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지혜로운학교 – U3A서울> (이하 지혜로운학교)는 희망제작소 은퇴자 교육 프로그램인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영국의 U3A 정신을 바탕으로 2011년 6월에 문을 연 평생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우는 학교’라는 모토 아래, 순수 자원봉사로 운영되며 누구나 나누고 싶은 지식과 지혜가 있다면 강좌를 개설할 수 있고 누구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형태의 낯설고 흥미로운 학교를 8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지난 4월, 수원시평생학습관 2013 심포지엄 ‘시민이 만드는 일상의 학습, 교육의 경계를 허물다’에서 시민이 주도하는 평생학습의 한 사례로 <지혜로운학교>에 대해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원고를 쓰면서 <지혜로운학교>의 시작과 진행에 대하여 다시 살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살다 보면 항상 마음먹은 대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정년을 몇 년 앞두고 그만두었을 때만 해도 또 다시 학습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우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어느 날 ‘U3A(University of the Third Age)영국’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며칠 후 희망제작소에서 연락이 왔다.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 출신들이 이러한 학교를 만들어보려고 의논을 하는데 함께 조언을 해주면 어떻겠냐는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몇 가지 조언만 나누면 되겠거니 하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내용을 살펴볼수록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2011년 3월에 런던에 갈 일이 생겼다. 시간을 내서 U3A영국 런던 지부를 방문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학교는 어떠한 곳인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방문 전에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여 여러 사항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한 U3A영국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U3A영국 런던 지부 사무실은 지하에 있었다. 네 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보수를 받는 직원이 아니라 무보수로 일하는 자원봉사자였다. 자원봉사이지만 업무의 강도는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사한 머리 색깔(백발이었다)을 가지고 있는 네 명의 시니어들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U3A영국의 규모는 꽤 크다. 연중 160여 개 과목이 개설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1,600여 명이 넘는다. 과목의 수만큼이나 다양성도 놀랍다. 문학, 미술, 외국어, 음악, 요가, 철학 등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과목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신문의 관심 기사를 오려 와서 각자 그 주제에 관하여 토론하는 모임도 있었다.

갑자기 런던에서 할 수 있다면 서울에서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왜 그런 확신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서울에서도 나누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지혜로운학교> 운영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초기에 이 프로그램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하나 같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강사가 무료로 강의를 해 줄 것이며, 학생들은 어떻게 모집할 것이고, 공간은 어디에서 제공 받을 것이냐고, 이 모든 일을 할 자원봉사자 운영진이 과연 있겠냐며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그런데 5개 과목으로 시작한 첫 학기가 2년 반이 지난 올봄에는 25개 과목으로 늘어났다.

<지혜로운학교> 초창기에는 운영에만 참여하였으나, 프로그램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2기에는 ‘아파트에서 농사짓기’ 라는 강좌를 개설해 보았다. 학생들이 모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지인 두 명을 설득하여 수강신청하게 했는데 의외로 13명이나 신청을 하였다. 첫 강의 시간에 보니 학생 중 두 명은 나보다도 농사일을 더 오래 경험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이 <지혜로운학교> 강사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이자 오거나이저(organizer)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나보다 더 잘 아는 분야에 대해 대신 강의를 요청하였고 흔쾌히 수락을 받아 강의를 조정하였다. 그리고 그분들 중 한 분은 다음  학기에 이 강의를 나와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결국 학습의 수요-공급, 이 두 부분에 모두 참여하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사실 모든 일이 그렇듯 <지혜로운학교> 운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만 운영되다보니 일이 많아져서 지치거나 개인적 사정으로 중간에 그만 두어도 말릴 길이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운영자들이 은퇴한 시니어이다 보니 실제 업무(전화 연락, 복사, 엑셀 정리, PT 만들기, 온라인 홍보 등)를 시킬 줄만 알지 직접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한 적절한 학습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 회원 모집 등 홍보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러울 정도로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U3A영국도 자리 잡기까지 2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한다. 운영진끼리 싸움도 많이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지혜로운학교 예전 회의록을 보았더니 학교의 가치와 운영에 대한 열띤 토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우리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원봉사에 대한 여유도 더 생겨야 할 것이고, 스스럼없이 실제 업무에 뛰어들 만큼 시니어의 인식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이 일에 참여하면서 세상에 생각보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여럿이 하는 일이 어렵기는 하지만 보람 있고 즐겁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의 카페에는 첫 번째 운영회의 기록부터 지난주의 회의 내용까지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다. 힘들고 좋았던 모든 기록들이 이후에 참여하는 모든 자원봉사자와 학생, 강사들에게 학교의 지속가능한 힘이 되어 주리라 생각한다.

글_ 이경희 (지혜로운학교 운영위원)

<지혜로운학교-U3A서울> 6기 가을학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배움과 나눔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 수강신청하러가기 (클릭)

* 지혜로운학교 카페 (클릭)                    
* 지혜로운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클릭)
* 문의 u3aseoul@gmail.com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