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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학교 (U3A 서울)> (이하 지혜로운학교)는 희망제작소 은퇴자 교육프로그램인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영국의 U3A를 모태로 2011년 6월 만들어진 평생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우는 학교’라는 모토 아래, 순수 자원 봉사로 운영되며 누구나 나누고 싶은 지식과 지혜가 있다면 강좌를 개설할 수 있고 누구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8일 5기 수강생을 맞이한 <지혜로운학교>는 개강식이 아닌 개강파티를 준비했습니다. 학교에서 파티라니? 시작부터 색다른 <지혜로운학교>의 행보를 엿보기 위해 개강파티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혜로운학교> 운영진은 격식을 차린 딱딱한 개강‘식’보다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파티’로 봄 학기를 열었습니다. 개강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경험에 조금은 어색해 하면서도 낯선 경험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운영진의 소박하지만 세심한 손길로 준비된 개강파티장, 그곳에 모인 학생과 강사들의 얼굴에는 따뜻한? 봄햇살이 깃든 느낌이었습니다.

<지혜로운학교>는 한국사회에서 낯선 모습의 학교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교육이란? ‘일정한 규칙과 규율 아래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 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정규 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분야에서도 대부분 이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 그래서 대다수의 한국인은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교육에 익숙합니다.

이러한 일방적인 교육방식에 대한 한계가 제기되면서 다양한 교육방법이나 교수법에 대한 연구와 실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원리를 바꾸는 시도는 흔치 않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생각의 전환이지만, 이를 통해 혁신적이고 낯선 교육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 바로 <지혜로운학교>입니다.

강사의 다른 이름, 코디네이터

<지혜로운학교>는 모태가 된 <U3A 영국>의 단순하지만 멋진 교육 원리를 채택해서 운영 중입니다. ‘내가 아는 것을 가르치고 내가 모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배운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원리는 전체 강좌를 구성할 때도 적용되지만 개별 강좌를 진행할 때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화초 키우기’라는 강좌를 진행할 때 학생 중에 흙 전문가가 있다면 흙에 대해서는 그 학생이 지식을 나누게 하고, 거름 만들기에 조예가 있는 학생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 학생이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강사가 수업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혜로운학교>의 강사는 전통적인 개념의 교사가 아니라 수업을 조율하고 조직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 또는 오거나이저(organizer)로서 역할을 합니다.? 강사와 학생 모두 배움과 가르침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갖게 되면서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수업은? 전통적인 강사의 역할이 강조되지만, 그럴 경우에도 강사는 지식을 베풀고 나눈다는 것보다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만들어 간다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지혜로운학교> 운영진은 이런 원리와 취지에 대해 공감 및 확산의 기회를 갖고자 지속적인 강사 워크숍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운학교를 움직이는 ‘시니어 자원봉사자’의 힘

<U3A 영국>의 운영진이 밝히는 <U3A 영국>의 강점은 시니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완전히 자발적이며 자유로운 교육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재정, 조직 면에서 독립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노력의 핵심은 ‘자원봉사’입니다. 강사는 물론이고 운영진까지 모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실제 운영비는 회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가 가능하게 된 것은 영국이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인 경험이 풍부하여 이러한 경험을 교육에 접목시켰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학교>도 준비 단계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그 철학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니어로 구성되어 있는 운영진들은 기획, 홍보, 수업 진행, 조직 운영에 수반되는 각종 행정 업무를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며 무보수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혜로운학교>의 운영방식은 베이비붐 세대들의 사회공헌활동 모델로 좋은 예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은퇴한 시니어들이 강사 및 학생으로 <지혜로운학교>에 참여하면서 고령화 시대에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평생학습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제2의 지혜로운학교들의 탄생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그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거나 노하우를 독점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학교>는 여러 곳에서 시작된 유사 프로그램에 대해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기는커녕 이 프로그램의 철학과 방식이 공유되고 확산되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는 <지혜로운학교>가 자발적인 공동체인 협동조합 형태이고 모든 것을 나누고 함께 누린다는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지혜로운학교>의 시니어 운영진들은 이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강하게 희망합니다.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형태의 교육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수원평생학습관의 누구나학교, 서울 은평구평생학습관의 숨은 고수 교실, U3A 분당 등은 <지혜로운학교>와 유사한 목적과 취지를 갖고 그 지역의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교류를 통해 발전 방향을 찾고 서로를 응원하며 새로운 학습의 장을 함께 열고 있습니다.

장소도, 방식도, 참여도 자유롭게

집에서 ‘커피스쿨’을 여는 것이 꿈이라는 어떤 시니어는 이번에는 자신이 없어서 강사 등록을 못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공부를 해서 ‘커피스쿨’ 강사로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라틴어 배우기’ 수업을 준비한 강사는 “라틴어를 너무 배우고 싶은데 혼자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수업을 개설했습니다. 이런 마음이어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지혜로운학교>입니다.”라고 조언을 전했습니다. 이 조언에 학생으로 참여 중인 한 시니어는 “이런 <지혜로운학교> 컨셉이 좋다. 그래서 강의 듣는 것이 재미있게 노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책 써서 출판하기’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실제 책을 만들었다며 수업을 즐기는 것뿐 아니라 뿌듯한 결과물도 얻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업 장소도, 수업 방식도, 수업을 개설하는 이유도, 수업에 참여하는 동기도, 수업 내용도 어떠한 규칙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형식이 다 허용되는 것이지요. 형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식이 자유롭습니다.

낯선 교육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지혜로운학교>에서 자유롭게 가르치고 배우지 않으실래요? 수업마다 개강 일자가 다르기 때문에 아직 개강이 시작되지 않은 수업이 일부 있습니다. (수강신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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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지혜로운학교> 운영에 가장 큰 애로사항은 수업할 장소를 찾는 것입니다. 공공장소의 경우 일정 기간 대여가 쉽지 않고, 회비로 운영비가 충당되기 때문에 일반 공간을 대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기부받았다고 합니다. 일부 시간만 사용할 수 있어 운영진의 장소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이런 동행자들의 출현은 <지혜로운학교>의 순수 자원 봉사자들의 발걸음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글_ 배영순 (시니어사회공헌센터 선임연구원 | alice@makehope.org)
사진_ 나종민 (바라봄사진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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