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현재 역사ㆍ문화자원을 활용한 목포 원도심 재생 방안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뿌리센터 김준호 연구원은 해외 사례수집을 위해 독일ㆍ영국 ㆍ 아일랜드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관련 내용을 여러분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뉴캐슬 공항에 도착한 것은 아침 8시 30분.

시차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눈에 띈 것은 공항 벽에 붙은 사진들이었다. 대부분의 공항이 각종 상업 광고로 벽을 치장한 것과 달리 뉴캐슬 공항은 북쪽의 천사(The Angel of the North), 밀레니엄 브리지(Millenium Bridge), 발틱현대미술관(Baltic the centre for contemporary art), 세이지 음악센터(Sage Gateshead Music centre) 등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최근 10년 사이에 생긴 다양한 건축물과 조각상이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주는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금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침체된 도시,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약 20만의 인구를 가진 영국의 도시 게이츠헤드(Gateshead)는 아주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850년까지 타인(Tyne)강을 끼고 이웃한 도시, 뉴캐슬에 가려져 있었다.

도시가 확장을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에서 19세기 초인데, 이 시기 게이츠헤드에서는 석탄 ㆍ선박 ㆍ화학 ㆍ철로산업 등이 발전한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들어서면서 북동부 철로 산업이 달링톤(Darlington)으로 이전되고, 지역 석탄산업도 빠르게 침체되기 시작한다. 결국 게이츠헤드는 경제적 침체기를 맞게 된다.

침체기를 맞은 게이츠헤드는 1986년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이 ‘공공공간 예술프로그램(Art in Public Places Programme)’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게이츠헤드 전역에 남아있던 산업유산과 과거의 역사성을 활용한 것이었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공공공간에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전시하기도 했고, 지역민들과 함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게이츠헤드의 경관 개선 뿐 아니라 문화예술 기반의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첫째로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했으며, 둘째로 지역민 사이, 지역민과 예술가 사이, 지방정부와 지역민사이, 지방정부와 다양한 지역 조직 사이에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을 시작하게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은 1990년에 열린 가든페스티벌이었다. 보수당의 마이클 헤젤튼(Michael Heseltine)에 의해 시작된 가든페스티벌은 국가적 이벤트였는데 이를 게이츠헤드에서 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방문하게 된다.
 
많은 관광객들이 가든페스티벌 뿐 아니라 공공공간 예술프로그램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공공 예술작품을 보게 되면서 게이츠헤드는 대내외적으로 문화예술 도시로서 자리매김 하게 된다.
 
가든페스티벌의 성공적 개최는 게이츠헤드의 비전과 방향에 반신반의 하던 많은 사람들까지도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이라는 방법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했고, 여전히 침체되어 있던 게이츠헤드 시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가든페스티벌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게이츠헤드는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의 테마를 문화와 예술로 잡게 된다. 동시에 시 당국은 공공예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작은 규모의 재생프로젝트를 민간과의 파트너십 아래 계속 진행했다. 재생의 포커스가 기반시설 정비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민과 커뮤니티에 유익함을 주는 프로그램에 맞춰졌다.

80%가 반대한 북쪽의 천사

이후 게이츠헤드의 도시재생은 또 하나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바로 게이츠헤드의 랜드마크인 ‘북쪽의 천사(The Angel of the North)’의 설치였다.

이 작품은 1994년 세계적인 조각가인 안소니 곰리(Anthony Gormley)에 의해 제작되었고, 1998년 게이츠헤드 남쪽 로펠의 언덕에 세워지게 된다. 작품 제작에는 총 백만 파운드(약 20억)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었고, 이 비용은 대부분은 국가 복권기금(National Lottery)에서 지원했다.

이 천사는 160 km/h의 바람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고, 건물 5층과 맞먹는 20m의 높이와 점보비행기와 비슷한 54m의 폭을 자랑한다. 이 조각상이 위치한 곳은 게이츠헤드의 남쪽인데, 이 곳은 하루에 최소 9만 대 이상의 차가 지나가고, 동부해안을 따라 런던에서 에딘버러로 기차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는 곳이다.

인상적인 것은 천사가 서있는 곳이 과거 석탄 갱도가 있던 자리이고, 게이츠헤드에서 번성했던 철강산업을 상징하는 철로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곰리는 양쪽으로 펼쳐진 천사의 날개를 3.5도 안쪽으로 기울여 ‘포옹’의 느낌을 만들려고 했다.
 
이 조각상이 만들어질 때 많은 사람들이 곰리에게 ‘왜 작품의 주제가 천사냐’고 물었고, 곰리는 여기에 대해 ‘어떤 사람도 본 적이 없는 것을 상상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대답했다.
 
곰리는 천사를 통해 세 가지 의미를 담았는데, 첫째는 20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일했던 광산노동자들을 떠올릴 수 있는 역사적 의미, 둘째는 산업시대에서 정보시대로의 변화, 셋째는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 조각상은 설치 이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데, 비판의 주된 내용은 이 조각상으로 인해 지방재정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천사가 세워지던 초기 설문조사 결과 시민의 20%만이 찬성을 했는데, 10년 후에는 80%의 시민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게이츠헤드는 세 번째의 획기적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예술과 문화 중심의 재생을 주도한 게이츠헤드는 지역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게 된다. 이 결과로 세워진 대표적인 세 가지 건축물이 바로 2001년에 완공된 밀레니엄 브리지, 2002년에 개장한 발틱현대미술관, 2004년에 개장한 세이지 음악센터이다.

윙크하는 다리

영국 정부는 새 천년(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밀레니엄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별 공모사업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게이츠헤드가 신청을 하게 된다. 이 공모 사업에 당선된 작품 중 하나가 밀레니엄 브리지로, 총 2200만 파운드(약 440억)의 건설 비용은 밀레니엄 위원회와 유럽지역개발펀드에서 조달했다.

타인(Tyne)강을 중간에 두고 뉴캐슬과 게이츠헤드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독특한 디자인과 ‘Winking Eye Bridge(배가 지날 때 윙크하듯 다리가 접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역사문화유산이 풍부한 뉴캐슬과 게이츠헤드를 연결해 하나의 클러스터처럼 보이게 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이 다리는 보행자와 자전거만 통과가 가능해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 이 글의 전문은 월간 도시문제에도 기고되었습니다.

글ㆍ사진_ 뿌리센터 김준호 연구원(dasa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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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에서는 발틱현대미술관ㆍ세이지음악센터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참고 자료 및 웹사이트
  – http://www.bridgesonthetyne.co.uk/gmb.html
  – http://www.gateshead.gov.uk/
  – STUART CAMERON & JON COAFFEE (2005) Art, Gentrification and Regeneration – From Artist as Pioneer to Publ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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