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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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1년 4월 옥스포드대학 스콜센터에서 진행된 알렉스 니콜스 교수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입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5주년을 맞이하여 사회적기업 정책에 대한 평가와 이후 발전방향에 대한 사회적기업을 포함한 민간영역과 정부영역의 고민이 깊은 시점입니다. 1년이 지난 인터뷰이기는 하지만, 본 기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래된 녹취록을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②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이하 ‘조’): 정부 자금은 신중하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면에서, 사전이든 사후든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한 평가는 불가피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SROI와 같은 정량적 평가 방식도 그 중 하나인 듯합니다.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는 사회적 효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이 사용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부분이 지양되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알렉스 니콜스 (옥스포드대학 스콜센터 강의교수 이하 ‘알렉스): 매우 중요하고 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어느 경우든 사회적 효과를 측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정 없이는 어떤 조직도 어느 누구에게 제대로 된 펀딩을 요청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당신이 어떤 사회적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부나 기부자에게 기금이나 자금을 요구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의 성과를 입증해야 합니다.

관건은 최선의 방법이 무엇이냐 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SROI가 유일한 해결책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것 역시 단점과 장점을 가진 여러 해결책 중 하나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풍부한 경험과 논리적 사고에 기반을 둔 평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 Matthew Pike라는 분이 중심이 되어서 VIEWS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사회적 측정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살펴보세요.

VIEWS는 기존의 다양한 시스템들을 통합한 새로운 평가 시스템인데요. 자신만의 측정 방식을 개발할 수 있게 각종 정보를 통합하고 정부자료를 포함한 각종 데이터 등의 자료를 사용해서 사회적 효과를 보여줍니다. 개인이나 개별 기관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료를 사용해서 개별화된 측정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VIEWS와 같은 특정 기관이나 프로젝트에 특화된 방식의 실시간 측정 시스템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VIEWS를 통해서 전화 또는 아이폰 등을 이용에서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를 입력하고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매우 흥미로운 작업일 것 같아요. 이것은 복잡하긴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됩니다.

조: 정량적 방식을 사용한 것인가요? 정성적 방식을 사용한 것인가요?

알렉스: 둘 다입니다. VIEWS에서는 수량 데이터와 사진, 그림, 인터뷰, 녹음자료 등을 한 곳에 입력 또는 업로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사회적 효과를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할 때에, 당신은 VIEWS에 있는 당신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됩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테이블로 정리된 데이터와 동영상, 인터뷰, 사진 등을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을 통해서 투자자나 기부자는 당신이 하고 있는 사업과 그것의 사회적 효과라는 제목의 한 폭의 멋진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

조: 사회적 효과라는 외부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꽤나 어려운 작업일 것 같습니다.

알렉스: VIEWS는 정량적인 면보다는 정성적인 면에 보다 집중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여러 사진이나 동영상, 인터뷰 등을 보여주지요. 이것들은 정성적이고 맥락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수량과 관련된 정량적인 데이터와 결합되어서 실제로 유용한 측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요. 사실 VIEWS는 이제 만들어진지 몇 주밖에 안된 프로그램이에요.

조: 어떻게 VIEWS에 대해 아시게 되셨는지요?

알렉스: 사실 VIEWS를 만들고 있는 책임자가 제 친구에요. 어느 날 그 친구가 이메일을 보냈더라고요. 곧 새로운 측정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인데, 그 전에 그 시스템을 점검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만나서 식사를 하면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습니다.

사실 VIEWS는 통합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우 새로운 방식을 사용합니다. 사회적 효과 측정에서 비용편익 분석 같은 단선적인 측정을 극복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 면에서 VIEWS는 우리가 택해야 할 하나의 가능성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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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회적투자에 대한 2009년 논문이 영국경영학회의 기업가 분야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투자를 연구하게 된 개인적 동기가 있었습니까?

알렉스: 개인적으로 그 분야가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경제학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금융경제학자의 입장에서 투자를 바라보지 않아요. 그분들과 저는 세계를 보는 방식이 조금은 다른 듯합니다. 제게는 시장이 어떻게 창조되고, 형성되며 그 속에서 시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가 중요합니다. 사회적투자는 완전 새로운 시장이잖아요.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계속 진행 중이고 또 곳곳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요. 도전해볼만한 주제도 많이 있어요. 이 정도면 충분히 흥미롭지 않나요?

게다가 영국은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고 또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들은 사회적투자를 연구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면에서 연구하기 좋은 영국이란 곳에 있는 것도 한몫을 한 셈이죠.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벌어지고,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고 직접 개발하고 있는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분명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사회적투자라는 주제를 다루는 연구자에 비해 훨씬 쉬운 일일 겁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알 수 있잖아요. 뿐만 아니라 사실 제가 사회적투자 분야 관련해서 정부 등 정책이나 각종 시스템 구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는 면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조: 사회적투자는 한국에서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인데요. 조사와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지 조언을 주신다면?

알렉스: 언제나 수요를 기반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사회적투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사회적투자와 관련된 환경이나 사회 등을 둘러싼 이슈를 살펴보아야겠지요. 한국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가진 기관이 있는지, 그런 기관이 없다면 그런 역할을 할 기관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이 정리된다면 이 기관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종류의 투자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말씀드린 수요에 기반을 둔 시작은 이런 방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조: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알렉스: 지난주 행사장에서 영국에 대략 6만~7만 개의 사회적기업이 있다고 피터 홀브룩 Peter Holbrook (Social Enterprise UK 대표)이 말했을 텐데요. 숫자가 얼마든, 이들 중 실제로 의미 있는 투자를 받은 곳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5% 정도가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95% 중 다수는 소규모 채러티이거나 소규모 조직으로 대부분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서 기금을 받습니다. 이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계약은 투자가 아닌 것 또한 분명합니다. 이들 기관은 너무 소규모인데다가 수입 흐름 또한 너무 불확실하다보니 투자자가 투자를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들의 정부 의존성 또한 수위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이들 기관은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투자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회적투자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투자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수요는 어느 정도 있을까?, 자금이 필요한 기관이 있을까?, 필요하다면 어떤 종류의 자금이 필요할까?’

조: 2010년 논문에서도 투자 등을 받기에는 영국 내 다수의 사회적기업이 매우 소규모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영국 내 사회적투자 관련 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까요?

알렉스: 네. 그렇습니다. 그것은 순환 과정이에요. 당신이 어떤 지원 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신은 해당 영역에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부자나 투자자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투자의 가능성을 만드는 과정이지요. 이때 염두에 둬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의미 있는 시장이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을 관리할 능력과 사회적기업의 크기와 관련해서 우리는 상당한 수준의 도약을 이루어야 합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몇 년은 걸릴 겁니다. 소규모 기관들로 가득 찬 현재가 아니라 2년~5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몇몇은 이미 성장했으며 또 일부는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성과가 미미하다고 해서 이와 같은 미래의 가능성을 없어버려서는 안 되겠지요.

또 다른 하나는, 이 분야에서 성공 모델이 많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시작해서 기업공개까지 가능할 만큼 성장한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성공적인 실적을 거두기까지 5년이나 10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 수준의 투자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투자자는 이렇게 말할 테니까요.

“글쎄, 너무 위험한 것 같네. 게다가 나는 사회적기업이 무엇이고 이런 기업들이 어떻게 일하고 성과를 거두는지 잘 모른다네. 5년 후에 나의 투자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네”

말씀드린 대로 벤치마크 사례와 다양한 방법들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몇몇 사례에서 이런 성공을 거두고 있어요. 이런 면에서 해크니 커뮤니티 트랜스포트 HCT 사례는 꽤 흥미롭습니다. HCT는 금융 관련해서 꽤나 혁신적인 방법들을 사용하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채권 발행을 통해서 500만 파운드(그 이상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도를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HCT는 자신과 비슷한 기관에 자금을 유입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채권발행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것은 하나의 성공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투자자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겠지요.

“당신의 투자는 이런 방식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우리에게 투자 해보시겠습니까?” 사례가 만들어지고 투자가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면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 것입니다.

* 옥스포드대학 스콜센터 알렉스 니콜스 교수 인터뷰 3부는 사회적투자에서의 정부의 역활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연재 목록
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①
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들여다보니 ②

인터뷰 정리_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jolly@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