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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416 기억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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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나의 일이고, 우리의 일이다
– 도법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1년 전이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 곳곳에 슬픔, 분노, 원망의 강물이 가득차고 넘치게 했다. 사람들 가슴 깊숙이 잠들었던 성찰, 각성, 전환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했다. 대통령, 일반시민 그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도도한 그 물결이 우리를 갈라놓는 여당?야당, 경상도?전라도 등의 모든 벽들을 일거에 허물었다. 타오르는 그 불씨가 서로를 반목하게 하는 좌파?우파, 친미?반미, 자본가?노동자 등의 모든 편견의 탈을 다 불살랐다. 정말 놀라웠다. 경천동지하는 기적이었다. 온 국민이 함께 한 그 마음, 하나 된 우리의 그 마음은 위대했다. 일순간에 우리 사회를 순결하게 했다. 절망의 먹구름 너머 희망의 하늘이 보였다.

아! 이번엔 ‘확실하게 달라지겠구나.’ 가슴 벅찼다. 그런데 어느 날 유가족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제발 진실을 알게 해주세요.”하며 절규하는 거리의 유가족들을 보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왔다. 어찌 이럴수가……

세월호는 그 누구 어느 편의 유불리에 관계되는 일이 아니다. 그 일은 오로지 우리 아이, 우리 국민의 오늘과 내일을 ‘야수의 길로 내몰 것인가? 사람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하는 참으로 엄중한 일이다. 그러므로 세월호가 준 화두를 잘 풀어내고 그 교훈을 잘 살려내는 일은 온 국민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무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 반드시 온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다. 절대 편갈려 싸우는 정쟁거리를 만들어선 안되는 일이다. 만일 누군가가 세월호를 정쟁거리로 만든다면 그 자체가 우리 모두를 천벌 받게 하는 일이다.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실로 슬프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 생각하면 못내 후회스럽다. 그때 나라도 나서서 온몸을 던져 “유가족은 가만히 계십시오. 이 일은 나의 일이고 우리의 일입니다.”하고 국민의 일로 만들어 갔어야 천 번 만 번 마땅할 일이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당한 때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가야 할 일이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첫 마음을 상기해보자. 그곳에 우리가 잃어버린 길, 찾고 만들어내야 할 길이 있을 터이다.

“언제나 함께 하겠다. 반드시 여한이 없게 하겠다.”며 믿고 기다리라고 한 것이 대통령, 정부, 공무원의 마음이었다. “잊지 않을게, 값지게 할게, 달라질게.”하고 함께 한 것이 국민들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은 한마음이었다. 그 마음에 모든 해답이 들어 있었다. 도대체 누가 저 마음을 찢어 놓았는가. 무엇이 우리를 갈라 놓았는가. 유가족들을 거리로 나오도록 만든 대통령,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들의 정체가 의심스럽다. 저분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고만 있는 무력한 나와 국민의 모습이 참으로 남루하다.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어미의 마음이 잘못됐나요?”하는 물음 앞에서 어찌 할 바를 몰라 쩔쩔매며 1년을 보냈다. “세월호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하는 엄마들의 바람, 온 국민의 바람 앞에서 길을 잃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1년이다. 나라가, 대통령이, 정부가, 정치인이, 언론인이, 종교인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을 때 우리가 믿고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필경 나라의 주인인 국민 자신일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비극적인 사건이라 해도 시간은 어김없이 분노의 열기를 식힌다. 식혀진 분노는 오로지 성찰로만 지속된다. 성찰은 진실을 밝히는 유일한 연료이며 가장 강력한 도구(무기)이다. 성찰은 덮어 놓고 ‘내탓이오’를 외치는 게 아니다. …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성찰도 터져 나왔다. … ‘그리고 어느 날’ 슬그머니 사라졌다.”라는 김규항 선생의 ‘잊혀져가는 세월호의 슬픔과 분노’라는 칼럼이 무거운 울림으로 가슴에 자리 잡는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다. 이제 일어서야 한다. 죄인임을 자처하고 삭발순례 중인 윤구병 선생 같은 어른들께서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 어르신 백여 분이 앞장서서 국민들이 마음내도록 청해야 한다. 그리하여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성찰의 깃발을 들고 “유족들은 가만이 계세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하며 국민들 가슴에 꿈틀거렸던 성찰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해야 한다. 우리를 갈라놓는 벽을 일거에 허물었던 그 위대한 마음을 다시 불러내야 한다. 우리를 찢어놓는 관념의 탈을 모두 불살랐던 그 신비한 마음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 온 국민이 함께 일으킨 생명을 향한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 안전을 향한 굳건한 아버지의 마음을 강물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 ‘세월호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 국민의 바람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 그대, 우리가 세월호를 화두로 방방곡곡을 순례하며 대중들과 길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 해야 한다. 그곳에 길이 있다. 우리 모두 인간다워지기 위해, 우리가 희망하는 인간다운 내일을 위해 그래야만 한다.

도법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은 불교개혁과 생명평화운동을 위해 정진해 온 분입니다. 실상사 주지를 맡아 사찰의 땅을 내놓고 귀농전문학교를 세웠으며, 99년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설립하여 대안교육, 생명환경, 생협 운동 등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세월호를 애도하며 모든 국민이 하나 되었던 마음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어 낼 기적을 만들기 위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대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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