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강연, 지루했나요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고 싶은데 대상 연령층이 어떻게 되나요?”
“초등학생이 듣기 어렵지 않나요?”
“강연시간이 긴데 그 중에서 추천해주실 만한 순서가 무엇인가요?”
“꼭 강연 참석하고 싶은데 벌써 매진됐어요… 어떻게 안될까요?”

‘성남 천개의 직업’을 준비하면서 제 자리에는 이런 전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천개의 직업 강연콘서트는 5회 째를 맞지만, 저에게는 이번 행사가 스태프로 참여하는 첫 경험이었기에 모든 질문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꿈을 향한 열정에 나이 제한이 있을까요? 저희가 준비하는 ‘천개의 직업’은 단순히 새로운 직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 직업이라는 이름을 입히는 일입니다. 따라서 특정 대상을 정할 수 없는 것이지요. 초등학생이라도 꿈을 향한 열정이 있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다면 준비한 강연을 이해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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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연콘서트

6시간은 보는 것보다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겁을 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가득 메워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오히려 한 마당 한 마당 구성된 시간이 부족할까 내심 걱정스러웠습니다. 참석하는 분들이 어떻게 이 긴 시간 동안 다 듣지 하는 걱정들을 하셨지요. 너무 많이 줘서 걱정인 강연, 그게 바로 ‘천개의 직업’ 인가 봅니다.

성남에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래서 기존 행사장에 비해 절반 수준인 좌석수가 준비하는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한명이라도 더 들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움이 강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도 전달돼 그들이 강연 내용을 주변사람들과 나눠 두 배의 감동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강연은 단지 새로운 직업소개를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려 6시간에 걸친 긴 강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바로 ‘나눔’이었습니다. 가족나눔의 대표라고 꼽히는 션에서부터 마지막 이지성 작가님의 ‘나눔으로 리드하라’는 강의는 단지 나 혼자만이 잘먹고 잘사는 것이 아닌 상생하는 삶,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되는 따뜻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 snowf33** 님의 관람후기 중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롭기 위해서 직업을 선택하고 고릅니다. ‘천개의 직업’이 준비한 무수히 많은 직업 안에는 내면의 풍요가 들어있습니다. 바로 ‘나눔’ 이죠. 사전에 계획하고 강연을 구성한 것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콕 짚어서 이번 강연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분들이 있어 마음이 탄탄해집니다. 이제 이 중심축을 기점으로 이번 강연콘서트를 쭉 살펴볼까 합니다.

304명의 아버지, 10개의 직업

랩을 하는 모습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션은 가수의 모습으로 이번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작. 하루에 만 원씩 모아 결혼기념일에 기부하던 것으로 시작했던 생활 속 나눔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션은 가족을 만들어 가면서 새롭게 인생을 맞이한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세 아이들과 함께 304명의 또 다른 가족을 이루고 있는 션은 나누는 행복을 누리면서 10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집을 사야겠다는 걱정도, 돈을 많이 벌어서 줘야한다는 걱정도, 그리고 직업에 대한 경계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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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지 않는 공무원

제가 공무원일까요, 아닐까요?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하던 원순씨. 자신을 조선시대 나라 걱정하던 선비에 비유하면서 월급 받지 않는 공무원이라 설명했습니다. 본인이 만든 직업 소셜디자이너로 살고 있는 원순씨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새로운 직업으로 담아냈고 이를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위상은 예전과 비교해보면 하늘과 땅차이라고 해도 될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 보다는 기존에 있는 익숙하고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겠죠. 이에 원순씨는 공무원 조직이 하는 일은 보조적인 것이며,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시도하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는 지금이 창의와 혁신, 문화와 예술, 거버넌스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때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는 창조적인 직업들은 이미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으려 하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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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씨가 외치는 ‘천개의 직업’을 총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과거로 가서는 미래를 찾을 수 없습니다. 통찰력을 가지고 틈새를 발견해야 합니다.
②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야 합니다. 이왕이면 공익적인 곳으로! 잘먹고 잘사는 사람은 이미 너무 많습니다. 남을 돕는 직업은 비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③ 개성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합니다.
④ 치밀하고 미세해야 합니다. 사업계획부터 꼼꼼하게 살펴봐야 함을 의미합니다.
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지속해야 합니다. 10년을 해보면 안되는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달리면 전문성을 가지게 됩니다.

평범해도 괜찮아

희망별동대 1기 출신인 청년 소셜벤처 공감만세 대표 고두환씨는 청년이 가진 따뜻한 열정으로 2부의 막을 열어주었습니다. 평범함의 기준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지금은 어엿한 사회적기업의 사장님이 되어있습니다. 고두환씨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공정여행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새로운 직업을 꿈꾸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많이 가지고 있고 잘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가슴 따뜻한 고민을 하고 주위와 소통했을 때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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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재능? 배경?

스무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지성씨는 초등학교 교사였기 때문에 글을 쓸 시간도, 이끌어줄 사람도 없었다고 합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떨어져 헤엄쳐 건너야만 작가의 꿈을 이룰수 있는 상황에서 그가 한 일은 불가능을 딛고,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을 조사하는 것! 2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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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깨달은 건 꿈을 이룬 사람들의 비결이 돈도 재능도 배경도 아닌 ‘얼마나 뜨거운 가슴을 가졌는가’라는 점입니다. 이지성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 그 무언가를 추구하세요. 대신 모든 것을 걸고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은 내 피와 땀으로 만들어가는 탑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꿈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합니다.”

행복한 두 남자

이번 강연 콘서트에서 MBC 김정근 아나운서와 기타신동 정성하군은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습니다. 7시간이라는 긴 강연 시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며 우리와 함께 한 김정근 아나운서. 차로 3시간을 달려와 5시간 동안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 정성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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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자신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던 김정근 아나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타로 표현하는 정성하 군, 두 사람이 무대에 서있는 모습은 행복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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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천개의직업’이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이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자원봉사단입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엄마와 딸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어색했던 순간은 잠시, 홍보를 위해 여러차례 만나면서 서로 가까워졌고, 행사가 끝난 후 뒷풀이를 할 때는 서로가 서로에게 박수쳐주며 힘을 줬습니다.

천개의 직업은 단순히 강연을 들으러 오는 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자원봉사자 역시 저희 강연에 초대받은 관객입니다. 단순히 바쁜 일손을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도와주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몇 번을 들어도 좋은 말들, 나를 자극 하던 멋진 말들,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하고 싶게 만드는 말들이 가득한 강연이었습니다. 이런 멋진 말들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버립니다. 멋진 꽃을 제 때 꽃병에 꽂지 않아 금새 말라버린 모습을 본 적 있으실 겁니다. 싱싱하게 제 빛을 뽐내던 꽃의 자태는 오래 전 이야기 같죠. 이 날 오신 분들이 한아름 장미꽃을 안고 돌아가 꽃병에 물을 담아 꽂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한번 지고 마는 꽃이 아닌, 절대 시들지 않는 꿈과 희망의 꽃을.

글_소기업발전소 오지은 인턴연구원
사진_ 장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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