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와 동아시아 : 일본(1)] “다음 세대 최고 일본 연구는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_1L|1366696228.jpg|width=”260″ height=”271″ alt=”?”|마이클 오슬린(Michael Auslin) 박사 : 미국기업연구소 일본연구 책임자_##]글/사진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시거센터 방문연구원)

최근 미국 싱크탱크 세계의 ‘중국 연구 붐’에 대해선 <글로벌 브레인 투데이>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이나 한국, 대만과 같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 싱크탱크들에서의 연구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대만 정부 차원에서의 공식적 관리를 통해, 그리고 한국은 북핵문제를 이유로 워싱턴의 관심을 유지하고는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 대한 연구나 관심은 어떠한가? 과거 미국 싱크탱크들의 아시아 연구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던 일본 연구는 점차 그 규모와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그것은 일본 연구를 가능케 했던 일본 정부나 기업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일본과의 무역마찰 등 뜨거운 현안이 줄어들면서 미국 내에서의 관심 저하, 다소 평탄한 일본 사회 연구의 지루함 또한 그 이유로 언급되곤 한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기대와 우려)이 커지는 것과 맞물려 일본에 대해 새롭게 주목하는 연구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전통적 “미일동맹”의 강화를 통해, 최소한 아시아에서의 세력 균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실제로 워싱턴 싱크탱크들에서 ‘미일동맹’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강연회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으며, 미일동맹 분야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마이크 모치즈키(Mike Mochizuki) 조지 워싱턴 대학교 교수 역시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일본 연구에 대해 “과거 ‘무역’과 ‘경제’ 분야 중심의 일본 연구에서 ‘안보’와 ‘군사’ 분야 연구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필자에게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이러한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의 현실을 잘 보여 주는 작은 ‘사건’ 하나가 바로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일본연구 책임자로 마이클 오슬린(Michael Auslin) 전 예일대학교 교수가 새로 부임했다는 것이다. 마이클 오슬린 박사는 미국기업연구소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미국 최고 명문대학교 가운데 하나인 예일대학교 역사학과 부교수(associate professor)였으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선정하는 차세대 세계지도자(Young Global Leader)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주목받는 일본 연구자 가운데 한명이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미일 관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문화 교류 100년을 정리한 『일본 사회 : 100년을 축하하며, 1907―2007』(Japan Society : Celebrating a Century, 1907―2007)를 내기도 하는 등, 활발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벌이며 최고 명문대학교에서 안정적 지위를 보장받던 마이클 오슬린 박사의 미국기업연구소 행은 이곳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에서도 눈길을 끄는 사건이었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많은 ‘일본 전문가’들은 마이클 오슬린 박사가 예일대학교를 떠나 미국기업연구소를 택한 것을 들어 워싱턴 싱크탱크들에서 일본 연구가 다시 중요한 위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하였다. 마이클 오슬린 박사와의 인터뷰는 2008년 2월 22일 그의 연구실에서 약 40분 가량 진행되었다.
[##_1R|1180547247.jpg|width=”294″ height=”261″ alt=”?”|”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아소 타로 일본 외상(2008년 3월 5일, 워싱턴 윌란드 호텔) : 사사카와 평화재단, 새로운미국안보센터, 대양정책연구재단 등이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300백명 가까운 미국과 일본 인사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뤘다. _##]홍일표(이하 홍) : 오슬린 박사님.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현재 <미국 싱크탱크와 동아시아>라는 주제로, 워싱턴 싱크탱크에 속해 있는 동아시아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많은 이들이 오슬린 박사의 미국기업연구소 행이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에서 일본 연구가 보다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였습니다. 우선, 다소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오슬린 박사께선 왜 안정적인 대학교수, 그것도 미국 최고 명문대학교 가운데 하나인 예일대학교를 떠나 이곳 미국기업연구소로 오시게 되었습니까? 그리고 그것과 연결하여 워싱턴 싱크탱크에서의 아시아 연구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우선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이클 오슬린(이하 오슬린) : 홍박사님, 저 역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에 대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내려 주셨다니 무척 감사하고 또 부끄럽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지난 2000년부터 작년 2007년까지, 예일대학교 역사학과에서 미국과 동아시아 관계, 아시아 안보, 미국과 일본 관계, 아시아-태평양 다자 기구, 일본 역사 등을 가르쳐 왔습니다. 말그대로 대학교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적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저는 미일관계,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에 있어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은 ‘대학’이 아니라 이곳 워싱턴 디씨, 즉 싱크탱크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리를 옮기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단순히 가르치기만 할 뿐이며, 학생들은 그저 학술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죠. 설령 대학에서 수많은 이들이 일본, 중국, 한국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들 가운데 정책과 관련된, 또는 대중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상 미국에는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한국과 일본, 중국의 관계 등에 대해 정책결정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향후 미국의 미래는 아시아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를 안정시키기 위한 미국의 오랜 노력이 있었고, 남한과 같은 우리의 친구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그들과 함께 싸웠으며, 일본과 남한에 지난 60여 년간 머무르며 동맹관계를 지켜 오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한국과의 무역은 미국에 있어 핵심적인 위상이며, 전세계 인구의 대다수가 아시아에 살고 있고, 전세계 경제생산물의 대부분이 또한 아시아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모든 이유들로 인해 미국은 반드시 아시아에 관한 최고 수준의 정책들을 갖추고 구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정책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안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추고 있는 관료들이나 싱크탱크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싱크탱크에서의 아시아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정부 관료들의 경우, 매일매일 업무에 쫓기어 결코 길게 내다보고 정책을 준비할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싱크탱크는 그와 달리, 한걸음 물러나 상황을 바라 보며, 좀더 크게 생각을 하고, 좀더 창조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함께 토론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저희는 정부 관료와 학자들, 기업가들까지 모두 모아 쟁점이 되는 모든 이슈들을 같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곤 하지요. 그래서 싱크탱크라고 하는 것은 매우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비단 연구 그 자체만이 아니라 실제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우호관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의 전문가들은 이것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히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 교수들이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시아를 연구하는 보다 젊은 세대의 전문가들에 있어서, 자유무역, 군사력 재배치,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북한을 다룰 것인가 등의 문제들은 아시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반드시 관심을 갖고 다뤄야 할 과제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뛰어난 사고를 갖추어야 할 것이며,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남한의 대학교수, 관료, 싱크탱크 연구원들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 한국 사이에 놓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훌륭히 처리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를 만나보진 못했지만, 어쨌든 제가 보기에 그는 지금까지 어떤 한국의 대통령들보다 더 뛰어나게 일을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는 비젼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관료, 학자, 싱크탱크 연구원들을 어떻게 만나 나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매우 과감하고 용감하게 미국에 대해 관계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해 오고 있으며, 이제 우리가 그것에 응답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봅니다. 우리는 한국의 친구들에게 보다 나은 정책, 보다 나은 글, 보다 나은 기회를 통해 반응해야 할 것이며, 한미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홍 : 좀더 구체적으로,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일본 연구에 대해 여쭤 보겠습니다. 과거에 비해, 그리고 중국이나 한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연구와 비교하여 일본 연구는 어떤 특징과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오슬린 :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군요. 우선 대학에서의 일본 연구는 ‘문화’나 ‘사회 이슈’와 같이 점점 더 부드럽고 가벼운 주제 중심으로 쏠리고 있고 군사나 정치, 경제와 같이 무거운 주제들에 대한 연구는 인기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앞서 언급하셨던 조지 워싱턴 대학교 마이크 모치즈키 교수는 매우 예외적이며, 또 그만큼 뛰어난 학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이크 모치즈키 교수는 제가 속해 있었던 예일대학교 맥밀란 국제지역연구 센터(McMillan Center for International and Areas Studies)에 계셨기도 했고, 또 저처럼 대학을 떠나 브루킹스연구소로 자리를 옮기시기도 하셨죠. 물론 지금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셨지만 말입니다. 그처럼 정치경제, 군사안보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대학교수는 매우 적습니다. 마이크 모치즈키 교수나 조지타운대학교의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커트 캔달 등을 손꼽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워싱턴 디씨에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약간의 학자들이 일본의 정치경제, 안보, 군사 문제 등에 관해 글을 쓰고 있지만 그들의 숫자는 매우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설령 그들조차 대부분 그저 글을 쓸 뿐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논쟁에 참여하는 방식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그들은 그저 “일본의 안보 정책”에 대한 글을 쓸 뿐, 어떻게 일본이나 미국의 정책을 바꿀 것인가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저 글을 쓸 뿐인 것입니다. 물론 이들 가운에서도, 마이크 모치즈키 교수와 같이 훌륭한 저술을 통해 논쟁의 지형 자체를 바꾸고, 정책에 개입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 대학에서 일본 연구의 규모 자체는 과거에 비해 커졌다고 할 수 있고, 다루는 범위도 훨씬 넓어졌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와 일본의 관계는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가 등의 무겁고 어려운 질문들을 지워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제가 이곳 워싱턴 디씨 싱크탱크로 오게 된 이유입니다. 저는 다음 세대의 최고 일본 연구는 대학이 아니라 싱크탱크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어떤 모습의 미래, 미국과 일본, 중국, 한국의 어떤 관계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와 관련된 연구들을 계속 진행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으로 간 연구자들 가운데 일부는 분명 다시 싱크탱크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의 노력에 의해 세계가 좀더 나아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미국 동맹국가들 가운데 최고의 친구입니다. 이미 많은 한국 군대가 미국 군대와 같이 세계 곳곳에서 함께 하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상황은 또다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 중국의 성장, 이런 모든 조건들이 또다른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고의 연구자들이 워싱턴 디씨 싱크탱크에 모여, 어떻게 한미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어떻게 이런 변화에 대응할 것인가를 얘기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비단 한국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대학에 있다면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대학교수는 강의를 우선 신경 써야 하고, 해야할 다른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제가 홍박사님과 이렇게 앉아 다양한 이슈들을 얘기하고, 토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 나아가 아시아 연구가 더욱 더 커지고 더욱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믿는 이유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이겠지만, 저는 정말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_1C|1132237650.jpg|width=”567″ height=”203″ alt=”?”|”미일동맹을 한단계 더 끌어 올리기” 토론회(AEI, 2008년 3월 7일)_##]홍 : 과거에 비해 앞으로 싱크탱크에서의 일본 연구, 아시아 연구가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중국 연구와 비교한 일본 연구는 어떻습니까? 그리고 누구를 과연 이곳 워싱턴의 일본 전문가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요?

오슬린 : 물론 중국 연구에 비교한다면 그 규모가 더 작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폭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본 연구 프로그램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한국 연구는 언제나 작았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에서의 일본 연구는 주로 문화 연구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안보나 군사, 정치 문제와 같은 영역에서 중요한 학자들의 이름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이클 그린, 마이크 모치즈키, 주로 한국 문제를 다루지만 일본도 함께 하고 있는 빅터 차, 저. 정말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희들이 여기서 보다 중요하고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을 생산해 낸다면 싱크탱크로 돌아오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자리와 돈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치 대학에서 하는 것처럼 말이죠. 예전에 대학들 역시 2명 이상의 아시아 전문가를 교수로 두지 않았습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시아 연구와 관련해서 돈이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싱크탱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한국 연구를 위한 경제적 지원, 일본 연구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젊은 세대의 연구자들을 키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우리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그건 돈과 시간이 드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홍박사께 대표적인 싱크탱크 일본 연구자들의 이름을 많이 말씀드릴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그만큼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도 젊고, 마이클 그린은 더 젊습니다. 우리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고, 다야한 이슈들을 대중과 정책결정자들에게 말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홍 : 그러면 현재 미국기업연구소의 일본연구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정 지원자는 누구인가요? 재단인가요?

오슬린 : 솔직히 저는 잘 모릅니다. 저는 단지 연구자일 뿐이니까요. 필요한 경우 가끔 재정 담당자와 논의는 하지만, 저는 직접적으로 재원마련을 위한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전략 및 국제문제 연구센터(CSIS)는 토요타같은 기업에서 재정지원을 받고 있고, 브루킹스연구소도 기업이나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싱크탱크들이 아마 비슷한 구조일 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에게서 어느 정도 지원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저도 잘 모릅니다.

홍 : 무척 흥미롭군요. 제가 미국 싱크탱크의 재정, 운영과 같은 내부 메커니즘을 다룬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보았을 때, 그들 대부분은 “돈 문제”를 가장 핵심적인 어려움으로 토로했고, 실제로 각 프로그램의 책임자들은 스스로 재원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오슬린 박사는 그런 재원마련 활동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오슬린 : 그렇습니다. 미국기업연구소에서 저의 역할은 연구입니다. 미국기업연구소는 다른 싱크탱크들과 비교할 때 매우 뛰어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는 제게 “연구를 해라. 일본과 아시아에 관한 좋은 연구성과를 내라”고 요구할 뿐입니다.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후원을 요청하거나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경우는 있지만, 제 본래 임무는 그런게 아니라 “지적 활동”이며 “연구”인 것입니다. 이런게 미국기업연구소를 매우 독특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구체적인 컨퍼런스에 필요한 후원을 받기 위해 약간의 노력을 한다거나, 일본 프로그램을 후원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은 다른 싱크탱크들과 비교할 때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기업연구소에 연구원으로 고용되었다고 한다면 핵심은 ‘지적 활동’이자 ‘연구’이며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재정마련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 주된 임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홍 :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오슬린 박사가 최근에 발표한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기회(America’s Asian Opportunity)”( No.1, January 2008, www.aei.org/asia)라는 글에서 보면, 호주와 일본, 한국, 대만을 전통적인 미국의 ‘친구’로, 그리고 인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을 미국의 ‘새로운 친구’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과 미국은 어떤 관계인 것인가요?

오슬린 :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매우 복잡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국제관계에 있어 현실주의적 입장입니다. 국가가 추구하는 정책 차원에서 보자면, 서로 비슷한 정책 목표를 추구하는 두 국가가 친구의 관계,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훨씬 쉽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매우 다양한 형식의 관계를 맺고 있고, 아마 그런 다양한 관계는 앞으로도 좀더 지속될 것입니다. 중국은 아시아에 있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매우 분명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중국의 그런 목표가 언제나 미국의 그것과 일치할 것인가에 대해선 확신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글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미국은 매우 분명한 정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고, 아시아의 미래는 반드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인권, 법치의 확산, 강화, 보호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원칙들은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가 되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미국식’ 민주주의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가 공유해야 할 가치에 대해 얘기한 것입니다.

저는 미국의 정책이 우리와 비슷한 시스템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친구와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보다 자유주의적이며 민주적이며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국가들을 우리의 친구로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중국 인민들도 언젠가 자유롭고, 선택할 수 있고, 자신들의 미래를 말할 수 있으며, 경제와 정치 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중국 지도자들이 그렇게 되길 원할 것이라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려 한다면, 우리는 한국과 일본 모델을 그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이나 한국 모델이 중국 인민들에게, 그리고 지도자들에게 얼마나 더 나은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중국이 그렇게 쉽게 “우리도 당신들처럼 살겠다”라고 말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중국처럼 사회가 운영되도록 하지는 않겠지요. 그건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고 중국과 친구가 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친구를 지킬 것이며, 민주주의를 지지할 것입니다. 중국은 매우 독특한 나라입니다. 그들은 4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하는 인민들과 그들 스스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 준 나라입니다. 저는 중국을 전혀 얕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만 현재 시스템으로만 보자면 일본과 한국, 미국의 시스템이 중국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시스템이 중국의 그것보다 더 나은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그 글에서 ‘새로운 친구를 얻는 것’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민주주의와 자유, 자유시장경제를 원하는 국가들을 지원함으로써, 보다 부유하고 건강한 나라들의 숫자를 더 늘려 나간다면, 중국 역시 의심할 여지없이 그것을 볼 것입니다. 우리는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으며, 중국 역시 주변 국가들과 다투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를 침략함으로써 더 부유해지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 퇴보가 아니라 진보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이 제 비젼이며, 제가 그 글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홍 : 오늘 좋은 말씀 들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를 통해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오슬린 : 저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홍박사님의 연구가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책으로 나오면 꼭 한권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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