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대 국회가 곧 문을 연다. 당선자들은 의정활동 준비를 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듣느라 24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른다.

바쁜 당선자들에게 한가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다. 오늘 내가 살아간 하루의 가치를 20년 뒤 지금 내 나이의 한 사람이 살아갈 하루의 가치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클까? 오늘 성인 한 명의 가치는 20년 뒤 성인 한 명의 가치와 같을까? 현재는 미래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가?

세상은 보통 현재 세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 사회 제도와 시스템을 짜는 국회의원도 현재 어른들의 의견만을 물어 뽑는다. 20년 뒤 그 어른들의 자리에 설 사람들 중 상당수는 대표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제도적 한계다. 그런데 문제는 10년 뒤, 20년 뒤의 사회가 지금과 현저하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될 때 생긴다. 제도는 10년 이상의 장기간을 보고 짜야 하는 국가의 근간이다. 그런 의사결정의 초점이 현재만 강조하는 대표성의 한계 탓에 빗나가 버릴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전환의 시기인가? 그런 근거는 여기저기서 보인다.

한국 경제를 수십년 동안 이끌었던 장치산업은 10년, 20년 뒤에도 계속 이 나라 경제를 끌고 갈 수 있을까? 위기의 조선업을 보며 자연스레 드는 의문이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고시학원을 기웃거리는 지금의 20대는 10년, 20년 뒤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능력과 의지를 갖춘 장년세대로 성장할 것인가? 20대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된다고 해서 좋은 일자리를 다시 가질 수 있게 될까? 사상 최고 청년실업률 12%, 그 두 배가 넘는다는 실질청년실업률 수치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제조업 둔화로 전력소비량 증가세가 꺾이고 있다. 전세계 최저 수준의 산업용 전기요금에도 전력소비량 증가세 둔화가 이미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계획되어 있는 원자력발전소들이 이대로 지어지면 10년, 20년 뒤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주거환경도 요동친다. 수십년 동안 매달 빠지지 않고 월급 받을 길은 점점 더 좁아지는 반면, 매달 일정액을 내야 하는 월세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빚내어 집을 사도 수십년 동안 원금까지 매달 갚아야 하니 마찬가지다. 10년, 20년 뒤 신혼부부는 어떤 방식으로 집을 얻어 살아가게 될까?

모두 미래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임은 분명하다.

20대 국회는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앞선다. 각 정당이 과거처럼 법안을 한꺼번에 묶어 당론을 정하고 대립하면, 임기 내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할 수도 있는 구성이다. 큰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그렇게 된다면 큰일이다.

초당적 협력 방법을 찾아야만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다. 미래의제가 그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관심 있는 의원들이 정당을 초월해 장기적 과제를 토론하고 그 뒤 상임위나 각 정당에서 공론화하면서 법안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있고, 새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방법도 있겠다. 초당적 의원연구모임을 사실상의 작은 상임위원회처럼 내실있게 운영할 수도 있겠다.

이 과정에서 민간 싱크탱크들과의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아직 국회와 민간 전문가들의 협업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정책연구를 같이 한다고 해도 의원 개인과 전문가 개인의 개별적 관계로 일이 풀리다 보니 성과물이 축적되지 않는다. 미래의제에 대한 정책연구 성과가 쌓이고 발전하려면, 국회보다 수명이 길고 의원 개인보다 범위가 넓은 민간 싱크탱크들의 협업 생태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20대 국회는 20년 뒤의 한국 사회를 생각하는 미래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 한겨레 / 2016.05.17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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