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니어사회공헌센터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비영리기구(NPO) 또는 비정부기구(NGO) 활동에 참여해 사회공헌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행복설계포럼’은 시니어사회공헌센터가 운영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교육생들이  매월 자체적으로 기획해 성공적인 인생 후반전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지난 11월 11일에는  올해의 마지막 포럼을 대신해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완주탐방에 나섰습니다. 빡빡했던  그 날의 하루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용자
행복한 인생을 꿈꾸는 90여 명의 행복설계아카데미(이하 행설아) 출신 자유인들이 교대역 14번 출구 앞에 미리 준비된 두 대의 전세 버스 앞으로 짝을 지어 모인다. 장자(莊子)의 자유인은 아니다. 하지만 파란 가을하늘과 붉어진 단풍. 그리고 완주의 품을 한껏 갈망하는, 꿈꾸는 자유인들이다.

서로들 각자의 안부를 물으며 삼삼오오 서성이는 모습이 초등학교 3학년 소풍노래에 나오는 모습과 참 닮았다.

행설아 동문회 한석규 회장과 송장식 운영위원장, 조기대 총무, 이정희 사무국장의 한 식구 한 식구를 맞아들이는 얼굴엔 따스함과 우정이 가을하늘 만큼 깊다. 아침을 먹지 못한 원우들을 챙기는 친절한 운영진은 까만 봉지에 우유와 빵, 노란 귤 두 개를 준비했다.

혹시라도 떨궈놓고 간 원우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에 운영진은 참석명단을 살피며 버스에 앉은 원우들의 숫자를 자꾸 세어본다. 하나, 둘, 셋… 소풍가는 어느 돼지가 자꾸 자신은 빼놓은 채 친구들의 수를 헤아면서 한 마리가 안 왔다고 난리를 피우던 어릴 적 에피소드가 떠올라 웃음이 난다.

”사용자원우들끼리 짝을 지어서 반찬 이야기부터 지구 온난화 문제까지 다양한 일상사 이야기를 나누느라 버스 안은 화기애애하다. 버스가 서울 도심을 벗어난다. 마른 줄기를 순응하며 서있는 들꽃 무리와 만나며 가슴이 트인다. 자연에서 순응을 배우고 계절에서 겸허를 배운다.

일상사 수다로 쉼없이 달려가던 완주 탐방 버스가 장안 휴게소에 멈추었다. 원우들은 타고 온 버스의 위치와 번호를 확인하고 화장실과 휴게실로 움직인다. 16분의 짧은 휴식이지만 아무도 뛰거나 서두르는 모습이 없다. 역시 소풍이다.

버스는 다시 완주를 향해 출발했다. 휴게소에 들리는 동안에 1호차에서 2호차로 옮긴 박원순 상임이사가 간단한 인사를 하려고 마이크를 잡는다.

“반갑습니다. 건강들 하셔서 너무 좋습니다.”

이 날 박 상임이사가 던진 가장 중요한 화두는 최초의 직업을 창조해 선점하라는 메시지다. 된장 소믈리에, 막걸리 소믈리에 , 공방 예술가 등의 사례들… 창조적인 선점을 위해 어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까? 용기있게 저지르는 자만이 선점할 것이라는 조언을 한다. 미래의 젊은이들과의 소통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블로그,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소개한다.

지방 출장을 가던 기차에서 깜빡하고 남겨 둔 상의를 찾기 위해 트위터에 상황을 올렸더니 얼마 후 한 팔로우에게 연락이 왔단다. 마침 서울로 올라가던 중 그 상의를 발견했으니 편하신 장소로 가져다 드린다고… 행설아 원우들이 모두 SNS를 시작 하도록 교육과정을 꾸려보겠다는 제안을 했다.

완주에 도착해 우거지가 맛있는 붕어찜으로 점심을 들고, 맥주회사 하이트 공장을 탐방했다. 깔끔한 자동화 시스템이 한국의 기술력을 뒷받침 해주는 증거로 보였다. 그러나 200여 평 생산라인에 대 여섯 명에 불과한 직원들을 보면서 일자리가 걱정됐다. 그렇다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가지 말자는 것도 산업 발전에 역행 하는 일… 그렇다면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지역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음 방문지인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이하 CB 센터)가 기대되었다.

바람의 사람이 되어라

CB 센터는 삼례초등학교라는 폐교를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사용하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눈에 들어온 공간 디자인은 따뜻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현대적이면서도 과거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느낌이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마도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 디자인이라 그럴 것이다.

”사용자커뮤니티비즈니스와 CB 센터의 역할에 대한 이영미 팀장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커뮤니티비즈니스란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서, 무너져가는 지역 공동체의 재생과 자립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완주 CB센터는 완주 지역 커뮤니티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을 자임한다. 중간지원조직이란 정부기관과 기업, 주민 사이에서 각종 협력구조를 만들고 연계 사업을 진행하며, 주민활동과 지역발전을 지원하는 조직을 말한다. 사업모델을 만들고, 지역 내ㆍ외부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인재와 자원을 끌어들이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지역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소통을 추구한다.

이러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에 대해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 아키바다케시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일본에는 땅의 사람, 바람의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바람의 사람이 되어야합니다.
앞서가지 말고 뒤에서 은근히 도와야합니다.

폐교 건물 2층 벽 공간을 꾸민 아이들의 크레파스 그림이 희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희망, 농촌, 지속가능성 등을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모든 공간에 디자인으로 함축 되어있다. 단체 사진을 찍으려고 계단에 모인 행설아 동문들의 얼굴엔 함박꽃이 피어있다.

”사용자곶감깎기 1등의 주인공은?

로컬푸드 판매장을 방문했다. 건강한 밥상 만들기를 위한 로컬푸드들이 가지런히 손님맞이를 한다. 새빨간 햇대추와 밭에서 바로 캐 온 생강과 빨간 무, 그리고 갖은 마른 나물이 눈길을 끈다.

”사용자필요에 의해서, 혹은 응원하고픈 마음에 몇 가지를 골라 계산을 하려는데, 갑자기 몰린 손님들 탓에 계산대 앞 줄의 길이가 자꾸 늘어난다. 희망제작소 연구원과 조기대 총무가 팔을 걷어붙이면서 계산을 돕는다. 이게 사람냄새가 나는 장이다. 봉투를 한아름씩 들고 다음 목적지인 완창마을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젊으신 이장님, 체험팀장님, 쉰이 넘으신 전자상거래 관리자님, 부녀회장님 등 마을 분들이 선한 웃음으로 마실 온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마을 소개가 끝난 뒤 곶감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튼실한 감이 6개씩 모여져 있는 책상 앞에서 체험팀장님이 마이크를 잡으셨다.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감 껍질을 끊지않고 길게 깎는 사람에게 3등까지 선물을 주시겠다고 한다. 모두들 열심히 깎지만 중간에 끊어진 감 껍질에 여기저기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온다. 곶감 집 막내 딸 출신이라는 동문 한 분이 일등으로 뽑혀 상품을 받았다.

부녀회에서는 건강한 밥상을 마련해 주었다. 지역 특산 막걸리에 정을 담아 마시니 시골 친척집에서 거나하게 회포를 푼 기분이다. 한 보따리 행복을 챙겨주셔서 한껏 누렸다.

”사용자가족들과 함께 꼭 다시 방문하리라는 다짐을 뒤로 한 채 마지막 방문지인 완창마을을 떠나 버스는 서울로 달린다. 로컬푸드 판매장에서 사온 풋풋한 농산물만큼 완주에서 맛 본 희망이 한아름이었다. 행복한 하루였다.

글_ 강정미 (행복설계아카데미 6기)
사진_ 나종민 (행복설계아카데미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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