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뿌리팀 한선경 연구원입니다.

세계도시라이브러리에서 뿌리팀으로 옮긴 후 처음 글을 쓰는 듯합니다. 뿌리팀에서 새롭게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이번 여름 일주일간 독일 베를린으로 출장 겸 휴가를 다녀왔는데요. 앞으로 3~4회에 걸쳐 좌충우돌 베를린 체류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번 출장의 목표는 5일 안에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토끼는 독일의 사회적 기업 제브라로그(Zebralog)에서 개최하는 워크숍에 참가해 발표를 잘 해내는 것이었죠. 제브라로그는 온라인 시민참여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유한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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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라로그 사무실에서 진행된 워크숍 장면입니다

저는 이 워크숍에서 한국의 국민제안(e-petition) 온라인 시스템을 소개하는 내용의 발표를 맡게 되었답니다. (워크숍에서 독일어로 발표했으리라 생각하시겠지만, 그 정도 독일어 실력은 못 되어 영어로 발표했지요. 다만,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독일어를 사용했습니다.)

두 번째 토끼는 뿌리팀에서 새롭게 담당하게 된 ‘커뮤니티 재생 기금과 종합지원센터’ 연구와 관련해 베를린 혹은 독일의 사례를 살피고, 관련 기관을 방문해 담당자들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끝으로 세 번째 토끼는 희망제작소 뿌리팀이 얼마 전 착수하게 된 ‘목포시 원도심 재생과 유휴시설 재활용’에 대한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출장은 저에게도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었는데요. 처음으로 해외 워크숍에서 발표를 하는 기회이기도 했고, 발표 전까지 해외 네트워크를 발굴하고,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죠.

다음으로 기관, 단체 방문과 인터뷰 등 이번 출장 일정을 통해 각 프로젝트에 실제로 적용 가능한 사례를 발굴하고,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즉, 힘들게 찾아가 만나봤더니 ‘아, 이번 연구에는 적합하지 않구나’ 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죠.

출장을 떠나기 전 날 꼬박 밤을 새면서 자료를 하나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작성하던 파일이 새벽 즈음에 날아가는 일까지 일어나 당시 한 1분간 정말 패닉상태였답니다. 어찌어찌 마무리를 하고, 떠나는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 기내식이 나오는 것도 몰랐답니다. 다른 이의 식사 소리에 깬 것인지 암튼 손을 번쩍 들어 식사를 따로 요청했지요.

더군다나 원래 계획된 출장이 아니었던 관계로, 미리 연락을 취해지 못해 만나고자 했던 사람들을 모두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염려를 많이 했답니다. 일단 8월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거의 두 달에 걸친 휴가기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만만치 않답니다.

제가 메일을 보내면 일단 50%는 ‘Out of office’라는 부재 메일이 자동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여름을 이용해 유럽 출장을 계획하신다면, 봄에 미리 연락을 해 두어 스케줄을 짜셔야 할 겁니다. 참고하세요!)

먼저 베를린에 도착해 겪은 소소한 경험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어제 목포 출장을 가는 길에 신문을 보니 기독교민주당(기민당)의 엥겔라 메르켈이 다시 독일 총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기민당은 사회민주당(사민당)과의 연정을 깨고 다른 보수당과 연정을 맺었습니다. 사민당은 부진한 성과를 거뒀더군요.

그 이유에는 좌파당(Die Linke) 등 소수 진보 정당의 약진도 있겠지만, 헤르타 도이믈러 그멜린(Herta Daumler Gmelin) 교수가 희망제작소를 방문했을 때 말했던 것처럼 소통의 부재가 사민당 실패의 원인일지도 모르죠.  ☞ 원순닷컴 참조

독일은 지방분권이 오래되었고, 각 지방마다 특정한 정치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하나의 정치색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베를린만큼은 그렇지 않답니다. 베를린 내 각 구(Bezirk)마다 선호도가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베를린 내에서의 정치적인 지형도를 읽어가는 일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침 제가 독일에 갔을 때는 한창 총선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선거 포스터가 있기에 찍어보았습니다. 사민당(SPD) 후보의 포스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참고로 아래의 사진은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와 저작권 철폐 등을 주장하며 독일에서 새롭게 등장한 해적당(Pirate-partei)의 포스터입니다. 전 이게 그냥 풍자 같은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이후 독일 친구에게서 해적당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되었지요.

1101936173.bmp나름 불법 다운로드의 천국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토렌트(torrent)와 같은 파일공유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을 겁니다. 스웨덴에서 몇 명의 젊은이들이 만든 해적당은 음악 등의 분야에 있어 저작권을 반대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작권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예술가들이 아니라, 거대 음반 회사라는 것이죠.

예술가들이 더 활발히 창조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저작권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CCL과 같은 운동이 이제야 알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저작권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보는 주체가 예술가들이 아닌 음반회사라는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해적당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정당으로 이번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도 상당한 수의 의석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외 다른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해적당의 주장이 그다지 설득력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독일 친구의 말에 따르면 해적당의 움직임이 사민당과 같은 다른 소수 정당들을 자극해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하니 그 점에 기대를 걸어야 할까요?

2년 만에 다시 간 베를린, 3년 만에 다시 보는 베를린의 여름은 여전히 멋졌죠!
그야말로 분더바! (Wunderbar- wonderful의 독일말)

베를린의 여름은 뜨거웠습니다. 장벽공원 쯤으로 해석될 마우어 파크에서는 주말이면 가라오케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모여앉아 음악을 즐기고 있더군요. 워낙 노래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독일인들도 여기서만큼은 두 눈을 감은 채 맥주병을 흔들며 노래를 하고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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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어파크의 전경입니다. 정말 많은 시민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마우어 파크에서는 매 주 일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열린답니다. 아래 사진은 거기서 발견한 우유팩 지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 쓴 우유팩을 재활용해 만든 것인데, 아주 제대로 만들어졌더군요.
조만간 희망제작소에서도 우유팩 지갑 만들기 워크숍이 열리길 기대하며…….
(네, 그린디자이너 김진수 연구원을 향한 무언의 압박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워낙 준비 없이 떠나게 된 출장이라, 주변 분들에게 급히 이런 저런 부탁을 드리고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번 출장과 관련해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첫 번째 글을 마칠까 합니다.

먼저 정말 멋진 숙소를 제공해준 제브라로그의 마티아스와 다니엘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티아스는 이번 출장 자체가 가능하도록 도와줬다 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 그들은 숙소 뿐 아니라, 사무실에 제 자리까지 마련해주었답니다. 또 다니엘라는 베를린 시의회 도시계획 담당자와 독일 도시연구소 담당자를 만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니엘라가 이들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줘 연락을 취할 수 있었던 거죠. 제가 다니엘라로부터 이메일 주소를 소개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저의 방문 요청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FES) 한국사무소 대표인 베르너 캄페터(Werner Kampperter)와 FES 베를린 사무소의 포럼 담당자 니콜 조이너(Nicole Zeuner)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캄페터는 저에게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에게 모두 편지를 보내주었고, 니콜 조이너는 최대한 가능한 시간을 타진해보고, 베를린 시의회 도시계획 담당자와 근린재생사무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주는 등 많은 노력을 해주었습니다. 결국 이번 방문길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12월 즈음 다시 독일을 방문할 때 꼭 만나자는 약속을 했지요

끝으로 우연히 만난 마틴 알베르트(Martin Albrecht)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문화 양조장으로 번역될법한 쿨투어 브라우어라이의 맥주 창고 견학을 시켜주시면서 저의 독일어 수준을 고려하여 천천히 쉽게 설명해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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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문화양조장 쿨투어 브라우어라이입니다. 고즈넉하죠?

사진이나 다른 자료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을 하라고 하면서 본인이 쓴 간단한 자료집도 주셨답니다. 그저 현재의 모습이나 안내판에 적힌 역사가 아니라, 지난 역사와 더불어 베를린 다른 공장들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상세하게 알려주셨답니다.

이외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준 독일 도시연구소(Difu)의 볼프 크리스티안 슈트라우스(Wolf-Christian Strauss)와 베를린 시의회 도시계획국의 뮬베르크(Mulberg), 베를린 사회적 기업 에이전시(BEST)의 하이케 비르크횔쩌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들이 학부모인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8월 마지막 주 자녀들의 새 학기 개강으로 인해 모두들 휴가에서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약속이 성사되었답니다. 학교 개강이 이렇게 고마울 때가…….

그리고, 끝으로 제가 없는 동안 고생해 준 뿌리팀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위에 언급된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일, 그리고 제가 그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들을 앞으로 소개될 세 마리 토끼 시리즈에서 만나실 수 있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앞으로 세 마리 토끼를 잡으러 허둥대는 저의 모습 기대해주세요.

글 ㆍ사진 _ 희망제작소 뿌리팀 한선경 연구원 (alreadyi@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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