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두 명의 필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혁신·교육思考
(2) 수업료 대신 양말 한 켤레를 받습니다 – Trade School

Trade School(이하 트레이드스쿨)에서 진행되는 수업을 수강하려는 학생은 강사를 위해 특별한 수업료를 준비해야 한다. ‘나는 왜 비이성적으로 판단하는가’라는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A씨가 학생들에게 수업료로 요청한 것은 두 가지이다. 지난 2주 동안의 결정 중 가장 잘한 것 한가지, 그리고 과거 5년을 돌아봤을 때 잘했다고 생각되는 결정 한가지. 한편, ‘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강사 B씨가 수업료로 받고 싶은 것은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와 돈이 무한정 있다면 해보고 싶은 그림의 떡 같은 일에 대한 아이디어다. 트레이드스쿨에서 여러 번 수업을 진행했던 강사 B씨는 트위터 개인지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법, 록밴드 추천 등을 수업료로 받았다. 그 외에도 트롬본으로 연주하는 세레나데, 치즈 한 덩어리, 양말 한 켤레, 초콜릿 등을 수업료로 희망한 강사들도 있다.

트레이드스쿨은 소위 말하는 ‘물물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는 누구나 참여하는 학교다. 무엇이든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수업을 제안할 수 있다. 이때 수업에 대한 대가로 수강생들에게 받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함께 작성한다. 강사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물건이나 아이디어, 경험 등 무엇이든 수업료가 될 수 있다. 돈만 제외하고 말이다. 수업의 주제는 뜨개질, 인물 사진 찍기 등과 같은 구체적 활동에서부터 백일몽이란, 유령사냥의 기초 등과 같이 추상적인 내용도 포함한다.

화폐교환에서 느낄 수 없는 물물교환의 맛

3명의 상상력으로 2010년 뉴욕의 한 상점에 딸린 작은 공간에서 실험적으로 시작된 트레이드스쿨은 예상과 달리 큰 인기를 끌었다. 돈이면 다 되는 화폐 만능의 시대에 물물교환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의 이 학교는 지난 2년 동안 전세계 10개국 15개 도시로 퍼져나갔다. 트레이드스쿨에 참석한 한 강사는 물물교환이 상대방에게 선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한다. 시대착오적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사람에 대한 선의와 호의, 관계에 대한 욕구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저녁 식사에 초대한 친구가 식사 후 돈을 내라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수업에 참석한 한 참가자의 소감을 통해서도 트레이드스쿨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여기서는 관심사가 비슷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수업료를 내는 느낌이 참 좋아요. 사실 수업료가 15달러였다면 신청 안 했을 거예요. 하지만 강사님을 위해 벨기에산 고급 맥주 한 병을 가져올 용의는 충분히 있었죠. 사실 트레이드스쿨을 통해 제가 받은 것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것도 기꺼이 가져올 수 있어요.”

협동조합의 가치를 지향하는 학교

트레이드스쿨은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의 가치에 입각하여 운영되는 학교다. 트레이드스쿨이 진지하고 엄격하게 지키고자 하는 기본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 트레이드스쿨은 강사와 학생 간의 물물교환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학습 경험이다.
● 트레이드스쿨은 공짜가 아니다. 우리는 비금전적 가치의 힘을 믿는다.
● 우리는 창의적 아이디어, 실용적 기술, 경험적 지식에 동등한 가치를 매긴다.
● 누구나 뭔가 제공할 것을 가지고 있다.
● 우리는 사람과 아이디어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 우리는 더 많은 공간이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 트레이드스쿨은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 우리는 책임과 정보의 공유를 통해 권력의 축적을 경계한다.
● 우리는 강압이 아닌 윤리적 책임감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다.
● 트레이드스쿨은 항상 학습하고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조직이다.

사실 원칙을 세우기란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해내고 엄격히 지키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협동조합, 물물교환 등의 가치에 영감을 받아 트레이드스쿨을 처음 시작했던 3명의 설립자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그들의 가치에 공감하여 해당 지역에서 트레이드스쿨을 시작해 보고 싶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기꺼이 공유하고자 한다. 그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리한 보물 같은 보고서는 이곳 ☞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 용기

그들이 현장에서 직면한 문제를 트레이드스쿨의 원칙으로 해결하며 몸과 마음으로 용기 있게 터득해 낸 몇 가지 실천적 노하우를 소개한다.

● 강사 선정의 문제
트레이드스쿨은 강사를 선정하지 않는다. 강사들이 제안한 내용 중 99%가 수업으로 채택된다. 제안된 수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피드백을 제공하고 강사들과 협조하여 수업 내용을 개선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가르칠 것이 있다고 믿으며, 특정 그룹이 아닌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 다양성 확보의 문제
트레이드스쿨의 수업에 동질적 사람들, 예를 들어 소위 ‘교육받은 백인 예술가’만이 참여하고 있다면 우리는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트레이드스쿨이 진정 모두에게 열린 공간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레이드스쿨은 지역의 다양한 풀뿌리 단체와 네트워킹하며 좀 더 광범위하게 열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트레이드스쿨이 지향하는 가치는 상호존중의 문화이며 이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에 맞설 때만이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 강사의 희망목록
이따금 강사 중에 받고 싶은 물품 목록을 작성하기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둥, 뭔가를 받는 것이 불편하다는 둥, 돈으로 달라는 둥의 여러 이유로 말이다. 이럴 때는 다른 강사들의 희망목록을 예시로 알려 주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강사가 목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한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한 경우에도, 수업 후 청소를 돕게 한다든지, 수업 운영을 돕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들을 물물교환의 장으로 꼭 끌어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트레이드스쿨은 교환으로 인해 생성되는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 공간 확보의 문제
2010년에는 설립 멤버 중 한 명이 디자인 작업을 해주고 물물교환으로 상점에 딸린 작은 공간의 한 달 사용권을 받아 교육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에는 물물교환을 통한 공간 확보가 어려움을 겪었다. 공간을 임대할 수밖에 없게 되어 의도치 않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후원금도 받게 되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다시는 이런 큰 금액을 부탁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공간 확보 경험을 통해서 심지어 뉴욕에도 우리가 모일 수 있는 비어 있는 작은 공간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 또한 남는 공간을 임대하여 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잉여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빌려 주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12년에는 어떤 문화단체의 공간 기부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트레이드스쿨에 대하여 입소문이 나서인지 무료로 공간 사용을 제안하는 단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제안을 무조건 수락하지는 않는다. 공간에 대한 자치권이 보장될 때만 수락한다. 왜냐하면 트레이드스쿨은 상호존중과 호혜의 문화에 바탕을 둔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 웹사이트 구축의 문제
각자의 지역에서 트레이드스쿨을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웹사이트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위에서 소개한 보고서의 ‘5.The Software’ 섹션을 참조하시길.

관계 맺기의 연습이 필요한 시간

언제부턴가 우리는 모든 것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려 든다. 모든 것을 돈벌이로 둔갑시켜 상품화하는 시대. 이제는 모든 것을 돈 주고 사야만 한다. 사실 주고 받을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괜히 아쉬운 소리 할 일도, 감정을 소비 할 일도 없다. ‘쿨’한 관계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말이 좋아 관계지 사실 관계의 단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호소한다. 그리고 그 헛헛한 감정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지갑을 활짝 열고 소유를 위한 소비에 열을 올린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얽히고설킨 관계를 절단 내고 혼자 살아갈 수도 없는 법이다. 건강한 관계 맺기에 대한 연습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들에게 트레이드스쿨은 훌륭한 훈련의 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과도한 해석일까?

글_ 정선영 (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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