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경제위기, 정치로 해결해야”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은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창립3주년 기념 특별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국내외의 다양한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 때, 한국 경제의 비전과 전망을 나눌 수 있는 다섯 분의 최고의 강사를 모셨습니다. 3월 23일, 그 네 번째 시간에는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대표의 “경제위기 극복, 진보의 진단과 대안은?”라는 주제의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식사하셨어요?”
“밥은 먹었는데, 떡이 참 맛있게 생겼네요.”

결국 떡을 하나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강연장으로 들어와 앉았다. 괜스레 점잔빼지 않는 모습. 옛말에 그럴싸한 차림으로 오는 원님은 안 무서워도, 검소한 차림의 원님이 오시면 긴장해야 한다지 않던가?

23일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대표는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진보의 진단과 대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심 대표는 한 일화를 이야기하면 강연을 시작했다. 국회의원 시절 재경부장관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일 상대하기 좋은 국회의원이 경제학 박사 출신들이다. 경제적 지식을 많이 이야기 하면 학문적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잘 경청만 하면 된다. 그런데 심 의원은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다. 귀띔 좀 해 달라.”

사실 심상정 대표는 전문적으로 경제공부를 한 적이 없다. 그러나 25년 간 노동운동을 하면서 대기업을 상대했던 내공에서부터, 국회의원 시절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으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한 헌신적인 학습량까지. 누가 감히 심상정을 만만히 보겠는가? 그러나 심 대표는 자신을 낮추며 시작했다.

“저는 경제학적 전문지식은 부족한 사람이다. 오늘, 국민의 눈높이에서,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한다.” 심 대표는 오바마의 증세안을 화두로 꺼냈다. 오바마 정부는 최근 ‘부자증세’를 통해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회가 새롭단다. 심 대표도 과거 부자증세법안을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조롱뿐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증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집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조롱의 근거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아메리칸 스탠다드’였고, 지난 30년간 미국을 지탱해주던 신자유주의였다.

당시 열심히 진보정치를 하면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보수적 구조 뒤에는, 미국과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존재가 버티고 있었다.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런데 그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무너지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실험이 일어나고 있다고 난리다. 심 대표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_1R|1031752476.jpg|width=”400″ height=”268″ alt=”?”|강연 중인 심 의원_##]

미국도 변화하고 있는데

심 대표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시장경제의 실패로 규정하면서, 정치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는 한 마디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시장주의의 실패다. 보이지 않는 손은 결국 세상을 망치는 손이었다. 이제는‘인간 위에 시장이 있다’는 논리를 ‘시장 위에 인간과 자연이 있다’로 변환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오류를 인간의 손으로, 특히 정치를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 정치의 역할과 개입으로, 무언가 해결되어야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어디까지 얼마나 심화될 것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위기의 책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문제가 더 근본적인 중요하며,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심 대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에 비해, 대한민국은 이러한 세계적, 전환기적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IMF 경제위기는 재벌의 탐욕과, 도덕적으로 해이한 정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그 책임은 오로지 국민에게 떠넘겨졌다. 그 당시 정부의 위기대책은 160조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법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였다. 이를 통해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외국계 자본에 팔렸다. 금융기관이 부동산 담보대출에 집착하면서 부동산 불패신화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이 사채에 손을 대면서 사채시장의 성장했다.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다. DJ는 IMF 2년 후 끝났다고 했지만 그 책임자들은 끝났는지 몰라도 국민들은 여전히 빚쟁이다.”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치적, 정략적으로 참여정부를 비판한다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의 대변자였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경위 활동 시절, 오히려 386들이 더 미국과 삼성에 낮은 자세를 취했다. 진보정치는 반성하는 민주개혁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

심 대표는 이어 현재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부동산과 수출경제는 MB식 경제성장의 핵심코드다. 그런데 일련의 사태로보아 이러한 코드가 경제위기에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는 부자 구하기 경제라는 점에서 진정한 수구다. 이는 도덕적 경제적으로 아주 나쁘며, 결국 결과적으로 부자들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제2의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강바닥을 파면 녹색이 아니라 흙색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녹색성장은 실상 흙색성장이다. 미래세대까지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뒤집기가 필요하다.”

심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보수층의 견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 또한 경제위기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실상 박근혜 전 대표는 경제위기의 공동전범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정책이 ‘747’ 더하기 ‘줄푸세’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박근혜 노믹스’는 폐기대상 1호다.”

경제위기는 시장실패,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어

경제 위기에 대한 진보의 대안은 무엇인가? 심 대표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제시했던 ‘세 박자 경제론’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진보가 그동안 분배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 분배론을 뛰어넘어 지역의 풀뿌리 경제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우리가 모색하는 경제 발전 전략은 생태친화적이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호혜성을 원칙으로 한 생태친화적 경제경책이 필요하다. 아주 시급하다.” “분단의 현실 속에서 한반도는 늘 평화에 대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전략과 일치하는 경제발전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오바마 정부는 금융대책으로 8000억 달러, 서민대책으로 1조 달러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금융대책으로 60조를 쓰면서, 서민대책으로는 29조를 배정했다. 그나마 29조 중에서 부자감세를 충당하는 11조를 제외하면 실상은 18조에 불과하다.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이명박 정부가 서민대책에 얼마나 인색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서 심 대표가 몸담고 있는 진보신당의 대안도 소개했다.

서민경제 회생에 100조 투입을!

“진보신당은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100조, 서민경제 회생을 위해 100조를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그동안은 금융구조조정에 공적자금이 아닌 유사 공적자금 형태로 사용되어 왔다. 100조를 국민합의로 조성해서,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을 하고,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또 100조를 실업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데 써야 한다.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풀뿌리 경제에 돈이 돌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위기, 정치는 대안을 내놓아야

심 대표는 마지막 10분을 자청해 정치 이야기를 했다. “경제의 위기는 결국 정치의 위기다. 지난해 촛불정국 때 많은 문제제기들이 나왔지만 결국 대안세력의 부재를 절감하게 되었다. 반대만 하는 것은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 서민들은 진보정당을 찍어야 할 이유가 뭐냐고 묻는데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정치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면 삶이 이렇게 변할 것이라는 것, 실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소수정당으로서 ‘맛배기 정치’가 중요하다고 본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소수정당 출신이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하며 실현가능한 대안과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기에 집권이 가능했다.“

오는 3월 29일이면 심상정 대표는 진보신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정치에 입문 후 5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잠시 찾아온 여유. 심 대표는 오늘의 고민을 더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희망제작소의 3주년기념특강의 마지막 시간으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강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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