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한민국 미래의 선택, 지방자치

I. 중앙정부, 중앙정치의 기능 부전

최근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에 대한 문제는 우리 사회를 뿌리 채 뒤흔들고 있다. 왜 해양경찰은 신속한 초기 대응을 못했을까? 왜 보건복지부의 대응은 뒷북만 치고 있을까? 서울특별시 등 자치단체장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능 부전 상태에 빠진 중앙 관료와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국민 안전을 맡길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형상이다.

비단 ‘국민 안전’의 문제만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의 문제와 젊은이들의 취업·진로 문제는 해결의 기미보다는 방관의 수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총 부채규모는 1,255조 원으로 한해 국가예산의 약 3배에 달하고 있고, 가계부채는 2천 962조 원으로 대부분 주택사업에 의하여 발생했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중앙정부의 방관, 그리고 안일한 대처에 의하여 발생하였다. 중앙정부의 부처들은 저마다 예산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중앙정치권은 이것을 눈감아 주며 오히려 ‘형님예산’, ‘쪽지예산’으로 국가예산편성을 어지럽히고 말았다.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주요 당면과제인 ‘고용(지역산업육성)’, ‘복지(품격복지)’, 그리고 ‘교육(인재육성)’문제를 중앙정부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중앙정부는 효율적이지 않고, 무력하며, 피로감에 쌓여 있어 기능 부전 상태에 있다.

‘안전’ 및 ‘재난’의 기능만이 아닐 것이다. 정부조직의 많은 기능들이 국민(주민)들과 가장 가깝게 있는 지방정부가 수행해야 함에도 중앙정부가 부둥켜 않고 내 놓지를 않는다. 말로는 지방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중앙정부의 부처들은 ‘돈’(보조금)으로, ‘사람’(조직)으로 지방정부를 수하에 두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중앙부처의 ‘패거리’문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의 기능 부전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만의 정부조직개편이 아니라 국가운영의 중요한 한 축인 지방정부와의 역할관계를 통하여 미래지향적인 정부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 차원에서 미래 지방분권형 정부조직개편을 구축해야 한다.

Ⅱ. 자치제도에 자치가 없다

지방자치제도가 재도입된 지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세월이 흘렀다. 사람으로 말하면 성년이 될 나이이다. 그런데 우리의 지방자치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타인이 해결해 주는 모양만 성년인 것이다. 지자체가 스스로 자신들의 ‘인력’(공무원)과 ‘돈’(예산)으로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자치제도에는 자치(自治)가 없고 중앙정부에 의한 타치(他治)만 있다는 말이다.

그럼 무엇이 지방자치의 구조를 비정상적으로 운영하게 하였는가? 지난 20년간 비정상적인 제도로 운영되었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지방자치는 더욱 퇴보하고 왜곡되어 가고 있다. 왜곡된 제도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먼저 그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상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할 것이다.

먼저, 지방자치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이래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재정력지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1995년에 66.4%였던 재정자립도가 2013년에는 51.1%로 15.3%나 떨어졌다. 자치단체가 예산의 반절 정도를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치단체가 기본적인 행정활동을 한번 할 수 있는 정도를 재정력지수 ‘1’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자치단체는 2005년에 0.666이었던 재정력지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가 2013년에는 0.561로 떨어졌다. 사람으로 말하면 사람이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요소가 의식주인데 그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거지’가 된다. 우리나라의 자치단체는 그야말로 거지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거지’ 자치단체가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입지 않고, 아껴서 쌓여있는 빚(지방채)을 갚고 나면 중앙정부는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성과급)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지방교부세)을 대폭 삭감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중앙-지방정부의 재정구조 하에서 어떤 자치단체가 예산을 아끼려고 노력할까. 어차피 부족한 재정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중앙정부가 지원해주는데 말이다.

Ⅲ. 새로운 시대의 바람직한 지방행정체제

1. 지방행정체의 개편방향

그렇다면 무슨 기능을 어떤 바구니에 담아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쉬운 작업은 아니다. 완벽한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선진국들이 광역행정체제를 꿈꾸고 있다.

일본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의 지방행정체제를 10개 정도의 도(道)와 주(州)로 재정비하여 중앙정부는 불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정부는 독자성을 확보하여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주제’ 실행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 등 필수적인 기능만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행정, 교육, 치안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연방제 수준의 ‘광역분권형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그리고 북아일랜드로 나뉘어져 있다. 과거 잉글랜드는 지역을 9대 광역경제권으로 구분하고, 각 권역에 지역발전 업무를 담당하는 RDA(Regional Development Agency)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최근 RDA를 폐지하고, 새로운 광역행정시스템인 LEP(Local Enterprise Partnership)와 City Deal를 통하여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는 주민투표를 통하여 지역의 독립의회를 구성하는 분권 국가안을 도입하였다.

프랑스는 1990년대 이후 전국을 대광역권으로 나누어 개발하려는 구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2000년 DATAR는 22개 레종을 대규모 하천유역을 중심으로 6개 ‘대광역권’으로 통합하자는 제안을 구상하는 단계에 있다.

독일은 연방정부로 3개 도시주(Berlin, Bremen, Hamburg)를 제외한 8개 주에서 대대적인 자치단체의 통합을 단행하였다. 또한 주(州)의 광역화를 위해서 1990년 독일 통일이후 경제권과 문화적 동질성 등을 고려하여 16개의 주(州)를 6~9개 주(州)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광역자치단체를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도주제, 영국의 LEP, 프랑스의 대광역권, 그리고 독일의 주 통합 방안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을 지역주민에 가까이 있는 ‘초광역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여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 때 인구나 면적 면에서 매우 큰 자치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가 추진한 시군통합의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것일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미래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은 기초자치단체의 통합보다는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을 통하여 중앙정부의 기능을 ‘초광역지방정부’가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2. 지방행정체의 개편방안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기능’, 저출산·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복지기능’, 그리고 지역경제를 통한 국가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기능’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먼저 현행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를 통합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규모가 공룡의 대규모 자치단체로 확대된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지방행정에 반영되지 않고(비민주적), 지나치게 큰 자치단체로 인하여 지역주민간의 통합이 어렵게(비통합성) 된다.

둘째, ‘광역시’와 ‘도’는 서로 생활권 및 경제권이 상당 부분 중복되어 있다. 또 과거에는 체육관, 복지센터 등 공공시설을 함께 사용했는데 이제는 서로가 각각의 공공시설을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생활권과 경제권이 동일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을 중복으로 건립하여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행정을 초래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광역시’를 기초자치단체화 하여 ‘도’와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초광역지방정부’에 실질적인 자치기능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 실질적인 중앙정부의 국방 및 외교 기능 이외에는 ‘초광역지방정부’라는 지방정부가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미래의 분권형 국가는 장·단기 2단계 방식의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 먼저 단기적(1~2년)으로 전국 17개 시도를 현재의 5+2 광역경제권협의회의 기능과 조직, 예산 배정권한을 강화시켜 서울+경기+인천권역, 충북+충남+대전+세종권역, 전북+전남+광주권역, 경남+부산+울산권역, 경북+대구권역, 강원특별권역, 그리고 제주특별권역 7개의 ‘초광역지방정부’ 연합체로 개편하여 추후 새로운 분권형 국가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전에 구축하고, 중앙정부(부처)와 초광역지방정부연합체의 역할 및 기능의 재정립 방안을 추진한다.

다음으로, 장기적(3~5년)으로는 기존의 17개 시·도를 발전적으로 통·폐합하여 상기 7개의 ‘초광역지방정부’(가칭: ??지역정부)로 통합한다. 7개의 ‘초광역지방정부’(가칭: ??지방정부)는 국가 전체 기능 가운데 80%(2012년 현재 70%), 세출의 80%(2012년 현재 60%), 세입의 60%(2012년 현재 20%)를 담당하도록 하여 세출과 세입을 일치시켜 지방정부의 책임과 자율성을 확보한다.

광역자치단체의 초광역화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풀뿌리 민주주주의 모체인 기초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시켜 특별시 및 광역시의 69개 자치구는 자율적인 통폐합을 유도하여 명실상부한 기초자치단체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시·군 지역의 경우에는 읍·면·동 자치를 강화시켜 근린주민자치를 정착시키도록 한다.

Ⅳ. 결론

새로운 지방분권형국가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먼저 국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를 통하여 분권국가의 실현을 위한 헌법 개정을 논의되도록 하며, 행정부의 지방분권 관련 추진기구와 지방4단체의 협의회가 연대·협력하는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분권국가의 규정, 국회의 지방원 신설, 지방재정분권확대, 그리고 조례입법의 강화 등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

새로운 지방분권형 국가를 추진할 수 있는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현재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통해서는 분권형 국가 구축을 실현하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지방분권정책비서관’, 지방자치를 관장하는 ‘지방자치처’, 국회의 ‘지방분권특별위원회’, 그리고 ‘중앙·지방협력회의’ 등 체계적인 추진기구들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지방분권형 국가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세원의 확보를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 8:2에서 6:4로 확대해야 한다. 세출의 재정분권보다는 세입의 재정분권이 실질적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중요한 과제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상생을 통하여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명실상부한 새로운 지방분권국가를 구축하여 지방이 스스로 자립하고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방분권형국가가 실현되면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당명문제인 교육, 복지, 그리고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대응하여 경쟁력 있는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기능을 강화하여 초중고 및 지방대학이 활성화되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지방교육(인재양성)공동체의 실현, 지방복지(품격복지)공동체의 실현, 그리고 지방경제(지역산업육성)공동체의 실현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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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소순창 / 한국지방자치학회 부회장·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이 글은 재정적인 측면은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한정해서 논의하였습니다.