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IT 기술을 만나다

4개월 동안의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이후 무엇을 할지 탐색하기 위해 진로탐색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평소 IT 기술과 비영리의 결합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음세대재단의 IT canus’와 ‘비영리지원센터’를 찾아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한남동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상임이사님과 김주원 ITcanus 담당자님을 만나 다음세대재단의 비전과 진행되고 있는 사업, 실무자의 역할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다음세대재단 ITcanus는 IT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긍정적인 미래를 가능케 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IT가 공익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공익적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을 위해 미디어 및 IT관련 지원 사업을 펼치는 IT 지원센터입니다.

조준형(34기 뿌리센터 인턴) : 먼저 상임이사님께서 비영리재단에서 일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방대욱(다음세대재단 상임이사) :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학부와 석사까지 공부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는 직접 서비스, 연구나 정책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합니다.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과정 중에 기업 사회공헌 분야를 알게 되었습니다. 1994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했죠. 기업의 자원을 공익을 위한 일에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저에게 잘 맞는다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간접 서비스 영역에서 영리와 비영리를 연결해 주는 사람의 역할을 21년 동안 해왔습니다. 두 영역의 욕구가 적절하게 조절되도록 하는 일을 지금까지 해온 것이라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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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대욱(다음세대재단 상임이사)

조준형 : 다음세대재단 ITcanus 사업의 다양한 아이템은 어떻게 발굴하나요? 아이디어 제안의 출발점이 사업 담당자로부터인지 혹은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통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방대욱 : 뉴턴의 “거인의 어깨에서 미래를 내다보라”는 말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아이디어를 만나며 사업의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재단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는 미디어와 IT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 그것이 좀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방향으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재단의 미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했고, 아이디어의 토대를 마련해나갔습니다. 재단의 미션과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재단 식무자들의 아이디어 발전 과정을 거쳐 하나의 사업이 탄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조준형 : 체인지온 콘퍼런스가 기존의 콘퍼런스와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체인지온 콘퍼런스는 공익적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미디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변화의 원동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다음세대재단에서 매년 개최하는 콘퍼런스입니다.

방대욱 : ITcanus에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맛있는 것을 주어도 사람들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비영리단체에서 IT기술,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비영리단체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통찰력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체인지온 콘퍼런스는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합니다. 또한 비영리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다는 주제의식이 명확합니다. 콘퍼런스가 내용을 담는 형식 역시 특별합니다. 참가자들이 일방적으로 듣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재미있는 형식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죠. 매년 11월 중순에 진행하는 이유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감사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1년을 예측하여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콘퍼런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준형 : 2014년 체인지온 콘퍼런스는 부산에서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반응과 행사 당시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방대욱 : 체인지온은 제주, 부산, 광주, 진주, 청주에 지역 파트너가 있습니다. 지역의 미디어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Changeon@의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다음세대재단의 지역 파트너 분들이죠. 올해 체인지온 콘퍼런스를 부산에서 진행한 이유는 서울에만 집중되어 있는 콘텐츠와 정보의 과유불급 상황 때문입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정보가 가치 없고, 재미 없게 느껴지는 그런 상황들이 계속되었어요. 그런 이유에서 지역의 파트너 기관과 함께 지역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직접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지역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상당한 자원 투입이 필요합니다. 지역에서 체인지온 콘퍼런스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에서 준비하는 것 이상으로 꼼꼼하게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지역에서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역의 주요 기관을 만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정중하게 모시는 과정을 하나하나 거쳤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자원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세였습니다. 다시 말해 콘텐츠의 질을 생각하고,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행사를 통해 지역에 무엇인가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2014년 체인지온 콘퍼런스의 목적이었죠.

김주원(다음세대재단 ITcanus 담당자) : 과거 콘퍼런스들과 비교했을 때,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간의 편차에 따라 참가자들의 필요가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12년도에는 그 흐름을 파악했다면, 2013년에는 다양한 것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던 시기였습니다. 해를 거치며, 콘텐츠가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었죠. 미디어와 IT라는 그릇 속에 담는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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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형(좌, 34기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김주원(우, 다음세대재단 ITcanus 담당자)

조준형 : ITcanus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비영리단체를 위한 IT기술 및 지식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이나 환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방대욱 : 비영리단체가 지향하는 가치는 아날로그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민성,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가치는 인간사회에 내재된 원리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이 지향하는 주제의 아날로그성과 비교하여, IT나 미디어의 디지털성은 그 간극이 크고 매우 빠르게 변화합니다. 변하지 않는 본연의 가치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을 접목하고자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IT와 미디어의 기술 변화가 비영리단체를 염두에 두고 변화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서로의 방향을 잘 매칭하고 봐야지만 알 수 있죠.

ITcanus 사업이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떻게 유기 화학적으로 두 영역을 잘 접목시킬 수 있을까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담당자는 지속적인 배움의 과정과 통찰력을 필요합니다. 각각의 기술이나 정보를 현장의 언어로 바꾸기 위한 재조직 과정이 어렵기 때문이죠. 놀랍게도 지식과 정보는 제공하는 사람이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서점에 많은 책들이 쏟아지지만, 그것만으로 한국사회의 지식 발전 정도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지식을 쓰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죠. 그 말을 우리 일에 맞추어 보면, 모든 것을 잘 갖추었다고 사업 전체 고리를 잘 콘트롤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비영리단체의 환경이 쉽게 바뀌지도 않고, 우리가 바로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 모양새도 아닙니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리더가 먼저 조직의 인식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점으로 인터넷 리더십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비영리단체의 조직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좋은 정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으로 리더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의 리더들이 교육을 받고 조직문화와 환경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작은 개선점이자 출발점이라 봅니다.

조준형 : 2015년 다음세대재단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방대욱 :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큰 틀에서 ITcanus, 유스보이스 올리볼리 사업 자체의 구조를 변화시키기는 어렵겠죠. 다음세대재단이 추구하는 미션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지금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움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시도해나갈 것입니다.

* 다음세대재단의 유스보이스는 청소년과 미디어 사업의 대표 브랜드로, Lab, 미디어 컨퍼런스, 프렌토 등의 다양한 사업을 통하여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 다음세대재단의 올리볼리는 다름에 대한 상호이해와 존중의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 간의 소통이 가능한 사회, 가치 있는 개인들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그림동화, 석사논문지원사업, 올리볼리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준형 :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방대욱 : 스스로를 보수적인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현실과 마주한다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책을 많이 읽습니다. 제 내면의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거인의 어깨에 기대에 세상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이죠. 현실과의 부딪힘에서 오는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자기계발서를 제외한 모든 책이 좋다고 봅니다. 책을 읽고 그 안에 한 단어, 한 문장의 보석만 만나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에 책을 추천하길 좋아하지는 않지만, 질문하셨기에 답변을 드리자면 소설과 시입니다.

대부분 바쁘게 살면서 일상에 치이면 소설과 시를 접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와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소설과 시를 읽었느냐는 질문 자체가 다르다고 봅니다. 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는 승리자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패배자의 이야기이고 어려움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진짜 세상을 허구를 통해 보여주기에 추천하고 싶다는 겁니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 <고령화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리>를 추천합니다. 사회 속 인간들 각각의 군상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현실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죠. 하지만 또 굉장히 허구적입니다. <나의 삼촌 브루스리>는 마지막 작가 후기까지 꼭 보셔야 합니다. 추천 드린 세 소설의 맥락을 꿰어내고 있기 때문이죠.

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세상을 얼마나 잘 관찰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인은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감수성을 가진 것 같다는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그들만의 압축된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기에 시를 보면 세상을 어떻게 깊이 있게 볼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시는 빨리 읽을 수도 있지만, 한 편을 열흘 동안 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힘, 그 눈을 기르게 해주는 것이죠.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의 책을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제가 추천 드리고 싶은 시집은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입니다. 짧은 글 속에 가슴을 치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구절 중 하나는 ‘노를 젓다.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인의 감수성이죠. 비영리 영역은 특히나 세상을 다른 감정과 시선으로 바라보고 깊이 관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원: 저는 요즘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일하는 과정 중에 지켜야 할 회의 참여 에티켓, 이메일 잘 쓰는 요령 등이 담겨있습니다. 실무를 하면서 느꼈던 사소하지만 업무의 기본인 포인트를 언급한 부분이 많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편소설을 즐겨 읽고, 조정래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업무를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일로부터의 완벽한 탈출구를 마련하는 것도 다시 일에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필요하거든요.

거인의 어깨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보라는 그 말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제 발걸음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었습니다. 어떠한 마음가짐과 삶에 대한 자세를 지녀야 할지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구체적인 기술을 취득하고, 취업이라는 하나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세부적인 준비와 그림도 중요하지만, 내가 그리는 큰 미래는 무엇인지를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작과 선택의 출발선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과 제가 잘하는 것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진로탐색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다음세재대단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_ 조준형(34기 뿌리센터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