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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제도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지역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 진원지는 경기도의회다.

최근 경기도의회에서는 권오진 도의원(통합민주당 소속)이 대표로 ‘경기도 사회적기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집행부 검토 이후 3월 중에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이 조례의 개정 취지는 사회적기업의 적용범위 확대와 더불어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원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며, 이와 관련된 핵심 이슈가 바로 ‘사회적기업 등록제’ 도입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경기도의회가
사회적기업육성법(이하 육성법)의 골간인 인증제와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기업 등록제의 의미를 논하기에 앞서, 육성법과 인증제의 의미,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경기도의회, 사회적기업 ‘등록제’ 반영한 조례 개정안 상정 예정

육성법은 사회적기업을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이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기업으로서 인증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개인이나 조직이 사회적기업으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인증 요건을 갖추고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인증 요건은 크게 ▲ 조직형태 ▲ 사회적 목적 실현(취약계층을 위한 고용 창출이나 사회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실적) ▲ 유급근로자의 고용 및 영업활동 ▲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 구비 ▲ 일정 수준의 영업활동을 통한 수입 창출 ▲ 정관 및 규약의 구비 ▲ 이익의 재분배(상법상 회사의 경우) 등 7가지이다. 정부는 이러한 요건을 갖추어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전문인력비 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경영 지원 등의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따라서 현행 인증제 하에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한 법적 지위(조직형태)를 갖춘 상태에서 일정기간 영업활동을 수행한 경험이 있고, 그러면서 동시에 취약계층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최종적으로 주무부서의 수장인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증을 해야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위를 얻고 법률적 효력이 발생한다. 어떤 자연인이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정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제는 정책 지원의 대상을 사전에 ‘선별’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인증제라는 ‘진입장벽’이 민간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일부 인증 요건은 사회적 정당성에 부합하지도 않아 (특히 1인 1표의 원리가 작동하는 주식회사의 소유권 및 지배권에 대한 규제가 없는 점) ‘인증=인건비 지원 획득’이라는 환상을 심어 주는 제도일 뿐이라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사용자
사회적기업 등록제의 의미

사회적기업운동은 사람 중심의 사회적경제 구축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사명을 가진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혁신적 사회적기업가의 활동이 아래로부터 물밀듯이 일어나야 한다. 사회적기업 제도가 이 운동의 전 사회적인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 작동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민간의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여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적기업 제도는 민간의 자율성 보장 정도를 기준으로 인증제와 등록제로 나뉜다. 한국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인증제를 골간으로 하고 있는 반면,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법(381/91법, Law on Social Cooperatives)이나 영국의 지역공동체 이익회사 제도(Community Interest Company Regulation)가 대표적인 등록제다.

사회적기업 등록제는 인증제와 달리, 법이 정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법에 귀속된 행정행위(귀속행위)를 행하도록 되어있다. 여기서 귀속행위란 행정청이 어떤 행정행위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의 자유가 인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일정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법이 정한 특정 행정행위를 반드시 행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시민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제도 진입을 돕는 ‘비영리단체 등록제’가 대표적 예다. 사회적기업 등록제 역시, 행정의 재량행위를 최소화하면서 법률이 정한 바에 의거해 사회적기업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제도 진입 측면에서 사회적기업 등록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특정 조직이나 개인에 대해 사회적기업에 관한 장벽을 완화한다는 정책적 의미가 있다. 이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도에 진입하는 대상을 확대하고, 규모를 키우는 정책목표가 필요하다. 그러한 정책 기반에서 등록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등록제의 요건을 어떤 내용과 절차로 구성할 지가 쟁점이 된다. 예컨대, 조직의 목적에 관한 요건, 법인이나 조합 등 조직 형태에 관한 요건, 소유구조나 의사결정구조 등에 관한 요건 등이 등록제의 요건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애초 사회적기업 등록제 도입 취지가 제도에 진입하는 장벽을 완화하는 것이므로, 선별적 방식이 아닌 간명한 요건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할 때, 사회적 목적 추구, 사회적 소유나 민주적 지배, 투명성 등의 규범적 정당성은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다. 이것은 정부(또는 지방정부)가 사회적기업에 정책적 지원을 하는 핵심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규범적 정당성에 관한 기준은 위장 사회적기업이나 유사 사회적기업이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이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사적 소유나 자본에 의한 지배가 아닌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지배 등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입 장벽을 낮춘 경기도의회 조례 개정안

경기도의회는 조례 계정안에 ‘경기도형 사회적기업’ 등록 요건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조례 개정안에 제시된 등록 요건을 간단히 살펴보자.


● 경기도의회 조례개정안에 제시된 ‘경기도형 사회적기업’에 관한 등록 요건

제5조의2 (경기도형 사회적 기업)①이 조례에서 정한 경기도형 사회적기업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춘 자를 말한다.

 1. 『사회적기업육성법』제8조제1항제1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18조제2항에 해당하는 자
 2. 주된 목적이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나 공동체의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며,
     그와 관련된 영업활동을 하는 조직임을 밝히는 진술서를 제출한 자
 3. 사실상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지 아니할 것
 4. 경기도형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려는 자는 규칙에 정한 사항을 적은 정관이나 규약을 제출할 것
 5. 등록을 하려는 자는 해산 및 청산을 할 때, 배분 가능한 잔여 재산을 다른 사회적기업 또는
   ① 공익적 기금 등에 기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고, 공증을 받을 것
   ② 이 조례에 적용을 받고자 하는 자는 도지사에게 등록을 신청하여야 하며, 등록 신청을 받은 도지사는
       그 등록을 수리하여야 한다.
   ③ 도지사는 경기도형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한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때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1.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한 경우
       2.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때
       3. 경기도형 사회적기업을 지정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활동 실적이 없는 때
   ④ 도지사가 등록을 취소하고자 할 때에는 청문절차를 거쳐 취소사유를 명시하여 대표자에게 알려야 한다.
   ⑤ 경기도형 사회적기업의 등록 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



첫째, 조례 개정안은 경기도형 사회적기업의 범주를 육성법에 인정하고 있는 상법상 회사, 민법상 법인, 비영리단체, 소비자협동조합 등의 조직 형태를 포함해 자활공동체까지 확장했다. 여기에 지난 연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으므로, 그 법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협동조합까지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등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사회적 목적의 실현과 그와 관련된 영업활동을 추구하는 진술서와 관련 정관 등을 경기도에 제출하면 등록이 되도록 하였다.

셋째, 규범적 정당성과 관련하여 잔여재산 처분에 대한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경기도형 사회적기업에 등록을 하려는 자는 해산 및 청산을 할 때, 배분 가능한 잔여 재산을 다른 사회적기업 또는 공익적 기금 등에 기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고,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규정은 주로 상법상 회사에 적용되는 것인데, 육성법의 인증제에 비해 강화된 규정이다. 육성법에서는 상법상 회사의 경우 배분 가능한 잔여재산이 있으면, 그것의 3분의 2 이상을 다른 사회적기업 또는 공익적 기업 등에 기부하도록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경기도의회의 사회적기업 등록제는 잠재적 사회적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규범적 정당성에 관한 핵심 기준을 적용하여 그 요건이 구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
관련 지원정책 동반이 성공의 관건

사회적기업 등록제는 정책 대상에 대해 다양하고, 충분한 지원 정책이 동반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은 정책 지원의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인증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등록제의 정책 구조는 현행 인증제의 ‘인증=지원’ 구조와는 다르다. 예컨대, 현재 정부는 인증 사회적기업에게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증 사회적기업은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데 우선적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즉, 인증과 동시에 지원을 받는 정책 구조이다.

이런 방식의 정책은 등록제 아래 지속적으로 실행하기 힘들 것이다. 만일 인증된 사회적기업이 수천 또는 수만 개가 될 때를 예측해보면, 사회적 일자리 사업과 같은 방식은 정부(지방정부 포함)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등록제 아래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지원정책이 있을 수 있다. 육성법의 소득세, 법인세 등의 조세 감면과 관련된 지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것은 정부의 재정이 직접 투여되는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등록제 아래에서 정책 구조는 ‘등록=정책에 대한 참여 기회의 제공’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인 ▲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 시설비 지원 ▲ 자금 지원에 대해 등록된 사회적기업이 직접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의미이다.

결국 등록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참여 기회가 더 다양해져야 하고, 많아져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잠재적인 사회적기업들이 제도에 진입하게 되는 유인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록제의 도입 과정에서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지원 정책의 내용을 어떤 수준으로 구성할 것인가 주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공은 경기도로 넘어갔다. 경기도의회의 사회적기업 등록제 도입에 관한 조례는 상위법인 육성법에 위배하지 않으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적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과연 경기도가 경기도의 사회적기업을 위한 지원 정책을 다양하고,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용자
글 정리_사회적경제센터 이재흥 연구원 (weirdo@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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