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09 사회창안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시민들,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었던 정부나 기관 ㆍ 단체의 관계자들. 제안자와 실행자가 따로 나뉘었던 아이디어 공모와 제안의 틀이 2009 사회창안대회에서는 싹 바뀌었었죠.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시민들이 직접 현실화에도 나섰습니다.

말 그대로, ‘DIY(Do It Yourself)’.

”사용자

3월 23일 저녁 7시부터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서 2009사회창안대회 최종결과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사회를 DIY하라’는 캐츠프레이즈에 걸맞게, 지난 1월 결선대회에서 수상한 아이디어들이 제안자들에 의해 어떻게,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최종결과발표회에 참석한 결선대회의 수상자 6명 모두 ‘수상 이후의 고민’으로부터 말문을 열었습니다. 결선대회 수상의 기쁨도 잠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빠졌다는 그들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보여줄 수 없는 발랄함과 새로움으로, 어떤 기관이나 단체도 보여줄 수 없는 유연함으로, 각자의 아이디어를 멋지게 현실화했습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각자의 아이디어를 현실 속에서 키워내 최종결과발표회에 선 것만으로도 이미 6명 모두 대단한 사회혁신가임에 틀림없겠죠. 각자의 아이디어에 책임을 다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사회혁신이라는 것이 거창한 변혁이 아니라, 용기 있는 시민들의 작은 실천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최종결과발표회 자리에는 많은 참가자와 참관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리빙라이브러리’ 아이디어를 제안해 실제 행사를 개최한 단재학교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촬영팀까지 합세해, 그 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큰 기대와 관심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대회 심사에는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을 비롯해,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총괄실장, 성미산 마을극장 유창복 대표, 인텔코리아 최승연 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고해주셨습니다.

그럼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아이디어들을 만나볼까요?^^

순위를 가려 시상하는 대회이긴 하지만, 참가자들 모두가 ‘주인공’이었기에 아이디어들을 발표 순서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김기영님의 ‘지하철 승차대기라인 변경’

김기영님은 우리나라의 지하철 승차대기라인이 초래하는 혼잡을 지적하며, 이를 변경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결선대회 발표 후에는 승차 표시를 스크린도어 기준으로 위치조정을 하고, 팔(八)자형 승차 유도 라인을 설치하기 전에 공간 활용의 현실성을 고려해 자체적인 시범 실시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역에서 근무하시는 직원 분들과의 면담 결과, 그 분들도 내용 자체에는 공감하셨으나, 현실적인 어려움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셨다고 하네요. 현재는 정책 제안을 위해 ‘5천만의 아이디어’라는 시민아이디어제안 프로그램에 참가를 신청한 상태랍니다.? 김기영님의 작은 아이디어가 많은 시민들의 질서의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힘 있는 목소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 단재학교의 살아있는 도서관, ‘ 리빙라이브러리’

단재학교팀의 리빙라이브러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잘 알지 못해 가질 수밖에 없었던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 고정관념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리빙라이브러리팀은 실제로 지난 2월 26일 리빙라이브러리 행사를 개최해 성공적으로 치뤄냈습니다. 그 동안의 만남과 대화의 시간들은 다큐 영화로 제작되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만남과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고 합니다.

차후 책 선정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더욱 반영하고, ‘사람 책’과 대여자간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5월에는? 대학진학이나 취업진로가 아닌, 꿈에 대해서 조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리빙라이브러리를 구성해 시행할 계획이라니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단재학교 카페 바로가기)

★ 양석원님의 ‘함께 자라고, 같이 일하기’

깨달음을 얻는 데 경험만큼 좋은 방법은 없지 않을까요? 육아와 사회활동이라는 경계에서 일하는 부모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을 돌봐줄 장소와 일하는 공간을 결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양석원님.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실험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실험에 참가한 어머니들은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뜨개질을 하며, 동시에 아이들도 돌보았습니다. 한 공간에 모인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요,? 실험 후에는 일하는 공간과 아이들의 공간을 함께 두기보다, ‘뜨개질 카페’와 같은 형태가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셨답니다.

양석원님은 이러한 공간을 조금 더 캐쥬얼한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할머니들에게 뜨개질 제품을 맡겨서 판매하는 사업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하네요. ‘같이 일하는 공간’의 개념은 ‘Co-up’이라는 사업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으며, ‘함께 자라기’ 개념은 작은 실험들을 계속해나가면서, 내가, 또는 다른 사람들이 잘 할 수 있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양석원님의 도전적인 실험이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 양석원님 트위터 바로가기)

★ 지서해님의 ‘잘 지내? 프로젝트’

잘 지내 프로젝트는 ‘잘 지내 스티커’를 붙인 책을 소중한 사람에게 보내고, 그 사람과의 사연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서해님은 직접 디자인한 1000장의 스티커를 인쇄해 배포하기 시작했고, 카페 개설을 통해 스티커 신청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한 좀 더 대안적인 방법을 찾았고, 그 결과 ‘놀이터’라는 음악그룹과 함께 관객과 기부자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공연을 기획 중에 있다고 하네요. 책은 쥬크박스를 돌아가게 하는 게임머니로 사용되고, 게임에 이긴 관객이 직접 음악을 골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라니, 그 기획 자체도 정말 새롭습니다. 음악, 그리고 책 속에 이야기가 공존하는 콘서트라니, 꼭 가봐야할 것 같네요.? (☞잘 지내? 카페 바로가기)

★ 이정인님의 ‘싱글 에코네트워크, 이웃랄랄라‘

도시 속 작은 농업공간을 기반으로 한 ‘1인 가족 네트워크’를 구성해 싱글들이 건강도 회복하고, 환경과 지역을 살리는 주체로 거듭나자고 제안했던 ‘싱글 에코네트워크, 이웃 랄랄라’는 모두의 부푼 기대를 안고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경작할 공간을 섭외하였고,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포스터와 인터넷을 통해 홍보를 마쳤습니다. 사실 이정인님도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것인가 확신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 보름 만에 50여 명에게서 참가 신청이 접수되었습니다.? 그만큼 1인 가족을 위한 문화가 전혀 없었던 것이죠.

이정인님은 “회원 한 사람, 한사람이 또 다른 이웃 랄랄라를 만들어내고,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지으며 놀고, 친구가 되고, 정말 ‘랄랄라’ 할 수 있길 바란다”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이웃을 잃어버린 도심 속에서 자연과 함께 이웃을 되찾아, 그 결실로 옥상에 큼지막한 수박들이 열리길 기다려 봅니다.?(☞ 이웃 랄랄라 카페 바로가기)

?이웃랄랄라 프로젝트는 언론 기사로도 소개되어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답니다!?축하해주세요~
★ 한겨레 기사?“도시텃밭 함께 가꾸며 우리 이웃사촌 할까요”
★ 시사IN 기사 싱글을 위한 이웃랄랄라를 아시나요


★ 홍주선님의 ‘영세소상공인을 위한 위젯’

홍주선님의 아이디어는 작은 규모의 가게를 운영을 하거나 노점상을 하며 20~30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는 영세소상공인을 위해 ‘홍보 대변인’이 되어주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위젯을 설명하는 링크을 달고, 퍼가기 버튼을 통해 쉽게 퍼갈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단순한 광고가 아닌 상인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기사를 작성하는 등 콘텐츠 생산에 주력했답니다.? 모바일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미디어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하고 계시고요.

홍주선님은 직접 편집회의, 기획안 검토, 섭외 및 취재, 원고제작 등의 전 과정에 참여하며 본인의 열정을 쏟고 계십니다. 심사위원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총괄실장님의 조언처럼 프로젝트의 뜻에 동감해 기사를 작성하는 공동 팀이 구축되고, 위젯이 좀 더 쌍방향으로 작용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루어져 더욱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반전 뒤의 대반전

발표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아이디어 실현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심사 결과를 떠나서, 이날 대회의 참가자 분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며 지냈는지를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심사위원 분들의 심사평에서는 참가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성공 모델이 세상을 바꾼다”며 참가자들을 지지하고, “실패라는 반전 후에 성공이라는 대반전이 올 수도 있다”며 독려해 주셨습니다. 문제 의식과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2009 사회창안대회의 1등이랄 수 있는 ‘최고사회혁신가상’ 수상의 영광은 ‘싱글 에코네트워크, 이웃랄라라’ 프로젝트의 이정인님께 돌아갔습니다. 지난 1월 15일에 열린 결선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했던 이정인님은 당시 수상을 하면서 “이 아이디어가 공감이 되긴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셨다고 하네요. 이 날 수상 자리에서 이정인님은 “나의 의지가 잘 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용자

비록 1위를 수상하지는 못했지만,?‘사회혁신가상’을 수상한 나머지 5명의 참가자들도 2009 사회창안대회의 주인공이자, 진정한 사회혁신가이고, 깨어있는 시민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더불어, 지난 5개월 동안 2009 사회창안대회의 모든 과정들을 함께 해주신 모든 시민분들과 심사위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이경희 사회혁신센터 연구원
사진_정재석 콘텐츠센터 인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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