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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공동체 작은도서관을 만나다

“준비해 오신 글 말고 아파트작은도서관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해 주실지 말씀해 주세요.” 희망제작소 권기태 부소장의 재치있는 사회로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사업(이하 행아공 사업) 콘퍼런스 ‘아파트공동체, 작은도서관을 만나다’가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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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파트공동체 사업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파트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아파트가 바뀌면 나라가?바뀌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이번 콘퍼런스는 희망제작소가 SH공사, 한겨레신문 등과 함께 강서구 마곡지구, 구로구 천왕지구, 은평구 구파발지구에서 진행한 행아공 사업의 결과를 공유하고, 아파트작은도서관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아파트공동체의 거점공간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아파트는 변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불어오는 공공의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콘퍼런스의 첫 시작을 열어준 SH주거복지처 서종균 처장은,?반신반의했던 아파트공동체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대면하며 발견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직접 방문했던 신내 아파트 단지의 사례를 언급하며, 아파트작은도서관이 건강한 민주주의,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 미래와 시대정신까지 갖춘 공간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행아공 사업의 대상지였던 3개 지구의 아파트작은도서관을 조사하며 같은 가능성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주민의 필요와 희망제작소가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의 전문성을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올해 행아공 사업은 아파트작은도서관 주민 자원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각 지구 아파트작은도서관의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자체 프로젝트를 추진해보는 ‘작지만 아름다운 아파트작은도서관 희망학교(이하 작아도 희망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3개 지구에서 60여 명의 주민 자원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짧게는 5주에서 길게는 12주까지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 생존기

이어 사업에 참여했던 각 지구 주민활동가 3명의 주제 발제가 진행됐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 생존기’라는 제목 아래, 각 지구별 고민과 생존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천왕지구의 연지2타운 글초롱 작은도서관의 최재희 관장은 “아파트작은도서관에 대한 상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규정에 명시되어있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며 “아파트작은도서관을 독서와 학습 중심의 공간으로 볼 것인지, 주민들의 교류 공간으로까지 열어 둘 것인지 대화와 합의가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작은도서관의 운영과 지원에 대한 내용을 아파트관리규정에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 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주민 자원활동가입니다. 은평 구파발 10단지에서 책뜰에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김순영 대표는, 단지 특성상 다둥이 세대가 많고 활동가들이 대부분 주부이기에 자원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대가 비슷해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 했습니다. 책뜰에 도서관의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도저히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시간대는 도서관 문을 닫고, 대신 열기로 약속한 시간은 꼭 지켰습니다” 또한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해넘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자원활동가들 간의 유대도 강화하고, 새로운 주민이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양희 님은 마곡 15단지 꿈꾸는 작은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곡지구는 올해 입주를 시작해 아파트작은도서관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곡의 이슈는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설립 기준과 시설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1,000세대가 넘는 대형 단지보다 300세대가 입주한 단지의 작은도서관이 더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면 기준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시설에 하자가 있다고 해도 내 집처럼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유지보수 기간 내에 문의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이것이 마곡이나 SH아파트에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때문에 현재 가지고 있는 기준을 전반적으로 보완하고,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시설적 측면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할 것입니다.

다음 발표는 현장의 문제를 가까이에서 경험한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박정숙 이사의 차례였습니다. 성남 책이랑 작은도서관의 관장이기도 한 박정숙 이사는 작은도서관 운동을 20년 가까이 펼쳐 온 전문가입니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올해 SH내곡지구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운영활성화를 위한 컨설팅도 진행했습니다. 박정숙 이사는 “대부분의 아파트작은도서관이 문서화나 근거를 남기는데 취약하다”며 “입주자대표회의와의 소통이나 지자체의 사업과 지원을 받는데도 활동에 대한 근거와 운영의 체계성을 갖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아파트작은도서관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한 아파트 내의 다양한 주민주체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정숙 이사의 발표로 콘퍼런스의 1장이 끝났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사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어떤 공간인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고민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2장에서는,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아파트공동체의 거점공간으로서 어떤 가능성을 지녔는지 살펴보고 토론을 통해 논의를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장 시작에 앞서 은평 지역의 <작아도 희망학교> 수강생들이 부른 ‘아파트작은도서관 불만합창단’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에서 활동하며 가진 불만과 어려움을 유쾌함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조금 시끄런 도서관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냐. 아이들과 함께 꿈 키워가는 희망의 공간 이곳이야”, “우리도 같은 주민인데 어디와서 갑질이냐” 등의 생생한 가사로 함께 모인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아파트공동체, 작은도서관과 함께 걷다

이어진 순서는 희망제작소 송하진 연구원의 발제였습니다. 송하진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진행했던 행아공 사업을 돌아보면서 올해 사업이 가진 차별점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냉정하게 평가해 볼 때 지난 사업은 공동체에 큰 관심이 없던 주민들에게 ‘아파트에도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데에 큰 노력을 들인 것이라 볼 수도 있다”며 “공동체 형성에 관계가 중요하지만 ‘어떤 관계인가?’ 라는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 관계는 친밀함을 나누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은 주민 활동가 간의 관계 형성을 만들어 주는 공간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운영 관련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레 창의적 공공성이 발현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송하진 연구원은 이번 사업을 통해 만나게 된 은평과 천왕지구의 사례를 들며, 주민들이 자신들이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선별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관계와 소통의 증진은 물론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에 필요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학습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종합토론은 좌장인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을 비롯해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서종균 SH공사 주거복지처장, 서진아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과 함께 각 발제 진행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토론에서는,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아파트공동체 거점공감이 되었을 때, 도서관의 역할과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이 어떻게 조화되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안찬수 사무처장은 “도서관은 누구나 사용 가능하고 지역사회를 살릴 수 있는 공공성이 강한 공간”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한다면, 작은도서관보다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공공도서관을 확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서진아 마을담당관은 마을의 측면에서 “마을의 형성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라면 그 공간이 꼭 도서관일 필요는 없다”며 아파트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그 공간의 역할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종균 처장 역시 “두 역할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역할을 주민 스스로 결정해 나가는 현장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당일 콘퍼런스에는 아파트작은도서관과 아파트공동체를 고민하는 시민, 공무원, 관련 단체에서 100여 명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과 아파트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관심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콘퍼런스를 끝내며 우리에게 정답 보다는 질문이 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에 다양한 답이 제시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뿌려진 아파트공동체 운동의 씨앗들이 잘 자라날 수 있는 사회주체들의 노력이 모이길 바랍니다.

글_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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