통화거래액은 계속 늘어, 변동환율제가 시행된 다음해인 1973년에는 4조 달러였지만 1980년에는 40조 달러, 현재는 470조 달러까지 늘어났다.

원래 환거래는 다른 통화 간의 대금 결제를 위한 것이었는데, 각국의 통화가 투기 대상이 되면서 환시세는 바로 불안정해졌다. 외국에서 상품을 수입하거나 외국에 공장을 세울 때 물품대금이나 공사대금을 결제하려면 통화를 교환해야 한다. 대금 결제를 위해 통화거래를 할 경우에는 계약에서 지불까지의 기간 사이에 환율이 되도록 변하지 않고 안정된 쪽이 좋다.

하지만,투기를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이익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불안정하고 단기간에 변동 폭이 크면 클수록 좋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인 외환거래 실태를 보면, 무역 등의 대금 결제를 위한 환거래는 전체 가운데 5% 정도 뿐이고, 80% 이상이 투기를 위한 거래다.

통화위기의 메커니즘

국제 환시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통화거품’이라고 하는 통화위기가 쉽게 발생하게 되었다. 환투기를 한 사람들은 자신이 산 특정 통화의 가치가 오르기를 기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통화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너도나도 사다 보면 시세는 계속 오르고,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람들의 거래를 부추긴다. 이런 상황이 전 세계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환시세가 본래의 통화가치를 크게 벗어나 단시간에 큰 폭으로 오른다.

이러한 ‘거품’의 절정기에 어떤 계기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누구나 본래의 통화가치보다 크게 높아진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 통화를 속속 팔게 된다. 그래서 한순간에 통화가격이 하락하고 통화위기가 닥치게 된다.

통화위기의 발생에는 헤지펀더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헤지펀더란 거액의 자금을 가진 기관투자가로, 거액의 자금이 있으면 환시세를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다. 특정 통화를 사들여 시세를 올리고, 다른 투자가가 사자는 분위기로 몰려 최고치에 오를 때 한꺼번에 팔자로 돌아선다. 싼 가격으로 산 통화를 최고치로 팔면 거액의 시세 차액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물론 그 통화의 가격은 빠르게 하락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75년부터 97년까지 22년간 세계 각지에 158건의 통화위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90년대 이후의 주요 통화위기만 해도 유럽통화제도(EMS)에 대한 투기적 공격(1992∼93년), 멕시코 위기(1994∼95년), 아시아 통화위기(1997∼98년), 러시아 위기(1998년), 남아프리카 위기(1998년), 브라질 위기(1999년), 남아프리카 위기(2001년), 터키 위기(2001년), 아르헨티나 위기(2001년), 브라질 위기(2002년) 등이 있다.

통화위기가 발생하면 개발도상국은 바로 경제위기에 빠져 점점 많은 사람들이 빈곤으로 내몰린다. 태국에서는 1995년까지 10년간 연평균 9%가 넘는 고도 경제성장을 해왔지만, 동아시아 통화위기 이후인 1997년에는 1.7%, 1998년에는 8.0%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가 후퇴했다. 이 시기 아시아 각국 통화의 대 달러 시세는 거의 50% 하락했다. 결국 달러로 결제되던 수입품의 가격이 2배가 된 것이다. 실업률도 한국의 경우 4배, 태국이 3배, 인도네시아가 10배로 뛰어올랐다.

통화위기 억제하는 토빈세

자기의 돈벌이를 위해 한 나라의 경제를 혼란에 빠트리고 민중에게 고통을 주는 통화위기를 국제사회가 방치해도 좋은 걸까.

지금 수년간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 옮긴이)다. 198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 박사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부른다. 토빈세는 투기를 억제할 목적으로 제안된 세제로,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모든 투기를 대상으로 낮은 세율의 과세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기를 위해 빈번히 통화거래를 하는 투자가는 거액의 거래세를 지불하게 된다.

둘째는 2단계 과세방식의 도입이다. 환시세가 소정의 변동 폭 안에 머물고 있는 한 환시세는 ‘정상’으로 보여 아주 낮은 세율의 ‘통상적’인 세(0.01%~0.15%)가 적용되지만, 설정된 변동 폭을 넘어서면 ‘이상(異常)’으로 판단, 거래차익에 대하여 80% 또는 100%라는 아주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 2단계 과세방식에 따라 통화위기를 억제할 수 있도록 구상되어 있다.

토빈세 도입의 관건은 각국이 토빈세 도입을 승인할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토빈세를 도입하지 않는 나라가 있으면 그것이 도망갈 구멍이 돼, 토빈세의 효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의 민중이 경제적인 혼란에 빠져 처참한 고통을 받고 있어도 ‘내가 돈을 버는데 뭐가 나쁘냐!’고 하는 야만적인 생각이 시장에서 큰 손을 흔들고 있다. 각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러한 생각을 뛰어넘는, 인류사회를 위한 이념을 추구해야 할 때다.

”사용자

토빈세는 개발도상국의 누적 채무를 해결하고, 빈곤과 환경문제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자금원으로도 기대가 된다. 예를 들어 현재의 환거래액에 0.01%의 세금을 부과하면 470억 달러의 세수를 기대할 수 있다. 유엔의 추계에 따르면, 세계의 빈곤을 없애는 기초적인 사회적 지출에 필요한 금액은 연간 400억 달러, 세계 최빈국 41개 나라의 누적 채무 총액이 1,690억 달러(1998년 현재)이므로, 세수의 운용으로 이들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다.

지금도 국제적인 통화거래에 대해 세제상 우대조치를 채택함으로써 투기 자금을 끌어들이는 국가나 지역이 있다. 이러한 국가나 지역이 토빈세 도입에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토빈세 도입을 위해서는 전 세계가 어떻게 합의를 해나가느냐 하는 것이 과제다.  

글_요코하마 히로시
번역_김해창 (hckim@makehope.org)

● 연재순서
1. 당신의 돈이 전쟁을 돕는다
2. 저금이 환경을 파괴한다?    ? 다시 생각해봐야 할 국책ㆍ공공사업
3. 토빈세, 야만과 싸우는 세금
4. 금리, 지역경제와 환경의 파괴자
5. 지역통화로 돈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한다    ? 한국의 대표적 지역화폐 공동체 ‘한밭레츠’
6. 돈의 사용처 공개하는 착한 금융기관
7. 계좌로 바꾸는 세계
8. 굿(goods) 감세, 배드(bads) 과세
9. 공유지 보전으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든다    ? 한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10. 지금, 돈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    ? 개발을 거부한 도심 속의 오래된 미래, 물만골공동체의 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