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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조지워싱턴대학교 시거센터 방문연구원)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는 1962년 조지타운대학교 부설 연구소 형태로 처음 만들어 졌으며 공동 창립자는 미국기업연구소 스탭이었던 데이빗 앱셔(David Adshire)와 해군제독 출신의 알레이 버크(Arleigh Burke)였다. 앱셔는 육군 출신으로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죠지타운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그 이후 전 하원원내총무였던 클레몬트 자브로스키의 국방문제 보좌관으로 정책 커뮤니티에 참가하기 시작하였다가 미국기업연구소 대표였던 윌리엄 버루디의 눈에 띠게 되면서 미국기업연구소로 스카웃되었다. 앱셔는 미국에 보다 전략적 문제에 집중하는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윌리엄 버루디의 도움을 얻어 스카이프재단과 저스틴 다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1962년 조지타운대학교 부설기관으로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http://www.csis.org)를 설립하게 된다.

연구소의 처음 발족 당시 예산은 년 12만 달러에 불과하였고 스탭의 숫자도 7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연구소에 불과하였다. 1968년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는 조지타운대학교를 떠나 독립기관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이후 빠른 성장을 거듭하여 2005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빈도에서,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는 전체 싱크탱크들 가운데 8위를 차지했고, 앤드류 리치(Andrew Rich)가 의회 보좌관과 언론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영향력 인식 조사 결과에서 1993년 7위, 1997년 7위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는 2007년 말 현재, 국방과 안보 정책(Defense and Security Policy), 지구적 도전(Global Challenges), 지역적 변환(Regional Transformation)이라는 3대 연구 영역에 모두 32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공동의장은 샘 넌(Sam Nunn) 전 상원의원이 1999년부터 맡아 오고 있고, 2004년부터 존 햄르(John Hamre)가 대표 및 최고경영자를 맡아 센터를 이끌고 있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의 경우, 다른 싱크탱크들과 달리 카운슬러(Counselor)라는 자리를 따로 만들어 연구소의 인적 구성을 더욱 화려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는 브레진스키와 키신저, 샘 넌 이사회 의장, 아버지 부시 대통령 당시 대통령 보좌관을 역임하였던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Brent Scowcroft)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의 1년 예산은, 2006년 9월 30일 회계일을 기준으로 1년 수입은 약 2,843만 달러, 지출은 2,857만 달러이다. 수입액의 41.6%가 재단의 조성금 수익이며, 27.9%가 기업 후원, 16.1%가 정부 프로젝트, 6.4%는 개인 후원, 5.6%는 기금 운용 수익이다. 지출액의 69.6%는 연구 프로그램 사업비로 사용되고 있으며, 운영비 17.7%, 재원개발을 위한 지출이 전체 예산의 6.4%, 언론홍보와 대외협력(external affairs) 관련 지출은 3.1%, 회원관리에 3.2%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기부 관련 전문기관인 채리티 네비게이터 자료에 따르면,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의 2005년 9월 30일 회계일 기준 순자산은 34,365,169 달러이며, 재정의 운용은 매우 건전한 상태(별4개)임을 알 수 있다. 연구소의 재원개발 부서에는 현재 10명의 스탭이 일하고 있는데 이런 규모는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재원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단으로부터의 조성금이 가장 중요한 수입 기반인 센터는, 지난 1985년부터 2005년까지 보수적 성격의 재단들로부터 총 129건, 18,735,800 달러의 조성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대부분 이는 개별 프로젝트들에 대한 조성금 지원의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는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 지식인들의 거점 싱크탱크로 평가되고 있으며, 센터 내의 <재팬 체어> 역시 미국 싱크탱크 세계의 일본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재팬 체어>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마이클 그린(Michael Gree)은 죠지타운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이기도 하며, 부시 행정부 1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맡았던 인물로, 미국 내 최고 일본전문가 가운데 한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니콜라스 쩨체니(Nicholas Szechenyi)와의 인터뷰는 2007년 12월 6일, 그의 연구실에서 약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니콜라스 쩨체니는 현재 <재팬 체어>의 부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의 연구원(fellow)으로 참여하기 전에는, 후지텔레비젼 워싱턴 지국의 방송 프로듀서로 5년 반 동안 근무하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뉴욕에 있는 <일본 재단>(Japan Foundation)의 글로벌 파트너쉽 프로그램 담당자로 4년간 일하였고, 약 6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는 등 일본과의 다양한 접촉면을 갖춘 인물이다.
”?” 홍일표(이하 홍) : 쩨체니 연구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는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데요. 다른 싱크탱크들에 비해 특별히 ‘초당파적(bipartisan)’인 의견의 제시를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우선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니콜라스 쩨체니(이하 쩨체니) : 홍박사님, 저 역시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반갑습니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이하 센터)에 대한 일반적 설명을 먼저 드려 본다면, 우선 말씀하신대로 ‘초당파적(bipartisan)’인 입장을 가지려 한다는 것이 첫 번째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직접적으로 특정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하기 보다는 다양한 이슈들과 관련된 “정책 논쟁에 기여”하는 것을 보다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두 번째 특징이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센터는 창립 이후 지난 수십 년간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사이의 정책 토론을 이끌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고, 이 과정에서 높은 명성과 신뢰를 형성해 온 것입니다. 현재 저희 센터에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소속되어 있고 안보문제(security)에서부터 미국 사회의 고령화(aging)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의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내고 있는 각종 보고서들이 담고 있는 입장은 개별 학자들의 관점일 뿐 조직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입장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센터 소속 연구자들은 자신의 글을 외부로 발표하기 전에 활발한 토론을 벌이지만, 그것이 센터 전체가 특정한 정책적 입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헤리티지재단은 이와 반대의 특징을 갖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 그와 같은 조직 전체가 갖는 일관된 입장이라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희 센터는 개별 연구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글의 결론을 제시할 수 있고, 이와 다른 관점을 갖는 연구자가 센터 내에 함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서로 다른 입장들 사이의 “토론” 자체를 중시하는 저희 연구소의 기본 가치 지향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별 연구자들 차원의 다양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센터 전체 차원의 명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원칙과 리더쉽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센터의 대표인 존 햄르(John Hamre)의 역할과 역량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초당파적’ 입장에 서서 ‘정책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단지 두 정당이나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과 의원, 그리고 그 외에 다양한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적 토론의 공간을 열고자 하는 것입니다. 핵심적 이슈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경우, 예를 들어 최근에 발표된 미국의 외교 정책 전반을 다룬 “현명한 권력(Smart Power)” 보고서의 경우에도, 이것은 단지 다음에 정권을 잡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미국 외교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 모든 이들을 청중으로 하여 작성된 보고서인 것입니다.

홍 : 개별 연구자들 사이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거나 또는 오히려 그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면 자칫 그로 인한 혼란 또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센터에서는 연구자들이 작성한 글에 대한 검토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쩨체니 : 보고서의 결론이나 주장을 검토하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언제난 자유롭게 말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고, 그 어떠한 검열도 업습니다. 다만 제가 쓴 글의 질(quality)이나 표현(expression)에 대해선 소속 프로그램의 책임자나 센터 전체의 편집 책임자가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내용을 문제삼기 위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홍 : 그렇다면 연구원은 어떤 의무를 부여받고 있습니까? 예컨대 수치로 정해진 집필량이 있는지요?

쩨체니 : 일단 센터 소속 연구원들은 열정적으로 자신과 관련된 분야에 참여하고 글을 쓸 것을 요구받습니다. 컨퍼런스나 세미나에 발표자나 토론자로 참여하고, 보고서나 책을 쓰고 신문에 기명칼럼(op-ed)을 기고하고… 센터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전체 부서들에 대해 확실하게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아는 한 저희 연구소 연구원들이 특정한 수치로 부여받는 글쓰기 의무는 없습니다.

홍 : 센터 연구원의 채용은 1년 또는 3년 계약직으로 이루어지는가요? 그리고 많은 미국의 싱크탱크들에서는 프로그램의 책임자들이 자기 프로그램 소속 연구자들의 급여까지 책임져야 하는 ‘연방제적 방식’의 재정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센터의 경우는 어떤가요?

쩨체니 : 저희 센터 연구원들은 일반 회사의 사원채용처럼 전업 연구자로 고용되며 계약제는 아닙니다. 물론 연간 성과 평가는 이루어지지만 그것이 재계약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아니며, 연구자는 센터 내부에서 승진하기도 하고, 또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퇴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각 프로그램의 책임자들 스스로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오는 ‘연방제적’ 재정운영 방식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재팬 체어>(Japan Chair)는 1980년 일본 토요타 자동차 회사가 낸 기금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하지만 매년 아주 작은 규모의 돈만 그 기금에서 들어오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클 그린 역시 열심히 돈을 모아 와야 하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재정마련을 위해 애를 쓴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도전’임과 동시에 훌륭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구자들은 항상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이슈”인지 생각하게 되고, 새롭고 혁신적 정책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워싱턴은 물론 세계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재단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정책 논쟁에 기여하는 하나의 방식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 : 프로그램 책임자만이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인가요? 다른 연구원들은 독자적인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 재단에 프로젝트를 신청하는 경우는 없는지요?

쩨체니 : 제 개인 차원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 재단에 제출하기도 합니다. 물론 <재팬 체어> 프로그램 차원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구요. 뿐만 아니라 저희 센터는 매우 큰 싱크탱크이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과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홍 : 그렇다면 쩨체니 연구원의 급여는 전적으로 <재팬 체어>에서 나오는 것인가요, 아니면 센터 전체 차원에서도 일부 보조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요?

쩨체니 : 조금은 복잡한데요. 일단 <재팬 체어> 자체가 확보한 기금에서 고정적으로 나오는 돈의 규모는 작습니다. 그리고 저희 센처 전체 차원이 확보한 기금 또한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재단으로부터 충분한 조성금 지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이나 센터가 버틸 수는 없습니다. 제 급여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재팬 체어>와 센터 전체가 일정 비율의 조합으로 제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형식입니다. 재단 프로젝트가 적으면 기본 급여 이외의 제 급여도 그만큼 적어지는 구조인 것입니다.

홍 : 쩨체니 연구원은 현재 <재팬 체어>의 부책임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당신 이외에 다른 연구원과 연구조교들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들의 급여 모두 마찬가지 방식인가요?

쩨체니 : 예,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의 급여 체계입니다. 그런데 센터 전체로 보자면 프로그램별로 약간씩 차이가 나타납니다. <재팬 체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프로그램인 반면, <국제 안보> 프로그램은 규모가 무척 큰 프로그램입니다. <재팬 체어>와 같이 규모가 작은 프로그램에서는 소속 연구원들 전부가 참여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이루어지지만, 큰 규모의 프로그램 소속 연구원들은 프로그램 전체 차원의 프로젝트보다는 개별 연구자들 중심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홍 : 그럼, 화제를 바꿔서 <재팬 체어> 및 센터의 일본 연구에 대해 여쭤 보겠습니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 그리고 <재팬 체어>는 현재 미국 내 싱크탱크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일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최근 미국 싱크탱크들 내에서 일본 연구가 주춤하고, 중국 연구가 크게 부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쩨체니 : <재팬 체어>의 규모 그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만, 1980년에 설립되어 약 3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중요한 일본 연구 프로그램입니다. 1980년 설립 당시는 미일무역마찰이 심각하던 시기로, 설립의 목표 자체는 그러한 심각한 마찰 상황에서 두 나라 양자간의 상호이해를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특히 9/11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미일 간의 관계는 단지 두 나라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더불어 지역적, 지구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어제 저희 센터에서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미일 동맹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컨퍼런스가 열렸는데요. 이는 방금 제가 말씀드린 전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저희는 원래의 설립 목표를 중시하면서도 변화하는 세계에 잘 적응하는, 유연함을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를 통해 다시 정책 논쟁에 기여하고 주도하고 있는 것이죠.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에서 일본 연구가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별로 동의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기업연구소에 결합한 마이클 오슬린(Michael Auslin) 박사는, 예일대학교 교수 자리를 떠나 그곳으로 갔지요. 역사학자인 오슬린은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일본 전문가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기업연구소의 일본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도 있고, 최근 여러 싱크탱크들에서 일본 연구를 책임질 사람들을 구하고 있지요. 일본은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며 민주주의국가입니다. 다자주의적 관계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에 연계되어 있고 또 주도하고 있습니다. 결코 일본에 대한 연구를 경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일본 국내 정치나 사회 변화에 대한 연구를 등한시한다는 것 또한 아닙니다. 저희 <재팬 체어>에서는 일본의 국내정치, 무역과 경제, 안보와 국방, 외교 등 네 가지 영역을 설정하여 정기적인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고, 미일 양국의 향후 역할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홍 : 쩨체니 연구원의 본래 전공은 무엇인가요?

쩨체니 : 저는 학부에서 동아시아와 경제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일본과 무역정책을 전공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제네랄리스트(generalist)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곳에 와서 그런 측면이 오히려 좀 더 강해졌습니다. 미일관계만이 아니라 보다 지역적, 지구적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의 환경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해법은 무엇인가, 동아시아 지역을 포괄하는 국제기구는 어떻게 만들어 질 것인가 등. 이런 시야의 확장은 비단 저나 <재팬 체어>만의 측면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과 국제 안보 프로그램이 공동으로 동아시아 지역 기구의 제도화 문제를 다자주의 관점에서 다루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홍 : 센터에서 연구원을 뽑을 때 박사학위 여부를 중시하는가요?

쩨체니 : 물론 박사학위를 가진 연구위원급 연구자들은 많습니다. 각 프로그램 책임자급에서 보자면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많은 것 같긴 하지만, 일반 연구원의 채용에서는 학위보다는 경력이나 경험을 더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연구조교들은 대체로 학부를 갓 졸업한 이들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저와 같은 중간 관리자급 연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집니다. 프로그램 책임자들은 항상 너무 바쁘기 때문에, 신입연구원이나 연구조교들에 대한 신경을 많이 못 쓰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부책임자나 중간 관리자급 연구자들이 프로그램의 일상 운영을 관할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보고와 젊은 후배 연구자들에 대한 멘토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 : 그렇다면 센터 내부에 젊은 연구자들, 신입 연구자들을 위한 교육이나 훈련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쩨체니 : 신입 연구원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저희 센터의 앱셔-이나모리 리더쉬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신입연구원들만이 아니라 인턴이나 센터 외부의 젊은이들에게까지 열린 리더쉽 교육 프로그램인데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은 서로 만나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외교 정책에 대한 학습 또한 이루어지지요. 하지만 저와 같은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중견 연구원들의 경우에는 그런 공식적 프로그램보다는 비공식적 만남이 교육과 훈련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주 만나 함께 식사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프로젝트를 조직하기도 하지요. 이런 식의 비공식적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저의 상사인 마이클 그린으로부터 사람을 어떻게 만나고, 행사를 어떻게 조직하며 컨퍼런스에서 패널들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코멘트를 하는지 등에 대한 세부적 기술까지도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인 방법으로요. 저는 이런 만남과 관계가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 회의구조는 어떻습니까? 프로그램들 사이의 업무 조정 등을 위해서는 일정한 공식적 논의가 필요할 때가 많을 것 같은데요.

쩨체니 : 센터는 매우 큰 싱크탱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연구원들이 공식적인 회의를 통해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나 논의도 비교적 비공식적 접촉, 이메일 교환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제가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이메일을 보내 한번 같이 얘기해 보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죠. 함께 둘러 가볍게 앉아 얘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 많은 문제들을 정리하고 조정하지요. 물론 행정적인 업무나 예산과 관련된 사안을 다룰 경우에는 공식적인 회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지요. 또한 저희 연구원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외부로 나갈 때, 또는 센터 연구원 자격으로 책을 출판할 때 등의 경우에도 비교적 공식적인 검토 과정을 거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조정하는 방식은 비공식적이고 편안한 느낌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저희 센터에 소속되어 있는 수많은 훌륭한 연구자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그들에게 “나는 <재팬 체어>에 있는 니콜라스인데,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한번 얘기해 보면 어때?”라고 이메일을 보내곤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토론을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공동의 프로젝트나 보고서가 나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홍 : 긴 시간 동안 친절히 인터뷰에 응해 주신데 대해 다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