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이 여자 축구의 중심이 된 까닭은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정2품송, 대추의 고장 보은군이 여자 축구의 메카로 떠올랐다. 여자 축구는 실업팀이 8개에 불과하고 국내에서 인기 있는 종목도 아니다. 그런데 인구 3만 5천 명의 작은 시골이 여자 축구 경기로 들썩인단다. 같은 리그 경기가 열리는 타 시군에서는 200~300명 관중이 고작이지만, 보은군에서는 2,000~3,000명이 모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맑고 깨끗한 전통의 고장 보은

윤석인 소장(이하 윤): 보은 하면 속리산과 정2품송, 삼년산성, 대추 등등이 생각납니다. 보은의 자랑거리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정상혁 군수(이하 정): 매연이나 맹독성 오폐수를 배출하는 공장이 없는 청정지역입니다. 전형적인 농업지역으로 대다수 군민들이 농작물 재배나 축산업에 종사합니다. 아울러 보은은 수십 년 수백 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지역이며, 유교사상을 잘 지켜온 향교도 2개나 현존하는 전통의 고장입니다.

또한 속리산을 비롯한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아름답습니다. 첩첩산골이라고 하지만 남한의 정중앙이고 도로가 새롭게 뚫리면서 접근성도 좋습니다. 아래로는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부산까지 이어지고 위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당진-상주간 고속도로를 통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강원도까지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교통이 발달하고 청정지역이다 보니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인근 세종시가 조성되면 이곳은 토지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 잠재력도 높습니다.

윤: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군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겠습니다.

정: 청정지역을 잘 보전해야 활용가치가 높지요. 그래서 오염원을 배출시키는 시설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인근에 곧 60만 명 규모의 세종시가 들어서는데 이 사람들이 쉴 곳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서해안은 여름 한 철에나 갈 수 있고, 금산은 이미 난개발이 되었기 때문에 괴산이나 단양으로 가지 않으면 보은인데… 40분이면 접근할 수 있고, 경관이 우수한 속리산과 전통이 잘 보전된 보은군으로 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윤: 보은군의 단점이 있다면?

정: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속리산 일대가 국립공원구역으로 제한된 것이고, 또 하나는 두 개 면이 대청댐 상수원구역으로 묶여 있어 생업에 직접적인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중앙정부 업무를 지방정부로 많이 이관하는데, 저는 국립공원도 관리권을 지방정부로 넘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지인이 1~2년 근무했다가 가는 것보다는 지역을 잘 아는 지역민이 관리하는 것이 사고가 나도 대처를 더 신속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중앙정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역의 생물자원을 조사하여 보전방안을 마련하고 지방정부에 넘겨주면 지방정부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윤: 지금은 관리공단과 자치단체가 제대로 협력을 하나요?

정: 별로 협력하는 것이 없어요. 국립공원 내 사유림의 경우에도 관리구역으로 묶어 놓기는 했는데, 보상도 없고 관리도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윤: 지방정부로 넘길 경우에 지역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난개발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정: 그건 법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개발권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보전하고 관리하는 업무만이라도 넘겨주면, 지방정부에서는 다른 것들과 연계하여 관광객 유치나 지역주민 편익 증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_1C|1274261342.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좌)보은군 정상혁 군수 (우)희망제작소 윤석인 소장_##]
‘군민’들의 자존심을 세워라

윤: 도의원을 하신 뒤 단체장이 되셨습니다. 민선 5기 핵심전략은 무엇인지요?

정: 보은군이 재정자립도나 재정 규모가 전국 230여 개 지자체 중에 최하위권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군민들이 자신감을 잃었고, 열등의식이 팽배합니다. 누가 군수가 된다 해서 달라지겠는가? 뭔가 된다,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패배감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군수로 출마하면서 군민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군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군민의 자존심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전남 장성군이 교육을 통해 갈라진 상처를 메우고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곳으로 평가받는데요, 이런 교육으로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단기간에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크게 두 가지, 세부적으로는 세 가지를 봤습니다.

첫째 스포츠를 도입하자.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서 외지인을 많이 불러들이자. 전지훈련과 전국대회를 유치하고 군민들이 참여하면서 화합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스포츠는 시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편이 나눠지게 되고,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지지하는 곳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서로 편이 나뉘어 구경하면서 소리치고 응원하다가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서로 화해하고 교감하며 즐거워하지 않습니까? 스포츠는 이렇게 공감을 통해서 단기간에 사람들의 정서를 바꿔놓을 수 있지요. 그래서 6월에 당선되고 나서 곧바로 스포츠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충청북도의 다른 시·군은 공설운동장을 100억 원 이상 들여서 지어놨는데, 가을체육대회 한두 번 하고 끝입니다. 우리 보은군은 연중 경기가 이어지니 다들 부러워하는 수준이 되었고, 군민들의 자존심도 많이 살아났습니다.

두 번째는 문화?예술활동을 장려하는 것인데요. 우리 지역에는 개나리합창단, 난타, 고전무용팀, 오케스트라, 기타, 트럼펫 등 10여 개 정도의 동호회가 있습니다. 그동안 자부담에 200~300만 원 정도 일부 활동비를 지원해주고 있었는데, 현재 1억 원의 예산을 세워서 필요한 것들은 모두 전격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대신 지역행사 등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달려와서 공연을 해달라고 했지요. 여자 축구 경기가 열리면 중간 휴식시간에 공연을 하기도 하고 축제 때에는 곳곳에서 거리공연을 벌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문화예술회관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합니다. 그동안 트롯트 가수 남진뿐만 아니라 돈키호테나 아씨 등 뮤지컬이나 연극, 가곡, 옛날 흘러간 연극이나 영화상영 등 다양한 행사들을 계속 개최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속리산중학교에서 작은음악회가 열리는데, 이렇게 다양한 공연들을 군민들이 즐기는 동안 눈높이도 높아지고 따뜻한 정서도 갖게 됩니다. 공연을 보면서 즐거움과 참여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지요. 이렇게 두 가지를 핵심 군정 방향으로 세웠고요.

다음으로 스포츠와 문화예술 사이에서 지역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봉사활동을 장려하는 것인데요. 보은군은 적십자 회원이 500명입니다. 적십자봉사회가 읍면동마다 있는 곳은 보은밖에 없지요. 보은군은 적십자회비, 사랑나누기 공동열매의 수금액이 충북도에서는 1~2순위입니다. 우리가 인구도 적고 재정상황도 열악한 곳이지만, 남을 돕는 일에는 우리가 가장 앞장서서 1등 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1~2등을 하니 자부심도 살아나고 지역공동체가 많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우리 군이 인구도 적지만 노인인구도 29%로 230개 지자체 중에서 열세 번째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지역에서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는 성공적입니다.

윤: 아주 창의적인 전략 목표를 세우셨고, 혁신적으로 해오신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은 일자리나 경제를 먼저 챙기는데요.

정: 그것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현재, 우리 지역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큰 틀에서 지역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먼저 세운 후에 세부적인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역이 나눠져 있고 정서가 찢어진 곳에서 아웅다웅 해봐야 미래가 없지요.

윤: 재정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요?

정: 연간 예산 2309억 원에 인구는 3만 5000명입니다. 자체 세수가 110억 원 정도인데, 공공기관 인건비가 360억 원이니 재정상황이야 매우 열악하지요. 올해 국·도비 지원사업이 134개인데, 여기에 매칭 지원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지요. 어디 입장료를 받는다든지 세외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공원조성과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정: 군수 취임 후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입니다. 어떤 사람이 전화가 왔는데, ‘우리 집 완전히 망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무슨 소리냐고 하니, 보은군에 정기적으로 약장사가 들어오고, 한 업체가 들어오면 3개월 정도 머물면서 공연도 하고 경품도 주면서 노인들에게 온갖 건강식품들을 파는데, 자기 어머니가 외상으로 가져다 놓은 것만 1,100만 원 어치래요. 이것을 돈을 안 주니깐 자기 어머니가 죽겠다고 마당에서 뒹굴고 난리도 아니라는 거지요. 보은군에 이런 피해를 본 곳이 한두 집이 아니에요.

윤: 노인들이 많은 곳이니 문제가 더 심각하겠네요.

정: 이것이 어디 소관이냐 확인해 보니깐, 경제과 소관이고 과장 전결사항으로 되어 있어요. 건강식품 판매가 어느 곳에 업체를 두면, 판매는 전국 어디든 해당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온 동네가 난리가 났는데도 보은군청에서는 신청 들어온 것들을 전부 전결해 줬어요. 탁상행정이었던 것이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동안 우리 보은군이 전국 약장사들에게는 최고로 장사하기 좋은 곳으로 손꼽혔다는 겁니다. 그래서 추가로 신청 들어온 것 있나 확인했더니 두 개 업체가 예정돼 있어요. 그래서 공무원 3명 보내서 업체들에게 미리 공지하고 약 판매현장을 비디오로 전부 녹화하게 했어요. 그리고 허위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라 했더니 약장사들이 이틀만에 다 도망갔어요. 이제 약장사들에게 보은군은 군수가 악질(?) 같은 사람이 와서 장사하면 안 된다고 찍혔어요.(웃음) 사실 이렇게 약장사들이 오면 예식장이나 큰 건물을 예약하는데 하루 임대료가 200만 원이나 하니 이들과 일부 사람들에게는 돈벌이가 되겠지만, 다수 군민들은 큰 피해를 보잖아요. 어제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절을 다녀왔는데, 할머니 한 분이 손을 꼭 잡으면서 ‘나, 정 군수 좋아해요. 약장사 못 오게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해요. 지금 생각해도 그것 하나는 제때 제대로 손을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하나는 2004년부터 진행된 첨단산업단지 문제인데, 충청북도에서 보은, 옥천, 영동 남부 3군에 바이오산업단지 공모를 했어요. 보은군이 선정되었는데, 처음에는 100만 평 규모라 했다가 전임 도지사가 마지막에 협약을 맺으면서 60만 평, 45만 평으로 줄어들어 결국 1차 20만 평 개발을 하고, 나머지 25만 평은 원형지로 분양하는 것으로 했어요. 그것이 넘어왔는데, 해당지역 주민들은 보상도 못 받고 사업은 진행도 안 되고 있었어요. 내용을 보니, 보은군과 충청북도가 5:5로 투자를 했는데, 2012년 9월 착공해서 2014년까지 조성 완료하고 2016년까지 분양하는데, 분양이 안 될 경우에는 보은군과 충청북도가 20만 평에 대해서 공사비와 땅값을 모두 내놓아야 하네요. 그리고 25만 평은 보은군이 인수해서 그냥 있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여기에 농사짓고 있을 겁니까? 그래서 이거 협약이 잘못되었다, 취임해서 10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는데, 다행히 현 도지사와 협의가 잘 되어서 충청북도로부터 90억원 지원받아 평당 분양가를 39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낮췄고, 대출이자도 6.5%에서 3.5%로 낮췄습니다. 규모도 20만 평은 그대로 진행하되 원형지 분양 25만 평은 들쭉날쭉한 부분들을 제외하여 18만 평으로 줄였습니다. 당초 협약보다 약 200억 원 정도 보은군 예산을 절약했지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던 것이었는데, 그것을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고, 현 도지사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윤: 취임 1주년 성과보고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이 민선 5기 주요 과제이기도 한 공정하고 신뢰받는 행정 구현인데요.주민과의 대화와 소통을 위하여 ‘민원인과 대화의 날’을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운영하시는지요?

정: 내가 군수로 취임한 이래 하루도 군청에 출근 안 한 적이 없습니다. 정신없는 일정이지만, 그래도 현장 주민들과 대화는 공약에서도 약속했던 것이어서 매월 1, 3주 토요일을 ‘민원인의 날’로 정례화하였습니다. 행정과에서 신청을 받아서 일정을 짜는데, 누구나 신청하면 됩니다. 그리고 2, 4주는 직원이나 의원들과 전국으로 벤치마킹을 갑니다. 양돈, 한우단지 등 잘 하는 곳이 있다면 경남 산청이든 강원 화천이든 어디든지 다녀옵니다. 다녀올 때 버스 안에서 평가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인터넷에도 올립니다. 또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읍면장들은 이장을 만나고, 마을담당 공무원들은 가구별 방문을 하게 합니다. 가구별로 방문해서 어디 할머니가 아픈 곳은 괜찮은지, 물새는 곳은 없는지, 전구 갈 곳은 없는지 등 소소한 것들을 챙깁니다.

윤: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1계(담당) 1기업 전담책임제를 도입하셨지요?

정: 한화를 제외하고는 관내 업체들이 다들 영세한 농공단지 업체들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1계 1기업 전담제를 도입하였고, 한 달에 한 번 기업인협의회의를 열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을 합니다. 또 1년에 몇 차례씩 관내 중소기업 제품 팔아주기 운동을 합니다. 또 직원들이 5급 이상은 15만 원, 6급은 10만 원, 기타 7만 원 등 해서 지역활성화 상품권을 구입하고 있는데, 전체 규모가 약 6천만 원 정도 됩니다. 다문화가정도 읍면직원이 1인 2명씩 담당해서 지원하고 한 가정에 매월 5만 원씩 지원도 해주니 이혼이나 갈등이 많이 줄었습니다.

윤: 이야기를 바꿔서 앞서 스포츠마케팅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 정점에 여자 축구가 있는 것이지요?

정: 스포츠마케팅에서 중요한 지점은 전지훈련과 전국대회를 많이 개최하는 것인데요. 2010년에는 64개 팀에 선수?임원 포함하여 1,500명을 유치했는데, 2011년에는 304개 팀에 3,866명으로 2배가 넘었습니다.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면 최소 10일에서 25일간 체류를 하니깐 먹는 것, 자는 것 등 파생사업 규모가 상당하지요. 이번에 흥국생명 배구팀에서 30명이 체류 중인데, 이 팀은 자체 훈련장이 따로 있는데도 여기에 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지요. 우선 2010년 방문했던 64개 팀에 제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부 보냈고, 2011년 1월에는 21가지 개선·보완사항을 정리하여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2011년에 그렇게 많은 팀들이 왔어요. 그리고 2011년에는 전국대회를 16개 개최했는데, 선수·임원만 1만9,200명이 방문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대학생 등 성인들의 경기는 안 합니다. 중점을 두는 것은 중고등학교 팀인데, 이들의 경기는 가족 단위가 머물면서 응원들을 합니다. 이제 보은군은 가만히 있어도 각종 전지훈련이며 전국대회 신청이 넘쳐나서 선별해서 유치합니다.

이렇게 많은 노력 외에 보은군의 장점은 기본 시설인프라가 우수하다는 것이지요. 군청 바로 옆에 보이는 전천후경기장에는 1월부터 4월까지 동계 전지훈련으로 1,000여명이 다녀갔어요. 보통 동계 전지훈련은 제주도나 남해, 강진으로 가는데, 보은군이 수도권에서 2시간이면 접근 가능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기가 가능한 전천후 시설들이 갖춰져 있으니 많이 찾는 것이지요. 잔디구장도 국가대표팀 경기장 수준으로 가꾸고 있습니다.

또 하나 보은군의 장점은 직원들이 친절하고 남녀 각각 30명의 전문 자원봉사대가 꾸려져 각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보은군을 방문하는 각 팀들은 군청의 각 부서나 읍면별로 자매결연이 맺어져 있는데, 새벽 4시에 훈련을 온다고 해도 버스를 지원해주고, 물도 수시로 먹을 수 있게 대형냉장고가 비치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많은 선수들이 찾게 되지요.

윤: 여자 축구 경기 유치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정: 국내 여자 축구 실업팀이 8개이고 리그전으로 23경기를 하는데, 올스타전을 6월4일 보은에서 합니다. 제가 2010년 여자축구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서 연맹을 찾아갔는데, 보은의 인구가 얼마냐 물어요. 3만 5,000명이라고 했더니 그 인구 가지고 관객 유치가 되겠느냐 그래요. 그래서 그건 걱정하지 마라고 했죠. 경기 유치하고 대대적인 홍보전에 들어갔어요. TV방송, 지역방송, 신문은 물론이고 이장들에게도 수시로 이야기하고 안내장 보냈어요. 그렇게 해서 개막전을 하는 날 7,450명이 왔어요. 운동장 수용인원이 6,000명이라 못 들어오니깐 담 넘어 들어오고 난리가 났어요. 경기장 조명시설이 15억 원 들여서 했는데, 2000룩스 이상 되는 곳이 충북도청 소재지와 여기밖에 없어요. 그러니 보은 사람들에게는 완전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고, 덩달아 경품까지 주니 입소문이 순식간에 퍼졌지요. 첫 번째 경기에서 사람들이 많이 안 왔다면 실패했겠지만, 첫 경기 개막전을 잘 살렸으니 그 뒤에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내 작전이 적중한 것이지요. 1경기에 경품으로 500만~600만 원 소요되는데 여자 축구연맹에서 지원해줍니다. 이제는 경기관람이 흥행이 되어서 계까지 생겨났고, 각종 동창회니 모임들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역 주민이 송아지를 경품으로 내놓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여자축구는 지역 잔치가 되었습니다.


[##_1C|1344261527.jpg|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보은공설운동장_##]

보은군민 맞춤형 군정 활동

윤: 여자 축구 경기 유치 외에도 재밌고 창의적인 것들이 많이 있을 듯합니다. 몇 가지 소개해 주시지요.

정: 먼저 기초생활수급자 화재보험인데요. 우리 지역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1,190세대입니다. 이분들은 화재를 입게 되면 적십자사에서 담요 2장과 쌀 한 포 지원되는 것이 전부에요. 그렇다고 군수는 선거법상 직접 지원을 할 수도 없고, 정부에서도 대안이 없어요. 그래서 작년과 올해 1,130세대에 대해 전부 화재보험을 들었는데, 전체 보험비가 1,600만 원입니다. 그런데 만일 화재가 났을 경우 한 세대당 최대 1,50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불이 났는데, 한 가구당 평균 1,200만~1,300만 원은 보상을 받았지요.

다음은 산수경로당입니다. 80세 이상을 산수라 하고, 100세를 상수라 합니다. 보통 경로당이 65세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는데, 65세와 85세는 자식뻘 차이인데 어떻게 함께 있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주변의 반대에서 불구하고 1억6천만 원 들여서 산수경로당을 새로 짓고 냉난방 잘 되게 해놨더니 전국에 소문이 났어요. 5개면 32개 부락에 50명 정도 등록되어 있는데, 평균 40명 정도가 이용을 해요. 또 하나는 전국 최초로 각 읍면별로 노인대학을 운영합니다. 노인대학을 1주일에 한 번씩 하면서 점심을 맛있게 하고, 건강, 운동, 노래 등을 함께 지원합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3월 첫 개강에는 옷도 평상복이고 그냥 가보자는 식이더니, 이제는 할머니들이 꽃단장까지 하고 예쁘게 꾸미고 와요. 남자들은 많지 않지만, 92세 할머니도 꽃단장 하고 한 번도 안 빠지고 즐겁게 참여해요. 그러니 강사들도 덩달아 즐겁게 하고, 노인들은 더욱 흥이 나서 많이 참여하지요. 내북면 주성노인대학은 최대 123명까지 참여하는데 10개 읍면별로 평균 70여 명은 참여합니다.

시내버스 단일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목민관클럽에서 6월에 브라질로 연수를 가는데요. 제가 도의원 당시 꾸리찌바를 잠시 스치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 군에도 도입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여기서도 여건이 좋은 시내 중심은 잘사는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외곽지역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비싼 요금을 내야 하잖아요. 인근 옥천, 영동에서도 시행하지만 타 지역과 달랐던 점은 여기는 직원 80명이 각 지역별 버스를 타서 탑승인원 등 실태를 조사하게 했고, 조사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용역을 주었다는 것이지요. 인근 군은 연간 4억원 이상 위탁비를 지급하는데 우리 군은 실사를 통해서 용역을 했더니 1억6천만 원이면 가능한 것이에요. 버스회사에서는 짜다고 하지만, 실제 소요경비를 계산해서 했으니 공정한 가격이고 그래서 달리 할 말이 없지요.

윤: 교육 분야에서 장학금 100억 원을 올해 초 달성했던데요. 중학생들을 미국으로 연수도 보내고…

정: 교육 분야에선 군민장학회 기금을 확충하여 올해 1월에 10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이 기금을 통해 관내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200명에게 약 2억 5천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에는 3억 원 정도 지원하지 않을까 싶은데, 장학기금 100억 원은 정기예금이고 매년 기탁금이 7,300만 원 정도 들어옵니다.

우리 군이 전국 최초로 시작한 것은 중학생 미국 연수인데요. 내년부터는 보은중학교와 로즈먼트라는 중학교가 자매결연을 맺어서 10명씩 교환 방식으로 홈스테이를 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그렌데일리 커뮤니티 칼리지(GCC)와 협약을 맺어 여기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그곳 시장 및 대학총장과 올 8월에 협약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GCC는 2년제 대학인데 이곳을 나오면 주립대학이나 버클리 등에 편입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립대 등록금이 5천만 원인데, 여기는 등록금이 500만 원이면 됩니다. 미국에선 처음부터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나온 뒤 4년제 유명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또 학제간 교환이 유연하게 이뤄지는데, 제가 작년에 이곳을 다녀와서 이거다 싶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학기금조성 사업과 연계해선 또 사과나무 분양사업을 진행하는데요. 각 지역별 군민장학회에서 기금을 보내주면 사과농가와 연계하여 사과나무를 분양합니다. 그러면 꽃필 때 구경 와서 솎아주고, 여름에 캠프 하고, 가을에는 사과따기 체험을 합니다. 나무별 자매결연을 맺도록 하는데, 그러면 동네별 사과나무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지요.

윤: 보은군은 농업이 중심인데, 현황과 혁신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요?

정: 농작물 분야에서는 계약재배를 합니다. ㈜진미에서 김치를 약 300억 원 가량 수출하는데, 작년 배추값이 저렴할 때 약 1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해태와는 감자를 약 3~4억 원 정도 합니다. 우선 이렇게 계약재배를 확대하여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요.

보은군이 특별하게 추진하는 정책은 각양각색인 농업보조 사업을 품목에 상관없이 자부담율을 50%로 통일했다는 것입니다. 농업시장 개방 대책으로 지원하는 각종 사업들이 보는 사람이 임자다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엉망으로 집행되고 있는데, 2010년 농축산과, 산림과 등 관련 부서 직원들을 모아 놓고 하루 종일 세미나를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자부담율을 50%로 통일하는 것과 각 사업별 평가를 해서 상위 득점자부터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 선정 후 지원하고,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사유를 명시하여 통보해 줬습니다. 작년까지는 불평이 많았는데, 올해는 다 수긍을 합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행정이 신뢰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제 보은군은 믿어도 된다고 합니다.

각 부서별, 기관별로 산재해 있는 사업들을 조정하기 위하여 농정협의회를 개최합니다. 농협, 산림조합, 축협, 농어촌공사 등 기관장들과 농민대표도 몇 사람 참여하여 3개월에 한 번씩 모여서 정보도 교환하고 각 사업들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고 협력하여 효율화합니다. 어제 우박이 떨어졌는데, 3일 동안 각 분야별로 정밀조사를 해서 100억 원 이상 피해가 있으면 재배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외에도 재밌는 것이 한우농가 핼프 사업인데요. 군내 한우 사육두수가 약 3만두 정도인데 부부가 소를 먹이면 어디를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축협과 개인이 각각 절반씩 부담하게 해서 애경사가 있을 때에는 소를 돌봐주는 사업들을 하는데, 20명 고용창출 효과도 있습니다.

또 지역마다 장묘문화 때문에 고충이 많은데, 우리 군에서는 농지보전을 위해 화장장을 지원합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니 양지바른 곳은 전부 매장을 하는데, 좋은 농지가 자꾸 줄어듭니다. 그래서 보은군에 1년 이상 거주자가 화장을 하면 20만 원을 지원해주고, 밭에 있는 유골을 화장하면 10만 원을 지원해줍니다.

윤: 보은군은 삼국시대부터 전장의 중심터였습니다. 역사와 문화?예술, 축제 분야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요?

정: 말씀하신 대로 보은군은 신라시대 때 백제와의 경계로 일진일퇴가 거듭되던 곳인데, 그래서 산성이 6개입니다. 삼년산성은 김유신 장군이 훈련했던 곳으로, 서울의 옥토를 점령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축성했다고 합니다. 삼년산성인 것은 알았는데, 당시 살았던 귀족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궁금했지요. 그래서 발굴조사를 신청해서 전체 조사를 했더니 1,726기의 고분군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고분군이 능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데, 고분군을 따라 탐방로와 고분 체험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축제도 재작년까지는 3일간 진행을 했는데 작년부터는 10일간으로 늘렸습니다. 처음에는 비난이 많았습니다. 꽃잔디와 국화 등으로 축제기간 동안 주변을 멋있게 조성하고 대추뿐만 아니라 각 읍면별로 모든 농산물을 팔 수 있게 했더니 작년에는 10일 동안 36만여 명이 다녀갔고, 47억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보은 대추는 당도가 32~35브릭스 정도인데, 퇴비를 많이 하고 가지치기 등 재배기술이 앞서 있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합니다. 과육도 큽니다. 사실 밀양, 경산, 청도, 의성 등이 대추의 고장으로, 보은 대추를 이곳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생대추로 판매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축제기간을 늘린 것이지요. 대추를 말리면 차이가 없어집니다.

보은군은 좋은 자연경관 외에 세수입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도시민들을 끌어들여서 자연과 친해질 수 있도록 재밌고 머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묘봉 인근에 휴양림 시설들을 짓고, 봄, 여름, 가을에 10km씩 숲길걷기 대회를 합니다. 처음에는 800명이 왔는데, 요즘은 휴양림에 주말마다 사람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금년에 28억 원 정도를 추가하여 ‘시인의 마을’을 조성할 계획인데, 보은군 출신이나 보은군과 연계가 있던 유명인들의 집을 지어서 광장을 만들고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가령 도종환의 집을 짓고 도종환 인문학 강의를 하면, 마니아들과 일반인들이 참여할 거 아니겠어요?

윤: 취임 후 기존 관행을 없애고 행정을 혁신하는 모습도 새롭습니다. 어떤 고민이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추진하셨는지요? 공무원들이나 군민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정: 보수적이고 경직된 행정조직을 한 번에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저부터 먼저 하나씩 하나씩 바꾸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저는 군수 전용차를 공무 이외에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개인 용무는 반드시 10년 넘은 제 개인차(싼타페)를 직접 운전하며 일을 봄으로써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롭게 열린 생각으로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였습니다. 또 군수 부인이 공적 또는 사적 활동에 여성 공무원을 수행비서처럼 이용하던 관행을 금지시켰습니다.

각종 행사의 축사, 기념사, 인사말 등을 부하 공무원이 써주면 읽어오던 관행을 깨고 직접 제가 즉석연설을 해 공무원들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고, 물론 공식 서한문 등도 제가 직접 작성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반신반의 했지만, 하루를 48시간으로 바쁘게 뛰고, 주말과 휴일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사무실에 나와 군정을 구상하거나 민생현장을 찾아 주민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 끝으로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 목민관클럽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정: 지방정부는 공리공론이 아니라 각 부처별 정부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소통이 잘 안 되고 있지요. 언제 장관들이 시장?군수와 모여서 이야기한 적 있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중지를 모아서 중앙정부에 새로운 대안도 제시하고, 비판도 제시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도 발전하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는 중심체 역할을 우리가 했으면 하고요.

목민관클럽 회원들도 정치꾼들이 아니라 진실로 지역을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들, 성실한 사람들, 뜻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모아서 70명 정도가 되면 어떨까 하는데, 도시형과 농촌형으로 각각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배 목민관들에게도 좋은 모델, 중대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런 소리를 듣게 우리가 우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함께 좋은 정보들을 잘 나누었으면 합니다.

진행: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 송정복 (기획홍보실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