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한국 젊은이, 영국 시니어를 만나다 (9) 

희망제작소와 연세대는 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학생 현장 탐방 프로젝트 uGET’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2010년 여름 한 달간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영국 시니어들의 사회공헌활동 현장을 조사해 그 방문기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영국에서 전해질 재기발랄한 젊은이들과 지혜로운 시니어들 간의 조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기관은 고령화 문제에 있어서 영국 최고의 싱크탱크를 자부하는 베스 존슨 재단 (Beth Johnson Foundation, 이하 BJF)과 이 곳에 소속되어 세대간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Center for Intergenerational Practice(이하 CIP)입니다.

CIP는 세대간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전 맨체스터 방문기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었던 패트릭(Patrick)을 기억하시나요? 패트릭은 맨체스터 시의회와 BJF을 오가며 시간을 반반 나눠 각 기관에 할애하고 있는 미들맨이었지요.

그는 싱크탱크인 BJF가 지역 정부와 파트너십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미래의 프로젝트에 반영하기 위하여 파견한 직원으로 보시면 됩니다. 패트릭은 맨체스터가 잉글랜드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라고 소개하면서 BJF가 위치한 스토크온트렌트(Stoke-on-Trent) 라는 지역은 한층 더 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바로 그 스토크온트렌트에 저희가 찾아갔습니다.

스토크온트렌트는 런던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가량 떨어진 아주 조그만 도시입니다. 조그만 기차역, 조그만 교회, 조그만 언덕이 전부인 평화로운 마을이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시골 언덕길을 올라 BJF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사람이라곤 수줍게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던 동네 꼬마아이들 뿐이었습니다.

”사용자어렵사리 찾아간 BJF 건물은 가정집을 개조해서인지 한층 지역사회와 동화된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BJF에 들어서자 연락을 주고받았던 CIP의 매니저 루이즈(Louise Middleton)와 BJF의 대표인 앨런(Alan Hatton-Yeo), 그리고 간단한 점심이 저희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자상하고 온화한 인상이셨는데, 특히 한국에서 처음 연락을 드렸을 때부터 맨체스터 시 의회 등 십 여 개의 기관을 소개해 주셨던 루이즈는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를 닮은 미인이었습니다.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으며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BJF는 1972년 설립되어 오는 2012년 40돌을 맞는 고령화 관련 기관입니다. BJF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내부적으로는 배움기관(Learning Organization), 외부에는 개발기관(Development Organization)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배움기관으로서 BJF의 면모는 그 태동과 초기의 목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72년 BJF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당시에는 영국에서도 고령화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지 않았고, 고령화에 관한 강의를 하는 대학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초기의 활동은 고령화 사회와 그 대응 방안에 관한 자료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80년대에는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많이 개최했고, 최근에는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BJF는 영국 전역, 나아가서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고령화 관련 기관이고 활동범위도 넓지만, 스토크온트렌트라는 소도시에 위치해 있고, 상근인력도 30여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연구와 프로젝트는 파트너십에 기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발기관으로서 BJF의 역할은 바로 이 파트너 기관과의 관계에서 발현됩니다. 파트너십을 맺는 대상은 정부 및 시민단체, 연구기관 등에 걸쳐 다양합니다.

”사용자파트너십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BJF의 가치와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다른 기관이나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차용해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앨런에 따르면 이 점 때문에 파트너 기관들이 BJF와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저희는 전국적인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글로벌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규모가 큰 활동을 하는데 현재의 인원은 너무 적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앨런은 일이 많아 1인이 1팀처럼 일하기는 하지만, 현재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BJF가 지향하는 연구 및 개발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변화하는 환경과 주제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재정 수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규모가 적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적은 규모의 인원이지만, 각자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경험한 후 BJF에 합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항상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풍요롭다는 점을 들며 현재의 조직 규모와 구성원들에 대한 만족을 드러냈습니다.

BJF는 CIP이외에도 보건, 근로환경, 노령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지만, 최근 기관의 역량은 세대간 통합 활동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다른 활동들은 이미 70년대부터 이어져 왔기에 그런 면도 있겠지만, 세대간 통합이 그만큼 중요한 분야로 영국 내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CIP는 2001년 4월, 영국 전역의 세대간 통합을 지원하고 이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연구와 프로젝트 개발, 세미나와 컨퍼런스 개최, 출판 등의 활동을 활발히 수행해 왔습니다. CIP는 세대 간 문화적 차이를 보다 잘 이해하고, 전국 및 지역적 차원에서 세대통합 활동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CIP의 프로그램 역시 정부나 시민단체들과의 파트너십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좋은 예로 맨체스터 시의회에서 일하는 패트릭을 들 수 있겠습니다.

CIP에서 정의하는 세대간 통합은 세대 간 사람들이 상호 이익을 추구하고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함으로써 결속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활동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점은 세대간 통합 활동이 ‘지역사회’의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희 팀이 한국에서 사전조사를 할 때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점이 바로 이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각 세대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대간 통합 활동의 초점이 되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세대간 통합 활동이 나타나게 된 것은 지역사회의 권력구조에서 소외된 젊은층(Youth)과 노년층(Older people)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이들의 권익이 실현되어 모든 연령대의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따라서 세대간 통합 활동의 세부 목표는 활발한 지역사회, 시민권 강화, 이웃의 재건, 불평등 문제의 해소 등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용자CIP는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네레이션 투게더(Generations Together)는 영국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의 세대간 통합 프로젝트에 550만 파운드의 재정적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CIP가 그 고안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최종 심사에서 아쉽게 탈락한 16개 지방 정부의 세대간 통합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패트릭이 일하는 맨체스터 시의회의 경우는 제네레이션 투게더 프로그램에 선정된 12개 시 중의 하나입니다. CIP 개발팀(Development Team)은 지방정부나 파트너 기관들의 개별 수요에 맞춤화된 세대간 통합 활동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웨일즈 지역에서는 RSVP(영국 최대의 50세 이상 자원봉사자들의 단체) 및 지방 정부와 함께 Welsh Strategy for Intergenerational Practice를, 북아일랜드 지역에서는 지역 고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대간 통합 활동을 개발하고 지원하며, 전략적 접근법을 뿌리내리도록 돕는 Northern Ireland Projec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젊은 세대의 관점에서 세대간 통합 활동을 개발하고, 젊은 세대의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에 세대간 통합 활동의 이익을 소개하는 National Youth Agency, 범죄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배제된 젊은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Community Cohesion Projects 등도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20여 개 국의 전문가들을 잇는 네트워크이자 웹사이트인 European Map of Intergenerational Learning (EMIL)을 운영 중이고, 세계에서 유일한 세대간 통합 활동 컨소시엄인 International Consortium for Intergenerational Programmes(ICIP)의 설립멤버이자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세대간 통합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루이즈와 앨런에게 세대간 통합 활동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며,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온 프로젝트의 내용은 어떤 것이었는지 물었습니다. 이들은 꼽은 첫번째 성공 요인으로 프로젝트 현장에서 일하는 코디네이터의 열정과 믿음이었습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로는 멘토링 프로젝트를 꼽았는데, 이 프로젝트에서도 역시 각 세대 참가자들의 필요를 잘 파악하여 멘토와 멘티를 적절히 연결해 주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합니다. 예술, 요리, 환경조성 등도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세대간 통합의 주제입니다.

이런 세대간 통합 활동은 단순히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사실보다 상호 교류를 통해서 배움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세대의 사람들은 제각기 서로 나눌 수 있는 귀중한 것을 지니고 있고, 이를 공유하면서 서로 발전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맨체스터 시의회나 매직미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점이지만, BJF의 CIP에서 좀 더 확신할 수 있었던 점은 영국의 세대간 통합은 단순히 ‘서로 다른 세대 사람들을 모은다’는 의미 이상의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지역 공동체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는 목표의식입니다.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세대간 갈등 뿐 아니라 지역간, 경제 계층간, 문화간 갈등의 골을 좁히기 위해 영국의 세대간 통합 활동을 차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한 아직은 다소 요원해 보이는 지역사회 중심의 공동체 문화가 자리잡는 날이 우리 사회에도 조만간 오게 되길 바라며 런던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글_김맑음 (uGET 실버라이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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