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동안의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이후 무엇을 할지 탐색하기 위해 진로탐색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평소 IT 기술과 비영리 조직의 결합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음세대재단의 IT canus’와 ‘비영리지원센터’를 찾아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다음세대재단 방문에 이어서 비영리IT지원센터 김주현 팀장님을 만나 비영리IT지원센터의 비전과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 좌부터 조준형(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김주현(비영리IT지원센터 링크팀 팀장), 김세호(비영리IT지원센터 인턴)
조준형(34기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 먼저 비영리IT지원센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현(비영리IT지원센터 링크팀 팀장) : 비영리IT지원센터는 비영리 조직을 대상으로 IT 활용의 범위를 확장하고 접점을 만들어 주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2013년 6월 25일에 출범해서 현재 총 3개의 팀으로 13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IT 현장방문점검을 하는 헬프 팀과 위키 사업 등 외부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서포트 팀, 그리고 제가 속한 링크 팀이 있습니다. 저는 링크 팀의 팀장으로 기업 IT 자원개발, 체험 PC기증절차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요. 경영지원업무와 회원 관리,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채움레터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조준형 :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다양한 일을 하고 있군요?
김주현 : 현장의 수요가 늘었고, 사업에 확신이 들면서 인원을 늘렸습니다. IT 현장방문점검이나 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기초적인 것이라고 판단해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것들이 많았습니다. IT기초교육부터 IT자원연결까지 진행하기 위해서 빠른 시간에 인원이 늘어났습니다.
조준형 : 센터가 하고 있는 사업 중 비영리 조직에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김주현 : 채움PC라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사업과 연결 접점이 많은 사업인데요. 친환경 재생산 PC를 활용한 교육을 하고, 그 PC를 계속 쓰기 위한 예방점검이 포함되어 있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서 비영리 조직의 ICT역량을 강화하고, PC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같은 비영리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규모가 커질수록 직접적인 사업이 아닌 직접적인 사업과 간접적인 사업의 중간에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센터는 컴퓨터 활용 교육, 현장방문점검 등 직접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조준형 :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나요?
김주현 : 교육 사업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교육에 대한 수요는 굉장히 높은데,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교육 사업만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습니다. 상반기 주력했던 사업을 통해 수집한 수요를 하반기 교육에 적용하지 못한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교육에 대해 설명하자면, 1:1로 PC까지 제공하고 실습형 강좌를 통해 기초이론을 넘어서 현장에서 요구하는 꿀팁을 전하는 것이 우리만의 강점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ICT실습형 교육과 IT 전반에 대한 포럼이나 콘퍼런스를 개최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조준형 : 일반 사용자들은 라이선스 등의 문제에 대해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채움PC의 실제 수요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관련 하드웨어는 어디로부터 수급을 하고 있나요?
김주현 : 비영리 조직이 원해서 채움PC를 만든 것은 아니고요. ICT역량 강화라는 부분이 단지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 이상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건강한 IT 활용문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라이선스는 영리용이 아닌 비영리 전용 라이선스입니다. 현재 센터장님이 친환경PC를 제조하는 사회적기업 활동을 겸하고 있고, 그 단체가 유일하게 정품 라이선스를 보유한 상황입니다. 그 접점을 잘 활용하여, 건강한 IT 활용문화를 소개하고 알리는 입장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과 발맞춰 올 연말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TECHSOUP이라는 국제적 비영리 조직을 150여 개 단체와 연계하여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희가 메인 파트너십을 가지고 일하게 되어서, 흔히 말하는 MS Office 이외에 Adobe, SAP 등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비영리 조직이 부담 없이 사용하고 보급하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TECHSOUP의 의미는 치유하고 달랜다는 응원의 의미를 지닌 수프(SOUP)와 IT 분야의 테크(TECH)를 연결해 본다는 뜻입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부분까지 채움PC와 연계해서 사업을진행할 예정입니다.
채움PC 하드웨어의 경우 우선은 KCR(친환경 PC 재생산 사회적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기업들이 더 많이 기증할 수 있도록 기증개발을 하고 있고요. 기증 시 KCR로 바로 PC를 보내서 다시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생각보다 기증자원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 기부보다는 매각을 하죠. 이것도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뜻있는 기업들이 앞장서 주기를 바랍니다.
최근 비영리 조직들이 정기 채용을 앞두고 PC 단체구매를 하고 있어서, 아직은 주당 평균 10대 정도가 판매되는 상황입니다. 각 기관들이 이런 채움PC를 활용하도록 권장해야 할 것입니다. 재생PC에는 리스크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지금은 꼼꼼한 안내로 그 간극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조준형 : 현재 진행하는 사업의 선정 기준이 무엇이고 그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요?
김주현 : 사업 선정 기준은 조직의 미션과 연계가 되는데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비영리 조직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미션입니다. 또 하나는 PC 자체가 IT 분야에서 모든 것의 출발이라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려는 IT역량강화 교육이나, 소프트웨어 활용문화라는 것도 컴퓨터 사용에서 비롯되고 출발지점에 맞닿아 있는 상황이라 채움PC사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하나 현장에서 얻은 확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단위로 직접적인 내용들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 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일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조준형 : 채움레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주현 : 온라인 콘텐츠 뉴스레터로 2주에 한 번 발행하고 있습니다. IT-tech, 비영리 조직 운영에 대한 내용, NGO 실무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 각종 정책동향, 채용정책, IT trend을 영역별로 나누어 싣고 있습니다.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희망제작소에서 100회 이상 발행했던 사회적경제리포트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비영리 조직에 필요한 IT 이슈를 담고 있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준형 : 현재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신지요?
김주현 : 개인적으로는 상반기에는 주어진 업무만을 하다가, 이후 기획업무와 재정업무까지 하게 되었고, 팀장으로서 팀을 운영하다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재정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도 있지만, 여러 곳에서 도와주고 지켜주는 분들이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과, 다양한 지점에서 그 연결점이 생기면서 생각이 넓어지고 또 깊어지기도 해 다행히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준형 : 조직이 지속가능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김주현 : 참여하는 한 분 한 분의 역할에 대한 전문성이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단체에 특히 필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 제시를 위한 의지와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일하는 대표나 구성원도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는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게 됩니다. 또 하나는 조직을 대표할 수 있는 장기적 사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맞춘 꾸준한 사업, 5년 이상 꾸준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유지되도록 갖추어 나가야겠죠?
조준형 : 앞으로 비영리IT지원센터는 어떤 일을 할 예정인가요?
김주현 :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하나의 순환구조로 만들 것이고요. 그것을 탄탄히 하여 온-오프라인으로 플랫폼화하여 종합 지원의 기틀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각각의 임팩트를 구현하기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잘 연결될 수 있는 사이사이의 고리를 만들고 함께 엮어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죠. 채움PC가 업그레이드되고, TECHSOUP과의 활동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사회혁신이라는 사례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너무 큰 그림이라 소화는 어렵지만, 초기단계에서 사례를 연구하고 사업화하는 방안을 찾으려 준비 중입니다.
조준형 : 디지털 사회혁신 모임을 언급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주현 : 유럽을 통해 시작된 개념이라, 지금은 관심 있는 분들이 주간 스터디를 하면서 번역하고 자료를 찾는 단계입니다. 디지털 사회혁신 시민활동가 모임을 만들어 사례를 찾고 번역을 통해 자체 리포트를 발행하는 중입니다. 이제 막 콘텐츠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을 조금 더 구체화시킨 뒤 소개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유럽의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는 분들을 만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주 금요일 모임을 한 시간 정도 하고 있고, 주간 리포트를 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조준형 : 지금 활동하는 일을 하기 위한 기술적인 능력이나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주현 : 채용공고에 어떠한 부분을 우대한다는 점도 있겠지만, 실제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사업들이 사회적경제 안에 포함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더 넓은 분야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기에 각자의 기존 역량을 인정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연결지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역량들이 각 단체들을 위해 모두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교육에 강점이 있고, 또 다른 사람이 온라인 업무에 강점이 있다면, 그 둘 사이에 시너지를 가질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열린 자세가 더 요구됩니다.
조준형 : 조금 개인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요, 어떻게 비영리IT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는지요? 무엇을 전공하셨고, 지금 이 일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주현 : 사회복지와 청소년 교육을 전공했어요. 학부시절 청소년과 관련된 모든 캠프에 가보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죠. 청소년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문화예술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소위 복지대상,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변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기업사회공헌 분야에서 3년 정도 문화예술 관련 일을 했고, 전국 오지를 돌며 분교에서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사업으로 청소년복지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사단법인에서 2년간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교육 사업을 배우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통해 기업과 교육, 자원간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준형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김주현 : 조준형 님과 제가 만난 것, 이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인턴은 어떤 역할이든 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때로는 애매한 위치가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저를 만나러 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인연을 맺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비영리IT지원센터의 인턴분도 함께 했습니다. 비영리IT지원센터가 자신의 역할과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들으며, 인턴 수료 후에 다시 길을 찾아나서야 하는 저의 모습을 빗대어 볼 수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비영리 IT지원센터가 더 힘찬 날개짓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글_ 조준형(34기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