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사회적기업가의 둥지

소기업발전소 연구원들이 지난 10월 제1회 미주 한인 앙트러프러너십 대회 진행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사회혁신 관련 기관을 탐방했습니다. 4회에 걸쳐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2) 사회적기업가의 둥지, HUB Bay 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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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空間)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 것도 없는 빈 곳’으로 그 자체만으로는 힘을 갖기 어렵다. 공간 자체가 가지는 의미도 있겠지만, 공간을 사전적 의미 이상으로 만드는 건 그곳을 채우고 있는 사람과 활동이다.

우리가 함께 살펴볼 The HUB Bay Area(이하 HUB)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벤처 지원조직이다. 여기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점은 ‘공간’이라는 개념에 ‘일하고, 만나고, 혁신하고, 배우고, 휴식하는’이란 수식어가 함께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킬지도 모를’ 아이디어라는 개념을 공간에 수평적으로 더해 놓았다. 결국 HUB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s)들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만나고, 혁신하고, 배우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활동이 잘 알려져있는 HUB는 초기 단계의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숙성시켜나갈 수 있도록 공간과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전 세계 5개 대륙에 걸쳐 30개의 지부를 두고 있는 큰 규모의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Bay Area와 Berkeley 두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금융지구에 위치한 HUB Bay Area이다. Rubicon National, Bamboo Finance, Blue Orchard, Mercy Corps, Hull Family Enterprises 등 다수의 소셜벤처가 HUB안에서 소셜벤처로서의 숙성과정을 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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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 Bay Area에 입주해 있는 소셜벤처들

사회적기업의 성장에 공간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사회적기업가들이 한 공간 안에 모여있을 때 어떠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일까? 초기 단계의 사회적기업을 조정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유사한 단계의 사회적기업들이 자주 접촉하고 논의하고 서로간의 활발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 탄탄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마련이다. 서로를 통해 배우고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회는 이들에게  큰 자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HUB의 생생한 현장을 살펴보고자 했다.
 
San Francisco Chronicle이라는 지역신문 건물의 1층과 2층을 차지하고 있는 HUB는 회원제로 운영되는만큼 일정한 출입절차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다. 직원이 아닌 사람은 발급받은 확인증을 출입문에 설치된 장치에 찍은 다음 들어갈 수 있다. 원래 기관 방문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터라 갑작스런 방문이 조심스러웠으나, 넉넉한 풍채를 자랑하는 경비원 할아버지의 안내에 따라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 후 ‘Visitor’ 출입증을 받아 HUB의 출입문을 열 수 있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와 혁신의 이야기가 오가는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자유로움과 젊음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것일까? HUB에 들어서자마자 받은 인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만나는 라운지 공간은 손님이 잠시 머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사물함 개념의 개인 물품 보관함이 있고 때때로 입주한 소셜 벤처들의 크고 작은 채용 인터뷰가 이뤄지는 등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었다. 잠시 이곳에서 운영자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실제로 몇 건의 채용 인터뷰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HUB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식 투어와 함께 이 곳에서 인턴쉽 프로그램을 밟고 있는 한국인(백민경, 김현명)들을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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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 내 다양한 공간의 모습들

HUB Bay Area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Co-working이 가능한 공간을 운영한다. 먼저 HUB의 공간 구성을 살펴보자. 보기에도 꽤 널찍한 1층과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다목적 공간, 그리고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합쳐 약 793m² (약 240여 평)의 면적이다. 회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동주방(Shared Kitchen)과 크고 작은 회의실, 열린 공간에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는 책상들, 그리고 조직구성을 마치고 사업 실행 단계에 접어든 소셜벤처들에게 어엿한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개별 사무실(Private Office)을 비롯해서, 비즈니스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휴식공간 네스트(NEST)까지. 사무기기 사용 또한 자유로우니 이 정도면 시작단계의 신생 조직들에게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환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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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전반적인 모습(왼쪽 위). 회의실(오른쪽 위). 개별 사무실은 각기 규모가 달라 조직
구성원 수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왼쪽 아래). 열린공간에 마련된 자유좌석(오른쪽 아래)


무엇보다 HUB의 공간 구성은 다양하고 유동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크기를 고려하면, 현재 입주해 있는 200~300개 정도의 소셜벤처를 모두 수용하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다양한 크기의 사무실과 ‘앉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열린 공간의 책상 배치로 별다른 문제없이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시작단계의 1인 혹은 소규모 소셜 벤처들은 개별 사무실보다 더 저렴한 열린 공간을 임대해서 본인들의 업무 시간 동안 HUB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개별 사무실의 보안을 위한 기본적인 칸막이 구분은 있으나, 가구 배치나 공간 활용을 다양하게 해서 유동적이고 변화가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둘째, 소셜벤처를 인큐베이팅한다. HUB가 단순히 공간만을 제공한다면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HUB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름의 의미처럼 HUB가 소셜벤처의 ‘중심지, 중추’로서 역할하는 데는 공간 제공을 넘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HUB Ventures’라는 12주 간의 소셜 벤처 지원 프로그램은 그 중 하나이다. HUB Ventures 참가의 기회를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정의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소셜벤처 관련 전문가 그룹이 지원서를 평가하고 HUB Fast Pitch라는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참가팀을 최종 선발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소셜벤처는 75,000달러의 펀딩 기회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실제 사업 운영과정에서 발생하고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사업 계획을 점검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이미 HUB를 거쳐간, 그리고 한 공간에서 함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동료 사회적기업가 간의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커다란 혜택이다.

셋째, 소셜벤처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비즈니스를 꽃 피우는 과정은 험난하고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적절히 풀어주면서, 보다 재미있는 방식으로 어려움과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이 상시 진행되고 있다.

누구든지 모여 명상이나 요가를 할 수 있고, 소셜벤처에 대한 이해를 깊이할 수 있는 영화 감상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HUB Gathering, 체인지 록스타(Change Rockstars,사회 변화를 성공적으로 일구어내고 있는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을 일컬음)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세미나인 HUB Talks, HUB안의 인력 풀을 활용해 비즈니스 파트너, 새로운 직원, 인턴 등을 리쿠르팅 하는 HUB Matching, 사업 계획을 주위에 알리면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얻는 Hub Pitch Series 등의 이벤트가 열린다. 이 밖에도 개별 소셜벤처들의 제품 혹은 출판물 런칭행사, 각종 네트워킹 행사, 기금 모금 행사 등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벤트로 HUB는 늘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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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당일 HUB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Sexy Salad’ 이벤트가 진행중이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HUB는 소셜벤처를 인큐베이팅하는 지원기관이기도 하지만, 사회변화를 만들어내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어낸다는 미션을 가진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각 대륙에 흩어져 있는 HUB 중 많은 수가 비영리기관으로서 운영되지만, HUB Bay Area는 자체적인 수익창출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HUB의 공간 운영 및 프로그램이 달라진다고 한다) 20여 개에 이르는 공간 및 회의실 임대료가 주요 수익원이고, 900여 명의 회원에게서 징수하는 회비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외에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수입도 존재한다.

세계 최대의 크기와 높이를 자랑하는 나무 레드우드(Redwood)가 얕은 뿌리를 가졌음에도 가뭄과 모진 비바람에 끄떡없이 맞설 수 있는 것은 공동체를 이루며 자라기 때문이다. 깊이 뿌리내리진 못하지만, 옆으로 뿌리를 뻗쳐 주위의 나무와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HUB라는 특정한 공간을 매개로 변화에 대한 공통된 믿음을 가진 사람과 자원이 모여든다면 ‘레드우드’가 가진 뿌리 이상의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사회적기업의 성장에는 앞선 경험과 전문지식을 가진 멘토들의 역할뿐만 아니라 같은 고민을 나누고 함께 걸어갈 동료 사회적기업가들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는 것 또한 큰 공부일뿐만 아니라 서로 만나고 이야기 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HUB라는 공간에 모인 사회적기업가들은 이미 이런 카드를 쥐고 있고, 이것은 하나의 공간이 제공하는 커다란 자산이다.

위에서 언급한 HUB Bay Area의 활동들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돌아가, 공간이라는 물리적 플래폼에 사람과 풍부한 자원이 모이고, 그들의 경험과 비전이 연결 고리들을 만들어내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창의와 혁신의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광범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공간만 있어서도 의미가 없다. 지원 프로그램만 잔뜩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결합되었을 때 발생할 시너지 효과를 HUB의 사례를 통해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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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의 공간 임대료


*참고 사이트: The HUB

글_소기업발전소 박아영 연구원(loana@makehope.org)

● 연재목록
1. 작지만 ‘혁신적’인 매체, SSIR
2.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사회적기업가의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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