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조·협동원칙 충실…교육 훈련·사회 기여는 미흡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인가된 협동조합은 전국에 1210개에 이른다. 법시행 6개월에 즈음해 이들 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의 원칙에 맞게 제대로 설립돼 운영되는지를 조사해 봤다
서울시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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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인가된 협동조합은 전국에 1210개에 이른다. 법시행 6개월에 즈음해 이들 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의 원칙에 맞게 제대로 설립돼 운영되는지를 조사해 봤다.

조사는 희망제작소와 한국협동조합연구소가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 2월15일까지 서울시에 신고수리된 일반 협동조합 70곳 중 조사에 응한 53곳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주요 결과는 대략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기본법 시행 6개월…53곳 대상 설문조사

첫째, 협동조합 설립 동기에 대해 전체의 68%인 36곳이 ‘사회적 약자로서 조합원의 권리 또는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는 곳은 전체의 15%인 8개였다.

둘째, 협동조합 7원칙과 관련해 조사에 응한 협동조합은 대부분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1원칙),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2원칙), 자율과 독립(4원칙) 등을 잘 지키고 있었다. 16개 협동조합(30%)이 ‘지역 기금마련’, ‘마을공동체 및 마을 만들기’, ‘지역 주민을 환경분야·에너지절약·반핵 쪽에 관심 갖게 하기’,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의 형태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7원칙) 계획을 수립했다.

68%가 ‘조합원 경제적 이익 위해 설립’

나머지 중에서 수익이 생기면 기부나 봉사 등을 하겠다는 조건부 기여형이 6곳(11%), 구체적이지 않거나 계획이 없는 곳이 25곳(47%)이었다. 반면,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시행한 곳은 19곳(36%)에 불과하며, 조합원 교육을 별도로 한 적이 없는 협동조합이 29곳(55%)이었다.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5원칙)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7원칙)는 협동조합의 핵심 경쟁력이자 필수 요소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정도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모든 협동조합이 사업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협동조합간 협동(6원칙)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의류 등 사업자 조합이 42%로 가장 많아

셋째, 사업자 협동조합 유형이 다수를 차지했다. 조사에 응한 53개 일반 협동조합 중 사업자 협동조합은 22개(42%),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은 17개(32.7%), 직원 협동조합은 9개(17%), 소비자 협동조합은 5개(9.6%)다. 의류, 보석, 미용기기 등 제조 판매, 수제화 제조, 유아교육, 컨설팅, 건설, 경비경호 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인 사업자 협동조합이다.
이들 중 다수가 자영업이나 개인사업 등의 형태로 이미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경제적 약자로서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창업했다고 밝혔다. 상품이나 서비스 제조, 공급 등과 관련된 사업 경험이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협동조합이 다수라는 점은 협동조합 생태계 활성화에 긍정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업종 구성에서 서울시 일반 협동조합과 소상공인은 많이 달랐다. 2010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소상공인 사업분야의 50%가 소매와 숙박음식업이다. 반면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은 전문성과 일정 규모의 자본과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교육, 전기가스건설, 제조 등이 주요 사업 분야이다.

물론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초기 단계라 이후에 접수되는 협동조합의 업종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업종 구성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에 등록된 법인들의 업종 구성이 소상공인에 비해 대체적으로 생존율 면에서 건강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본 콘셉트가 없는 협동조합이 4곳(8%), 구상 단계인 곳이 20곳(37.7%), 아이템 단계인 곳이 11곳(20.8%), 시제품을 보유한 곳이 5곳(9%),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한 곳이 13곳(24.5%)으로 확인됐다.

운영비 5.5개월분 보유…어려움 겪을듯

이는 기존에 기술이나 비즈니스 전문성 및 경험을 보유한 사람들이 협동조합 창업에 다수 참여한 결과로 보인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양산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10곳(19%), 일부 제품이나 서비스만 양산 가능한 협동조합이 18곳(34%)이다. 설비 등을 준비중인 협동조합이 19곳(36%)으로 가장 많았으며, 설비 등의 준비가 되지 않은 협동조합도 6곳(11%)에 달했다.

여섯째, 53개 조합 중 응답하지 않은 1곳을 제외한 52개 조합의 조합원은 총 2723명이며 출자금 총액은 10억8700만원이다. 협동조합별로 조합원 수의 중앙값은 13명, 최대값은 1400명이며 출자금의 중앙값은 550만원이다.
응답자들은 본인이 속한 협동조합의 매출 창출 시기와 손익분기점 달성 시기를 각각 11.8개월, 26개월로 예상했다. 협동조합별로 월평균 지출을 100만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5.5개월의 운영비만 보유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다수의 협동조합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사업 운영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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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등 인재 육성에 정부 나서야

조사 결과 종사자 수나 자본금 규모의 영세성, 제품이나 서비스 부족 등 여러 한계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한계가 곧 최근에 만들어진 협동조합의 전망이 부정적이란 얘기는 아니다. 보고서에도 나와 있듯이 사업 경험이나 업종 전문성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협동조합이 상당수 있으며, 대부분 7원칙으로 표현되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잘 내면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은 구성원 간 친밀도, 구성원과 조직 간 신뢰와 책임성 정도가 여타의 기업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여건이 비슷한 다른 기업보다 기업체로서 성과 창출 수준과 장기 지속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협동조합은 잘 운영되고 자랄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 협동조합을 창업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결사체이자 사업체로서 자조와 협동의 원칙 아래에서 협동조합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인큐베이터와 컨설턴트, 지원기관 실무자 등 협동조합과 관련된 인재 발굴과 육성에 정부가 힘을 써야 한다. 정책과 계획이 아무리 훌륭한들 그것을 실행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 2013.06.24 / 조우석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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