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평생학습 초점] 시민교육을 말하다

(1) 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평생학습초점」에서는 앞으로 5회에 걸쳐 ‘시민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오랜 기간 다양한 교육 주체들을 통해 진행되어 왔던 시민교육은 그 다양성만큼이나 정의도, 주제도, 내용도, 방식도 모두 다릅니다. 이에 짧은 몇 편의 연재 기사로 모든 것을 담아내고 정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고민하고 있고, 일어나고 있는 시민교육에 대한 현황과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엮어 내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보는 시도의 한 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첫 번째 글은 지난 10월 24일 진행되었던「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 한국 시민교육의 이론과 현실」에 다녀온 후 발표와 자료집을 바탕으로 시민교육에 대한 정의와 현황에 대해 큰 틀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관련 자료는 공동주최단체인 사단법인 시민 웹사이트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시민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현황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안착과 시민의식의 성장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많은 정치사회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진보적 시민사회조직이 생겨나고 그 속에서 진행되었던 시민운동과 시민교육은 그 경계를 넘나들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속화했다. 이러한 진보적 시민사회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였던 시민교육은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과거 관변 단체로 불리던 자유총연맹이 ‘민주시민교육센터’를 설립(1998년)하고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교육의 주체와 내용이 더욱 다양화되었고, 2010년 6월에는 보수와 진보, 공공기관 및 학계의 대표적인 민주시민교육 단체들이 결합하여 ‘민주시민교육거버넌스’를 결성¹하였다.(『인간과 사회의 진보를 위한 민주시민교육』, 심성보, p. 170)

¹ 힌국민주시민교육학회, 선거연수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산민주공원, 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한국YMCA, 흥사단, 경실련, 바른사회시민회의, 바른선거시민모임, 볼런티어21, 열린사회시민연합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민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지금까지의 시민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정의되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시민교육포럼의 ‘민주시민교육 지원법(안)’에서는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그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와 의무에 관한 의식을 함양하고, 각 분야에서 민주적 참여와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등 민주시민의 자질을 절차적으로 학습하는 제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자료집 p. 25 재인용) 또 서울대학교 한숭희 교수는 민주시민교육을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의 가치, 이념, 사고, 행동 등을 형성함과 아울러 그들 간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교육의 과정”, “국가의 일방적 정치사회화에 대하여 (넓은 의미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비판적 성인교육의 일환”으로 규정한다.(한숭희 외, 2002: p. 491; 「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자료집 p. 26 재인용) 이외에도 시민교육은 민주시민교육뿐만이 아니라 평생교육으로서의 시민교육, 교양교육으로서의 시민교육 등 더욱 다양하게 정의되고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크게 세 개의 내용으로 구분하여 대략적인 내용과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정치교육으로서의 시민교육

독일에서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 정치교육과 유사한 개념으로 한국사회에서는 주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이해부터 선거, 투표에 대한 이해와 실천, 정치 현안에 대한 이해 및 분석, 민주적 토론 문화 실현, 사회적 갈등 해결, 주민자치와 시민참여 등에 대한 논의와 실제를 진행한다.

독일의 정치교육을 살펴보면 내무부 산하 ‘연방정치교육원’을 통해 다양한 교육기관, 정치재단, NGO 등에 정치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정치참여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한다. 여기에서 주요하게 살펴볼 것은 정치교육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기는 하지만 교육 내용에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으며, 정당에서 설립한 교육기관이라 하더라도 정당의 정치색이 투영되지 않고 일정하게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교육의 최소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 Konsens)²을 통해 지켜지고 있는데, 이 협약은 직접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뿐만 아니라 지원기관인 연방정치교육원의 결정이나 감독의 기준이 된다.

² ① 정치교육에서는 교화 및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 즉, 어떤 경우에도 학생에게 가르치는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②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은 교육에서도 논쟁 중인 것으로 소개해야 한다. ③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당면한 정치상황과 자신의 입장을 분석하고 그로부터 자율적으로 자신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학교의 사회 교과를 통해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개념과 이해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지만 적극적인 시민참여나 정치 현안에 대한 분석이나 토론은 부족한 상황이며, 각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의 경우 올바른 선거, 투표문화 정착을 목표로 두고 시민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의 경우는 보수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모두 단체의 성향이 교육 주제와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편견 사이를 줄타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아직까지 정치교육, 즉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회 전반적으로는 사회적 갈등과 현안에 대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협의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정치적 성향과 논법에 따라 편을 가르는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평생교육으로서의 시민교육

모든 시민은 교육받을 권리, 학습할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시민교육은 평생교육이며, 보편적 시민의 기본권이라고 볼 수 있다.
시민교육은 파울루 프레이리의 민중교육학적 측면에서 억압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평생교육적 측면의 접근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숭희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의 세대간 갈등은 교육격차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그 근거로 OECD가 매년 발간하는 Education At a Glance(2013)를 제시하였다. 이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청년층(25-34세)과 장년층(55-64세)의 교육격차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크고, OECD 평균보다도 약 3~4.5배(남성과 여성 상이함) 이상 격차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자료집 p. 49) 또한 문해력 수준에 따라 성인들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문해력이 낮을수록 참여 비율이 급격히 낮아져, 우리나라의 경우 문해력 레벨1 이하 경우 평생학습에 참여하는 인구는 15% 정도로 떨어진다고 한다.(「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자료집 p. 51) 이러한 세대 간 교육 격차와 문해력에 따른 평생학습 참여 비율은 사회적 현안이나 상황을 판단할 때 중요한 변수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층위에서 사회적 소통을 요할 때 토론과 논의를 방해하는 요소로 나타날 수도 있다.

평생교육의 또 다른 측면으로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민교육이 있다. 이는 성인문해교육부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문화센터의 취미교양강좌, 대학 평생교육원의 자격증 과정, 도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 공공기관의 문화예술교육, 지자체 평생학습관의 교육프로그램, 시민사회단체 시민참여교육, 인문교육기관의 인문학교육, 직업능력개발 및 향상 교육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시민은 사회 안에서 자신의 학습권을 충분히 누리고, 사회는 그것을 위해 판을 열어두어야 한다. 그것이 평생학습으로서 시민교육의 위치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3) 보편적 시민의식 성장을 위한 교양교육으로서의 시민교육

교양교육이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여 교양인(敎養人)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네이버 지식백과)’이라고 하는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우기동 교수는 「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에서 교양교육의 중심축에 ‘시민교육’이 있다고 하였다.

교양인은 단순히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이 높은 사람을 칭하지 않는다. 교양인으로서의 삶은 어떠한 사안을 접했을 때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른 책임 의식을 갖는 사람이다. 또한 자신과 타인에 대해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을 통해 공동의 선을 추구한다. 이는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시민의식의 다른 표현이며, 이에 교양인의 다른 말은 ‘보편적 시민의식이 성장한 시민’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교양교육은 시민적 덕성으로서의 성찰과 토론, 실천적 교육이 아니라 고전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적 지식 습득의 과정에 치중하고 있으며, 개인의 공부는 개인의 앎으로만 멈춰 있고 지역사회나 공동체 생활 속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실험과 몇몇 인문학습 공동체의 움직임은 교양교육으로서의 시민교육의 다른 모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시민교육은 교육 주체나 학습자, 관점에 따라 다양한 주제와 내용,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떠한 것도 시민교육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방식과 정의를 통해 시민교육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모든 교육 프로그램과 단체에서 강조하는 것은 교육 이후의 실천과 활동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와는 달리 교육과정 안에서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주입식 교수법이 아니라 참여와 토론, 활동 등 다양한 쌍방향 교수법과 함께 교육 이후에 배운 것을 나누는 봉사의 과정, 실천하는 참여의 과정, 자신의 판단을 이행하는 운동의 과정 등을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적 과정과 함께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시민교육이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일 것이다. 콘텐츠와 학습자 모집에 대한 경쟁체제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가진 시민교육 공동체로서 함께 나가야 할 것이다.

※ 「평생학습초점」 코너에서는 시민교육에 대한 현황과 내용 및 앞으로의 방향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연재기사를 준비하였다. 이를 통해 시민교육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정리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 2013년 10월 24일(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사단법인 시민이 공동주최한 「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 한국시민교육의 이론과 현실」의 발표 내용과 자료집을 다수 인용하였다. 자료집 다운로드가 가능한 링크를 함께 올린다. ☞ 「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 한국시민교육의 이론과 현실」자료집

※ 참고자료
– 「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 한국 시민교육의 이론과 현실」, 2013,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외
– 『인간과 사회의 진보를 위한 민주시민교육』, 2011, 심성보, 살림터
– 「수원평생학습동향리포트 ‘와’ 제10호」, ‘해외평생학습동향: 함께하는 정치교육, 국가는 거들 뿐’, 강현선, 수원시평생학습관

글_ 이보라 (수원시 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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