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한국 젊은이, 영국 시니어를 만나다 (7)

희망제작소와 연세대는 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학생 현장 탐방 프로젝트 uGET’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2010년 여름 한 달간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영국 시니어들의 사회공헌활동 현장을 조사해 그 방문기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영국에서 전해질 재기발랄한 젊은이들과 지혜로운 시니어들 간의 조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맨체스터는 런던에서 약 2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 영국 북서부의 도시입니다. 축구선수 박지성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도시 이름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맨체스터 시의회에서 영국의 세대간 통합 실현의 좋은 사례들을 살펴보고 기회가 되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 새벽 행 기차에 몸을 싣고 맨체스터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역시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맨체스터에서도 계속 되었습니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맨체스터는 우리를 비와 함께 맞이해 주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맨체스터 시청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였고, 우리는 오늘의 인터뷰 상대인 패트릭(Patrick)을 만나기 위해 실내 인테리어가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시청 건물 안에서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패트릭의 안내를 받아 미팅 룸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인상적이었던 것은 패트릭의 손에 들린 백과사전에서 뽑은 스무 장 가량의 한국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실제로 처음 접하게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대한민국을 알아가는 시간을 잠시 동안 가지며 굉장히 흥미로워 했습니다.

”사용자
먼저 패트릭에 대한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맨체스터 시의회와 베스 존슨 재단 (Beth Johnson Foundation), 두 곳에 속해 세대간 통합 실현 문제에 관한 일을 하는 분입니다. 패트릭의 직함은 세대간 전략 코디네이터(Intergeneration strategy coordinator)으로 세대간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관리, 감독하며 세대간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시가 세대간 통합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맨체스터시 노년층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패트릭은 이 말을 하면서 하나의 도표를 보여주었는데요, 각 계층별 노년층의 걷는 속도를 나타낸 도표였습니다.

패트릭이 설명하길, 부유한 계층에 속한 노인들이 빈곤층 노인들보다 걸음 속도가 평균적으로 빠른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 말은 곧 건강한 사람들이 더 빨리 걸을 수 있다는 것이고, 삶의 부유한 정도가 건강과 직결됨을 뜻한다고 합니다. 패트릭은 또 우울증에 관한 도표를 보여주었습니다. 부유할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아짐을 보여주는 도표였습니다.

패트릭은 덧붙이길 부유한 것이 행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할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빈곤의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맨체스터 노년층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데 뛰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노년층의 문제를 다루다 보니 도시 내 세대간 문제도 접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세대간 통합 실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영국은 지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국 전역에는 지금 젊은 층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존재합니다. 맨체스터도 예외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노년층이 많이 분포되어 있고, 젊은이들은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이 만연해있습니다.

맨체스터는 과거 노동자들의 터전이었습니다. 공업의 중심지였고,근로자들이 일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인 빈곤 지역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개선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해왔다고 합니다.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과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세대간 통합 실현이 출발한 것입니다.

현재 맨체스터 시의회가 세대간 통합 실현에 관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13개 입니다. 프로젝트는 주로 12개월에 걸쳐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상당한 기간을 프로젝트 기획에 투자합니다.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조금 살펴보면 먼저 ‘Sharing a City’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도시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디자인할지 연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공공장소 사용에 있어 젊은 층과 노년 층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함께 어울려 함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반영하여 도시건축과 학생들과 노년 층이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해 맨체스터 도시 공간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Sharing a City’입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지역 라디오 방송입니다. 맨체스터의 젊은이 몇 명과 노인들 몇 명을 캐스팅하여 함께 방송에 내보냅니다. 젊은이들과 노인들은 서로에 대한 편견을 알아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며 함께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라디오 청취자들의 편견을 바꾸려 노력하고, 세대간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직접 피력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에게 자신감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젊은층과 노년층이 함께 모여 노년층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젝트도 있고, 함께 농작물을 재배하며 올바른 식습관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서로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갈등을 각각 개인이 비디오에 담아 이야기하고 공유하며 토론 시간을 갖는 프로젝트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평가 과정 없이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프로젝트에서는 평가과정이 꼭 필요한 요소 입니다. 맨체스터 시의회의 프로젝트 역시 평가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프로젝트의 시작, 중간, 끝 이렇게 세 번에 걸쳐 설문지를 돌린다고 합니다.

설문은 주로 젊은 층과 노년 층이 각각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에 관한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패트릭은 설문의 결과가 꼭 현실을 반영하지는 않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가령 10명의 젊은이들과 10명의 노인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초기에는 서로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지만, 프로젝트 후반부에는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고 안 좋았던 편견을 버리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계는 20명끼리만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게 되지, 여전히 사회의 다른 젊은 층이나 노년 층에 대한 편견은 남아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프로그램 내부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외부로도 잘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들이 당면한 또 하나의 과제라고 합니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평가 방법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입니다. 젊은 층과 노년 층이 프로젝트를 과거, 현재, 미래의 측면에서 각각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설문지에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았는지 혹은 아니었는지를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그들이 편견을 극복하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이야기 형식으로 진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프로젝트 평가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영향력 있는 메시지가 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운영 중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패트릭은 ‘세대 통합 실현’의 참된 정의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어려웠다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세대 통합의 모습을 젊은 층이 노년 층을 공경하고 대우해주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참된 세대 통합은 두 연령층이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똑같이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해주며 시민으로서 함께 지역발전을 위해 힘쓰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이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합니다.

”사용자
마지막으로 현재의 일을 계속 하는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패트릭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답했습니다. 패트릭은 본인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자신이 하는 작은 일들이 큰 그림으로 보았을 때 사회에 도움이 되고, 연령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시의회 사정으로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기회는 가지지 못했습니다. 대신 우리는 패트릭으로부터 너무나도 다양하고 참신한 프로젝트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영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들을 보고, 그것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맨체스터 시의회에서 배운 좋은 프로젝트를 한국 사회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 지 고민 중입니다. 세대간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하는 것, 즉 함께 온전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바로 지역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_ 김도연 (uGET 실버라이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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